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위원장 정동준, 이하 대책위)가 ‘기감 소속 한 목사의 그루밍 성폭력 의혹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21일 발표했다.

앞서 경기 의왕경찰서는 지난 12일 기감 소속 담임목사로 시무하던 김씨(69)가 교회 소속 여성 신도에 대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부설 감리회성폭력상담센터(이하 상담센터)에서 이 사건을 신고받아 돕고 있으며, 지난 5월 17일 대책위 긴급회의를 통해 가해 목사의 해당 연회 자격심사위 회부와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는 공문을 해당 연회에 발송했다. 연회 재판위원회는 이를 엄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했다.

이어 “상담센터에 신고·제보되는 목회자 성폭력 사건은 유감스럽게도 매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상담센터와 대책위가 조력하고 있는 사건만 해도 4개 연회 5개 사건에 이른다. 이 중에는 ‘불법촬영’, ‘성추행’, ‘성폭행’ 등의 사건이 포함돼 있으며 피해자에 ‘미성년자’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해자가 교회법에 따라 정당하게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사회법에서 유죄판결을 받아야 마지못해 치리하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한다. 때로는 사회법에서 유죄판결을 받기도 전에 은퇴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제대로 치리받지 않고 은퇴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미온적인 대처로는 교회성폭력을 제대로 근절하지 못한다. 교회성폭력, 특히 담임목회자가 가해자인 성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삶과 신앙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교회공동체도 분열과 분란을 겪게 한다”며 “교회를 무너뜨리고 선교를 방해하는 교회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교회적·사회적으로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회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은 교회가 책임지고 먼저 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대책위는 “이를 위해 우리 감리교회가 마음과 힘을 모을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대책위의 입장을 밝힌다”며 “교회성폭력 사건이 드러나고 치리되는 과정이 온전히 공개돼야 한다. 교회성폭력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거나 드러나는 것으로 ‘선교에 지장을 초래한다거나 교회를 무너뜨린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성폭력 사건은 발생 자체가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무너뜨린 범죄행위”라고 했다.

이어 “덮어버리거나 부정하려 해도 하나님의 눈을 가릴 수는 없다. 오히려 성폭력 사건을 올바로 치리함으로써 ‘자정작용’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선교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교회성폭력 사건을 인지한 각 의회의 장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건을 치리해달라. 어떤 이유에서든 사건을 축소하거나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교회성폭력예방교육을 강화하라. 성폭력 사건의 치리를 담당하는 각 위원회 위원에게 반드시 교회성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하라. 일반 성폭력에 대한 교육조차 받지 못한 교회 지도자들은 교회성폭력 사건을 더더욱 이해하지 못한다”며 “최근, 의무화된 교회성폭력예방교육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예방교육을 성실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대책위는 “교회성폭력전담재판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지난 입법의회 현장발의에서 압도적인 서명을 받아 발의하려 했던 전담재판위원회 설치가 장정개정위원회에서 무산됐다”며 “이미 사회 법정에서는 성폭력전담재판위원회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교회 역시 전담재판위원회를 통해 엄정하게 재판하며 재판 과정에서 2차 가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감리교회의 책임 있는 조치와, 교회성폭력이 발생한 교회공동체를 위한 ‘회복과 치유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교회성폭력예방교육과 집단상담·기도모임, 갈등해결과 평화로운 의사소통 교육 등 회복과 치유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연회에서 책임지고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대책위는 “이번 사건은 감리교회 모두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일상에서 벌어지는 성희롱,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모든 행위가 하나님 앞에서 행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고 성찰하는 목회 윤리가 필요하다”며 “‘모르고 지은 죄’일지라도 참회하고 자숙하여 제대로 알고 책임지기 위해 노력할 일이지, 피해자나 문제를 제기한 이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성폭력 사건 예방과 근절은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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