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온통 증오와 음모의 격랑에 휩싸인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된 지 한 달도 채 안된 지난 25일 배현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서울 모처에서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런 증오 범죄와 함께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튀어나온 재미동포 목사의 몰카 폭로사건은 음모를 정당화하는 진영정치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테러는 모두 극단적인 대결로 치닫는 정치권이 길러낸 추종자들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 배후에서 폭력적인 테러를 직접 사주하지는 않았더라도 증오를 부추기는 동기 부여를 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 때 우리 정치사가 폭력과 테러로 물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는 해방후 민주화가 정착되지 못한 혼란한 시절이었다. 당시에 정치 세력이 조직폭력배들을 사주하고 동원해 저지른 정치 범죄라면 지금은 특정 정파와 정치인을 따르는 추종자들에 의해 범죄가 저질러진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런 자발적 폭력 행위야말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증오를 분출할지 알 수 없어 훨씬 위험하다.

테러와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그 대상이 정치인이든, 개인이든 가릴 것 없이 엄정한 법의 심판이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증오를 부추긴 근본책임이 정치권에 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에 각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여야가 진영 대결을 벌인 게 우리 정치사에서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상대를 증오하는 팬덤 정치의 폐해로 나타나게 된 건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의 입시 비리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를 기점으로 정치권의 ‘내로남불’과 상대에 대한 공격이 정당화되고 일상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결국 정치권이 자기들이 만든 팬덤정치에 매몰된 지지층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다 부메랑을 맞는 상황에까지 몰리게 된 셈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시작한 증오 정치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지는 최근 온라인과 유튜브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여야 정치인의 잇따른 피습 테러 사건을 놓고 온라인에선 극단적인 증오 언어가 날로 증폭되는 상황이다. 상대 진영에 대한 단순한 적대 감정을 넘어 상대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보는 극단적인 정서를 이대로 내버려 둘 경우 농축된 폭력 성향이 온라인 밖으로 뛰쳐나가 실행에 옮겨지지 않을까 불안 불안하다.

증오 정치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21년 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하자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미 대선에 재 출사표를 던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콜로라도주와 메인주에서 대선 출마 자격이 박탈됐다.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을 부추겼다는 게 이유다. 일본에서는 지난 2022년 7월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선거 지원 유세 중 총탄에 맞아 피살된 데 이어 기시다 총리의 연설 현장에 폭발물을 투척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런 사건의 공통점은 극단적인 정치적 성향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물리적인 위해를 가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데 있다.

한 재미교포 목사가 대통령 부인에게 명품가방을 선물하는 장면을 몰래 카메라로 찍어 공개한 사건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하게 보면 개인의 신상을 동의 없이 촬영해 영상을 유포한 행위다. 그 자체만으로도 사법 처리감인데 유튜브와 국회에서 자신이 몰래 촬영해 유포한 동영상에 대해 마치 영웅담 늘어놓듯 하니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 부인에게 접근해 명품가방을 선물했고 그걸 자신의 손목시계 카메라로 몰래 찍었다고 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범죄를 ‘국민의 알 권리’라고 당당히 말했다. 문제는 이 사람이 자신을 목사라고 밝힌 점이다. 목사라고 정치활동을 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방법 자체가 범죄행위였음에도 당당하게 발표할 정도면 그 의도와 목적이 무엇일지 짐작할 수 있지 않겠나.

교계는 그가 신분을 재미동포 목사라고 밝힌 후 연일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함정 취재, 불법 촬영을 하려는 사람들을 막고 올바르게 가르쳐야 할 사람이 그러한 행위를 나서서 했다는 것 자체가 목사로서 부끄러움을 넘어 가히 충격적”이라고 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도 입장문에서 “경위와 이유가 어찌 되었건 간에 ‘목사’라는 직함으로 떳떳하지 못한 방식의 정치적 활동을 통해 선량한 목사님들과 교인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고 사회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오해의 여지를 남긴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했다.

정치인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하는 테러나 유명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약점을 잡아 폭로하는 행위 모두 증오와 음모가 낳은 범죄행위라는 공통점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정치인을 상대하는 최고의 무기는 투표다. 표로 심판하는 최선의 선택지를 놔두고 증오와 음모로 상대를 무너뜨리려 하는 자들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뿌리내릴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이런 증오·음모 범죄를 엄단하지 못하고 상대를 음해하고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아 용인한다면 나라와 사회의 윤리 도덕은 무너지고 국민은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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