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 제35회 총회 입법의회가 지난 26일 폐회된 가운데 회무 첫날 있었던 NCCK 대책위원장 박정민 충청연회 감독의 발언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날 박 감독은 “조사과정에서 NCCK 측이 동성애를 공식 지지한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감리교회의 입장과 다르다면 제가 앞장서 (NCCK) 탈퇴를 추진하고 감독회장에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기감 NCCK 대책위는 이날 NCCK 탈퇴에 찬성하는 교단 내부의 의견을 종합해 관련 질의서를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WCC(세계교회협의회)에 보냈고, 곧 답변서가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조사한 후 차기 행정총회에 보고할 계획이란다.

대책위가 NCCK·WCC에 보낸 질의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다. 그러나 위원장이 “동성애를 지지하는 게 확인되면 NCCK 탈퇴를 추진하겠다”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으로 보아 동성애를 지지하느냐 아니냐가 질의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사실 NCCK 대책위 관련 보고는 이번 입법회의의 핵심 쟁점은 아니다. 그간의 활동에 대해 중간보고하는 성격에 가깝다. 그러나 대책위의 최종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중간보고형식으로 그간의 활동 상황을 설명한 건 그만큼 회원들의 관심이 여기에 쏠려있다는 뜻이다.

이날 NCCK 대책위 보고에 따르면 그동안 NCCK·WCC 탈퇴 찬성과 반대 측을 각각 따로 초청해 의견을 경청했다. 그러고 나서 NCCK 탈퇴·찬성 측 의견을 종합해 관련 질의서를 NCCK·WCC에 보냈다고 한다.

NCCK 대책위가 NCCK·WCC 탈퇴 찬성과 반대 양측의 의견을 듣고 양 기구 탈퇴에 찬성하는 측의 의견을 토대로 각각 질의서를 보냈다는 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것이 동성애 지지 여부라는 건 이미 대책위원장의 발언으로 확인된 셈이 됐다.

기감이 교단적으로 NCCK·WCC에서 탈퇴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하는 건 아직은 시기상조다. 대책위원장인 박 감독이 “조사과정에서 NCCK 측이 동성애를 공식 지지한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감리교회의 입장과 다르다면”이라는 전제를 붙인 것에서 보듯이 아직은 매우 신중한 입장인 게 분명해 보인다. 또 NCCK·WCC가 어떤 내용의 답변서를 보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예단도 섣부르다.

그런데 NCCK는 여태껏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지지한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기감 대책위가 보낸 질의서에 NCCK가 ‘우린 동성애를 지지한다’고 대답할 리 만무하다. NCCK 전 총무인 이홍정 목사가 기감 내의 NCCK 탈퇴 여론에 “NCCK는 한번도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지지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던 걸 볼 때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전 총무의 이런 모호한 대답이 오늘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 온 부분이 없지 않다. 이 전 총무의 “NCCK가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지지한다고 적이 없다”라는 말은 현실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일 수 있다. 이 전 총무는 NCCK의 공식 입장은 총회와 실행위에서 채택되는 성명서와 메시지를 통해서만 나가기 때문에 총회 등에서 공식적으로 동성애 이슈를 다룬 적이 없는 이상 NCCK가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주장은 모두 억측이란 것이다. 그러나 NCCK 산하 인권위원회와 인권센터 등에서 동성애를 지지하고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여러 번 반복적으로 주장해 왔음에도 NCCK와 무관하다고 하는 건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격’이다.

이날 NCCK 대책위원장 박 감독은 “(NCCK의 동성애 지지 여부에 따라) 제가 앞장서 기치를 들고 탈퇴를 추진하고 감독회장에 건의하고 어떤 외압에도 빌라도의 판단이 아니라 복음적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박 감독이 언급한 ‘어떤 외압’이란 교단 내 NCCK를 옹호하는 진영으로부터의 직간접적인 압력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교단의 NCCK 탈퇴가 치명적일 이들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된다는 말로 보이는데 말보다 앞으로의 과정은 더 순탄치 않을 수 있다.

지난해 총회에서 NCCK 탈퇴 여론이 거셌던 예장 통합은 기감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 문제에 대한 교단 내의 가시적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9월 총회에서 총회장에 선출된 김의식 목사가 기자회견 자리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김 총회장은 친동성애적·종교다원주의적 행보를 하고 있는 NCCK를 교단이 탈퇴해야 한다는 교단 내 여론에 대해 “지금까지 NCCK가 성경을 벗어나 좌로 치우친 경향이 있었다”며 “동성애를 인정한다거나 여러 가지 너무 자유적으로 나간다 생각되어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않는 합리 보수 복음주의를 지향하는 통합 측과 갈등이 있었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좌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교단 내 인사가 새로운 총무로 선임된 만큼 앞으로 달라질 것이란 기대를 보여 이 문제를 교단적으로 끌고 갈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기감과 통합측 교단 내부에서 부는 NCCK에 대한 저항의 바람은 교단의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해 보인다. 그 말은 즉 순전히 NCCK가 한국교회가 가는 방향에서 멀어진 탓이 크다는 뜻이다. 주축 교단인 기감과 통합측이 NCCK에 이의를 제기하고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한국교회가 가는 복음적 방향에서 이탈하지 말고 함께 가자는 뜻이다. 100주년을 앞둔 NCCK의 당면과제는 거창한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요구하는 바를 적극 수용해 체질 개선에 나서는 데 있다고 본다. 그보다 시급한 일이 뭐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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