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은혜의 차이점은 뭘까? 공통점은 또 뭘까?
 ©픽사베이

제자들을 돌아 보시며 조용히 이르시되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복이 있도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많은 선지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바를 보고자 하였으되 보지 못하였으며 너희가 듣는 바를 듣고자 하였으되 듣지 못하였느니라(눅 10:23-24)

예를 들어, 헤롯의 명령 때문이 아니라 기독교의 시대에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인한 전쟁과 그 결과들로 인해 또 기독교인들의 상상력 감소로 인해 ‘두 살 이하의’ 모든 어린이들이 죽었고 죽어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어린아이들이 우리에게 구유에 누우신 아기에 대해 질문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뭐라고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혹은 바빌론보다 훨씬 더 무서운 죽음의 수용소로부터 살아 돌아온 유대인들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심지어 위대한 기독교 국가들 사이에서도-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그들을 향해 뭐라고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또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들 모두가 여러 세기에 걸친 기독교적 기술 문명과 사회 문명의 열매가 인성(人性)의 철저하고도 보편적인 파멸이라는 절박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깨닫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그들에게 뭐라고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또 우리는 거의 2천 년 동안이나 매번 성탄절 때마다 치유와 구원에 대한 메시지를 들어왔음에도 우리의 삶이 여전히 치유되지도 않고 구원에 이르지도 못했음을 알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어떤 대답을 제공할 수 있겠습니까?

-p166

구원의 신비는 한 아기의 신비입니다. 그것은 이사야에 의해, 무녀의 황홀한 환상에 의해, 버질(Virgil 70-19BC, 로마의 시인-역주)의 시적 비전에 의해, 신비에 대한 교리들에 의해, 그리고 새 시대의 탄생을 축하하는 사람들의 의식에 의해 그런 식으로 예기되었습니다.

그들 모두는, 초대 교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구원의 사건은 곧 한 아기의 탄생이라고 느꼈습니다. 아기는 실재하지만 여전히 실재하지 않습니다. 아기는 역사 안에 있지만 여전히 역사적이지 않습니다. 아기의 본질은 보이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아기는 이곳에 있지만 여전히 이곳에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구원의 성격입니다. 구원은 아기의 본성을 갖고 있습니다. 기독교계가 매해 가장 인상적인 축제를 통해 아기 예수를 기억하듯이, 구원은 설령 그것이 아무리 가시적이라고 할지라도 또 늘 비가시적인 것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직 가시적인 구원만을 원하는 사람은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과 그분의 모든 행위의 역설적 방식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구유에 누우신 하나님의 아기도 보지 못합니다.

구원은 아기이며, 그것은 자라나서 십자가에 못 박힙니다. 약함 밑에 있는 능력, 파편 밑에 있는 온전함, 패배 밑에 있는 승리, 고통 밑에 있는 영광, 죄책 밑에 있는 순결함, 죄 밑에 있는 신성, 그리고 죽음 밑에 있는 생명을 볼 수 있는 자만이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아무리 깊이, 심지어 완전한 자멸에 이르기까지 추락할지라도,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그들은 이런 신비를 경험할 것이고 ‘우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복되도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p167-169

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

1886년 8월 20일 독일에서 출생해 베를린, 할레, 브레슬라우대학 등에서 수학했다. 1911년 신학전문직학위를 취득해 대학에서 가르칠 자격을 얻었다. 제1차세계대전 기간 중 4년간 군목으로 참전하면서 ‘터전의 흔들림’으로 표현될 만한 사상적 변화를 겪었다. 1929년에는 프랑크푸르트대학의 정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나치는 그가 유대인 학생들을 도운 것을 문제 삼아 그의 교수직을 박탈했다. 위기에 처한 틸리히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친 것은 미국의 유니온신학교였다. 이미 40대 중반에 접어든 틸리히는 낯선 땅에서 영어를 익히면서 강의를 했다. 그의 강의에는 그에게 주어진 ‘20세기 최대의 신학자’라는 칭호에 걸맞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유니온신학교에서 퇴임한 후 그는 1955년부터 1962년까지 하버드대학의 특별교수로 초빙되어 신학부 박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세미나를 인도하여 집필 활동을 했다. 1965년 10월 11일 시카고대학 신학부 주관 초청 강연 도중 심장에 고통을 느껴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10월 22일 투병 중 숨을 거뒀다. 그가 남긴 저서로는 ‘조직신학’, ‘존재에의 용기’ 등 다수가 있다.

출처 : 새로운 존재(폴 틸리히 지음, 김광남 옮김, 뉴라이프 출판사)

1955년에 미국에서 출판된 본 책은 폴 틸리히가 뉴욕 유니온신학교, 코네티컷 주 뉴런던에 있는 코네티컷 대학 등지에서 했던 설교 모음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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