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수
가진수(월드미션대학교 찬양과예배학과 교수)

예배의 4중 구조의 네 번째 순서는 ‘파송’이다. 파송은 예배의 끝이 아니라 세상으로 나아가는 결단의 자리이자 영적 선언이다. ‘블레싱(blessing)’이라고 불리는 ‘축복’의 파송은 민수기 6장에 근거한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축복을 전하라는 말씀이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할지니라 하라 그들은 이같이 내 이름으로 이스라엘 자손에게 축복할지니 내가 그들에게 복을 주리라”(민 6:24-27)

파송은 하나님께서 우리 예배자들에게 주시는 축복의 말씀이다. 로버트 웨버는 이 축복의 말씀을 다음과 같은 우리 일상의 언어로 바꾸었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께서 가정과 직장에서 관계가 치유되고 힘을 얻기 위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로 네게 비취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께서 여러분을 강건하고 활력 넘치며 모든 일에서 힘이 넘치게 하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안 주시기를 원하노라 할지니라 하라.
편히 쉬기를 그리고 직장에서 힘을 얻기를
또 이웃과 평안하기를 원하노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예배의 고대와 미래(The Complete Library of Christian Worship)』, 201.

파송의 궁극적인 의미는 축도를 마친 후 예배가 끝나는 것이 아닌 세상으로 새롭게 나아가는 삶의 예배로서의 전주곡과 같다. 그러므로 파송은 영적 전쟁으로 본다면 작전 회의와 같다. 세상에서의 영적 승리를 위한 결사 항전이다. 삶의 예배를 위한 출발점이다. 일상 예배에서의 파송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와 식사를 마치거나 혹은 씻고 나면 파송이 시작된다. 이후 TV를 시청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아니면 가족 간의 대화를 하는 등의 시간을 보내고 하루를 마무리할 것이다.

파송은 첫째,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오늘 하루에 대한 감사와 고백이다. 장소와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의 시간을 갖는가가 중요하다. 일상 예배는 일시적인 아닌 계속적인 영적 습관이 중요하므로 단 한 번의 굉장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의 삶에서의 계속성이 필요하다. 단 1분의 시간이라도 하나님과의 진정한 대화가 중요하다. “하나님, 오늘 하루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는 단 한마디도 좋다. “하나님 사랑합니다.” 한 사람의 영향력을 조명할 때 우리는 마지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가 이룬 업적과 열매가 과연 어떻게 나타나는가?’로 사람들을 평가하기도 한다. 모든 스포츠 경기는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 말하기도 한다. 일상의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오늘 나는 과연 승리했는가?

둘째, 파송은 내일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파송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으로만 끝난다면 그것으로도 족한 은혜이겠지만 하나님은 당신의 예배자들에게 더 중요한 축복을 허락하신다. 그것은 ‘내일’이라는 선물이다. 내일이라는 선물은 오늘을 살면서 쉼을 통해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희망과 같다. 다시 말하면 오늘 실패했어도, 내일이 있다는 것만으로 희망이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쉼을 주시고 잠을 주신다.

시편 기자는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날을 위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 127:1-2)

일상의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내일을 위한 쉼과 안식을 위한 수면은 하나님의 은혜이며 창세기에서 선포하신 예배자를 위한 쉼의 연속이다(창 2:1-2). 하루의 일상을 이야기로 잘 풀어낸 티시 해리슨 워런(Tish Harrison Warren)은 자신의 저서 『오늘이라는 예배(Liturgy of the Ordinary)』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 기도하며 마무리하는 것이 성공회 신자들의 전통적인 습관이라고 말한다.

“『성공회 기도서』를 보면, 성공회 신자들은 하루 네 번 짧은 시간을 갖는다. 아침, 점심, 저녁(베스퍼스, Vespers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도 시간은 밤에 드리는 콤플린(Compline)이다. 이때의 기도는 마음을 차분하고 평안하게 해 준다. 속삭이듯 기도하라고 초대하는 것 같다. ‘오 주님, 우리의 걸음을 인도하시고, 자는 동안 우리를 지켜 주소서. 깨어 있을 때는 그리스도와 함께 깨어 있게 하시고, 잠들 때는 평화롭게 쉬게 하소서.’”(221)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건강을 잃은 후에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에 진정한 사랑의 눈을 뜬다. 일상 예배의 파송은 오늘 하루에 대한 예배자로서의 감사와 내일이라는 선물을 통한 희망을 꿈꾸는 것이다. 오늘이라는 일상의 파송에 대한 거룩한 습관은 계속되는 ‘오늘’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평생 참된 예배자로서 세워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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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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