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작가
황선우 작가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로마서 12장 2절의 이 말씀,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고 외우기도 하지만 삶에서 실제로 따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냐?” 하며 삶의 초점이 ‘먹고 사는 것’에 맞춰진다. 하나님이 주신 자신의 비전을 찾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적당히 남들이 하는 만큼, 즉 “이 세대를 본받으며” 살아간다.

‘현실을 살다 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 하고 질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하나님의 자녀로서 예수님과 동행하는 사람이라면 ‘내 삶의 주인은 예수’라 고백한다. 현실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현실만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마음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삶의 주인이 예수님이기에 더 열심히 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경제 활동도 더 정직하고 착실히 하며, 그 모든 일을 하나님의 비전과 영광을 위해 한다.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삶이다. 현실만을 바라보며 먹고 사는 게 목적이 된 삶을 살면 현실적인 불안감이 사라지나? 의식주를 아무리 잘 쌓아놨더라도 자신의 삶을 어찌 감히 확신할 수 있는가? 그러다 삶이 불안해지면 무당 찾아갈 건가? 어리석은 일이다. 반면, 예수님께서 주인이 된 삶을 살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현실을 예수님은 알고 있음을 알기에 더 현실적이면서도 비전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오늘날의 ‘의대 쏠림’ 현상은 어떤가? 한 아이가 공부를 잘해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게 예상되면 일단 의대부터 목표로 하고 본다. 애초에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준비하는 학생도 적지 않게 있으며, 이미 명문대에 진학한 대학생 중에서도 의대 가기 위해 대학 휴학하고 다시 수능 준비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안정성이 많은 청소년과 청년을 의대에 쏠리도록 만들었다. 성실하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여 좋은 성적까지도 거머쥔 대한민국의 인재 다수가 여러 분야에 흩어지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 의사라는 종착점이 생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의대에 가고도 다수가 피부과나 성형외과 의사가 되려 하는 현실, 오늘날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물론, 이는 처음 나타나는 모습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공무원이 최고의 직업인 양 여겨졌다. 평생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매력이 많은 청년들을 공무원 시험 준비하게 했고, 청년들은 전공 상관없이 공무원 학원에 들어갔다. 그것이 지금 의대 쏠림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뿐이다.

공무원이나 의사가 나쁜 직업이냐고? 당연히 아니다. 어떤 직업을 갖든 그 과정 중에 하나님께 전심으로 기도하는 모습과 하나님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구하는 갈급함이 있다면 하나님은 그 삶을 통해 영광 받으신다. 반대로, 어떤 직업을 갖든 단순히 이 세대를 본받고 가진 거라면 그 삶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 자체를 꼭 나쁘게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이는 가장으로서 혹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다해야 할 사람으로서 안정성이 필요할 수 있고 그것을 채울 수 있는 직업을 찾을 수도 있다. 안정성이 우상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직업을 통해서든 다른 것을 통해서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채워주길 원하시고 채워주실 수 있는 분이다. 그것을 신뢰할 때 비로소 우리는 바른 직업관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을 신뢰하지 못할 때 서서히 우리 마음에는 ‘거지 근성’이 생겨난다. 먹고 사는 것에 초점 맞춰진 삶이 시작된다.

왕자인가, 거지인가?

내 삶의 주인이 예수님임을 고백하지 못하고 ‘안정성’에 목매는 다음 세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의대 쏠림’ 현상까지 나온 건 분명히 사회가 병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청소년과 청년들의 신앙심 부족, 도전 정신 부족 등을 말하며 그들 탓을 할 수도 있다. 이것도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또 문화적인 원인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필자는 그 시작을 ‘돌잡이’ 문화로 본다. 아기 돌잔치 때 놓이는 돈, 실, 연필. 아기가 돈을 잡으면 앞으로 돈을 잘 벌고, 실을 잡으면 오래 살고, 연필을 잡으면 공부를 잘할 거라고 한다. 육조시대(229-589)의 중국에서 시작하여 조선에까지 퍼진 이 돌잡이 문화는 한반도에서 샤머니즘 전통이 사라지지 않음으로써 오늘날의 대한민국에까지 퍼져있다.

돌잔치 날, 아기는 바닥에 놓여있는 물건을 잡는다. 정확히는, 부모님이 아기에게 돌잡이로써 물건을 잡게 한다. 하지만 부모님은 아기가 아무거나 잡기를 바라진 않는다. 아기가 돈을 잡으면, 가만히 있는 아기 옆에서 부모님은 뛸 듯이 기뻐한다. 아기가 실을 잡으면 부모님은 은근히 실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돌잡이에 아기를 향한 부모님의 바람이 투영되었다. 최근의 돌잡이 현장에는 마이크나 축구공같이 특정 직업을 나타내는 물건까지 올라가 있다. 마이크를 잡으면 가수가 된다는, 축구공을 잡으면 축구선수가 된다는 뜻이다. 부모님이 원하는 아기의 향후 직업까지도 돌잡이에 투영된 모습이다. 돌잡이 속에 담긴 부모님의 계획과 부모님의 꿈에 아기가 머물러 있다. 돌잡이가 아기의 독립심을 앗아가는 모습이다.

돌잔치를 할 때면 아기는 이미 어머니로부터 젖을 뗀 상태여야 한다. 아기가 태어난 지 1년이 넘었는데 모유 수유를 끊지 못하면 어머니의 산후 우울증과 아기의 지나친 의존성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기의 돌잔치 때 돌잡이 문화가 행해지면, 아기가 이미 젖을 뗀 상태라 한들 아기는 다시 어머니의 젖을 무는 것과 같이 된다.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보지 못하고, 돌잡이에 투영된 부모님의 바람만이 드러나는 것이다. 하나님이 자신을 통해 이루길 원하시는 비전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함에도, 돌잡이에 담긴 부모님의 꿈에 머물러 있다. 하나님과 자신의 1:1 관계를 정립하지 못하고 여전히 부모님의 신앙에 머물러 있다. 자녀에게 맡겨진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드러나지 못하고 돌잡이로 잡은 돈, 실, 연필 혹은 특정 직업 물건에 묶여 있는 삶이다.

우리가 잡아야 할, 또 다음 세대에게 쥐여줘야 할 돌잡이는 뭘까? 이는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 션·정혜영 부부가 알려준다. 이 부부는 자녀들의 돌 때 모두 돌잔치를 하지 않고 그 비용만큼을 기부했다. 기부자명은 돌을 맞은 아기 이름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이 부부의 자녀를 가리키며 “이 아이는 돌잡이로 뭐 잡았어요?”라 물으면 부부는 “이웃의 손을 잡았어요”라 답한다. 션·정혜영 부부는 자녀들의 돌 이후에도 생일 때마다 자녀 이름으로 기부한다. 자녀들이 돌잡이로 잡았던 ‘이웃의 손’을 평생토록 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행사다. 자녀들이 돈을 잘 버는 것보다, 인정받는 직업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음을 이 부부는 기부를 통해 고백한다. 더 나아가,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돌잡이로 쥐여줘야 한다.

돌잡이는 한 사람에게 처음으로 결정되는 삶의 방향이다. 그래서 돌잡이 물건에는 인간에게 참된 기쁨을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거짓되고 일시적인 물건이 돌잡이로 잡힌다면, 그것이 현실에서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기가 돌잡이로 돈이나 연필 잡을 때 옆에서 뛸 듯이 기뻐하는 문화가 곧 의대 쏠림 현상의 큰 원인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돈 많이 벌고 공부 잘하는 게 기준이라면, 즉 이 세대를 본받고자 한다면 자녀를 의대 보내는 게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 된다. 하지만 하나님의 기준은 다르다. 하나님은 우리의 삶을 그 정도에 한계를 두지 않았다. 하나님은 다음 세대에게,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비전과 가능성을 심어주길 원하신다. 이는 의사로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를 비전으로 받은 이들도 알아야 한다. 의사라는 직업이 곧 정체성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왕의 왕 되신 하나님의 자녀다.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다.

두려워 말라. 왕의 자녀답게 행동하라. 청소년인 당신은 열심히 공부하고, 청년인 당신은 뜨겁게 도전하라.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하며 그곳으로 이끄신 하나님을 기억하라. 그리고 하나님이 주실 비전을 놓치지 말라. 안정성이라는 우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크고 놀라운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 당신은 하나님의 가능성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