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총회 70주년 기념 세미나
김주한 교수가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역사성과 정체성’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하는 모습. ©기장총회 유튜브 캡쳐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총회장 강연홍 목사, 이하 기장)가 25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기장 70년, 탐구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새 역사 70주년 기념 신학대회’를 개최했다. 기장은 지난 1953년 설립됐다.

신학대회에 앞서 기장 총회장 강연홍 목사가 축사를 전했다. 강 목사는 “하나님 나라 운동의 모체이자 전위대는 교회이다. 싫든 좋든, 교회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이끄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의 건강성은 필수적인 과제이다.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우리 교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교회를 위한 봉사의 학문, 신학이 건강한 푯대가 되어야 한다. 신학자가 풍성해야 하고, 신학자들의 연구가 깊어야 하고, 그 연구 내용이 현장 교회와 유기적 관계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로부터 분리되거나 유리된 신학은 허공을 치는 학문으로 전락하고, 외면받게 될 것이다. 신학자들은 ‘교회를 염두에 두고, 신학의 근거를 제시하며, 신학과 교회를 연결’하여, 목회자가 깊은 신학적 사유를 통해 목회하고 건강한 교회를 세워갈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주한 교수(한신대학교 교회사학)가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역사성과 정체성’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기장은 식민지배와 해방, 분단,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비애 가운데 배태되어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현재의 성취와 모순의 질곡에 이르기까지 초압축적으로 진행되어 온 숨가쁜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 해왔다. 지난 70년 기장을 관통한 노선의 흐름은 공적 교회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회였다. 신앙을 개인적인 영역에 가두지 않고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함은 물론, 신앙의 엄정함과 도덕성·책임성이 밑받침된 교회를 구현해 왔으며 사회선교 신앙과 실천에서 기장은 한국기독교 역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기장교회가 대면해야 하는 오늘의 세계정세와 한국사회 그리고 교회 현실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기장교회는 안팎의 도전 앞에 교회의 내적인 성숙과 사회선교 역량 강화라는 양면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장 교단의 지난 70년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현재 상황에서 그 의미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작업은 다음 세 가지 물음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의의가 있다. 첫째, 기장 교단 70년 역사가 지향한 목표는 무엇이었는가? 둘째, 기장 교단은 무엇을 성취하였고 또 무엇을 보완해야만 하는가? 셋째, 기장 교단이 제시한 한국기독교 문화 형태는 무엇인가?”라고 했다.

이어 “기장 교단의 정체성을 보편적인 역사성의 차원에서 판단하고자 하려면 무엇보다 기장의 출범 과정, 그리고 기장 교단의 구성체와 기장이 제시한 표준을 깊이 헤아려보는 일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작업은 곧 기장 교단의 미래와 방향을 제시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며 “1953년 6월 기장이 출범하게 된 직접적인 도화선은 조선신학교의 신학 노선 및 신학 방법론이다. 당시 조선신학교는 신학교로서 최초의 문교부 정식 인가라는 위상에 걸맞게 세계적인 수준의 신학교육 및 목회자 양성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종교개혁 교회와 신학, 특히 종교개혁자 칼빈의 개혁교회 신학 사상을 토대로 성서, 이론, 실천 신학의 영역에서 프로테스탄트 전통을 폭넒게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조선신학교는 한국장로회뿐만 아니라 한국기독교를 이끌어 나갈 목회자 양성이라는 본연의 목표에 충실하고자 경건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처럼 조선신학교가 세계적인 수준의 신학 형성과 경건한 신앙을 갖춘 목회자 양성이라는 교육 목표를 세우고 대학 학제 편성과 교수 진용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할 무렵 뜻밖의 사건이 내부로부터 터져 나왔다. 이른바 조선신학교 재학생 51명의 서명이 날인된 진정서가 1947년 4월 18일 대구 서문교회당에서 개최된 제33회 장로회 총회에 제출된 일이다. 본 진정서는 당시 교수진이었던 송창근, 김재준 교수의 신학교육 내용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특히 김 교수의 성서비평학 교육이 칼빈 정통주의 신학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그의 성경관이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김재준 교수는 학생들의 진정서 내용에 일일이 답변하는 형식이 아니라 학자의 양심과 목회자로서의 인격을 내걸고 자신의 신학교육 및 성경관, 기독교 교리관에 대해 오해와 곡해가 없도록 해 줄 것을 완곡하게 표현한 진출서를 제출하였다. 진술서에서 김재준 교수는 그동안 보수파에서 집요하게 공격한 자신의 성경관에 대해 ‘신구약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신앙과 본문에 대하여 정확 무오한 유일의 법칙임을 믿는 데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기독교 역사에서 ‘1953년 기장의 출범’은 70년 역사를 지닌 한국장로교회의 신앙과 신학, 제도와 구조를 새롭게 개혁하고자 하는 혁신 운동이요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개혁 운동이다. 그런 점에서 기장은 한국판 종교개혁 운동이다. ‘기장의 정체성’ 혹은 ‘기장성’은 다름 아닌 복음의 정체성이요 그것은 종교개혁 신앙 및 전통과 맞닿아 있다. 본시 정체성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지닌 절대 불변의 무오한 교리가 아니다. 정체성이란 현재와 미래에 개방되어 창조적 계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도덕적인 구심체로서 역할을 할 때 그 생명력이 유지된다”고 했다.

그는 “기장의 역사와 정체성을 탐구하는 일은 ‘53년 체제’를 우상화하거나 또 과거의 영예나 전통을 자랑삼아 그 속에 안주해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며 “교단 출범 초기 ‘새 역사’ 운동에 동참한 믿음의 선현들이 보여주었던 교회를 향한 순수한 열정과 삶을 오늘의 교회와 사역 현장에서 기장교회의 선교역량 강화를 위한 역사적 근거와 토대로 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장이 지난 역사에서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를 향해 제시한 교회의 상은 무엇인가? 첫째, 기장 교단은 개혁교회의 정신을 이어받아 ‘오직 믿음, 오직 성경, 오직 은총, 오직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한국교회의 갱신을 부르짖었다. 기장은 종교개혁신앙 전통을 충실하게 이어받아 교권주의, 세속주의에 사로잡힌 장로교회를 혁신하고 바리새적인 율법주의, 교권주의, 파벌주의를 타파하고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둘째, 기장 교단은 교회에 봉사하는 학문으로서 신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기장의 최대 장점은 신앙의 경험과 내용을 현대인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해 낼 수 있는 신학을 발전시켰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셋째, 기장 교단은 에큐메니칼 정신에 충실한 교회이다. 기장 교단은 한국의 그 어느 교단보다 세계교회와 교류 협력을 통해 교회와 사회의 일치, 연합운동을 전개해 왔다. 넷째, 기장 교단은 하나님의 선교 신학에 입각하여 교회 선교를 전개해 왔다. 하나님의 선교는 전통적인 전도의 개념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복음을 인간 삶의 전 영역으로 확대하여 교회와 세상 한복판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증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기장은 교회 안에 갇힌 그리스도나 신학 사상과 교리체계 안에 있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세상과 인간 삶 한복판에 계신 전적인 그리스도를 증언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했다.

김 교수는 “다섯째, 기장 교단은 예언자적 사회참여 신앙을 강조해 왔다.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회들이 개교회주의에 관심하여 내세 지향 타계주의 신앙에 머물러 있을 때 기장은 세상 한복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을 온몸으로 증 언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장이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으려면 관건은 교회의 새로운 질서, 목회적 구조를 창출해 낼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신앙과 자유,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직의 본분을 감당하려는 사도성과의 통전, 이 정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기장은 더 이상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 역사 이름에 걸맞게 경건의 능력을 회복하고 생명력 있는 교회로 나아가려면 그것은 경건한 신앙과 신학의 자유로운 정신이 밑받침된 목회구조를 창출해내는 일”이라며 “영혼 구제와 사회선교의 조화라는 우리의 과업은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사회전환에 조응하지 않으면 두 영역에서 모두 실패하면서 좌초할 것이 뻔하다. 지구온난화에서 비롯한 기후위기를 통렬히 신학적으로 인식하고 교회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중세 유럽의 교회들이 흑사병에 맞선 것처럼 기장과 한국교회가 온몸으로 떠안아야 할 사회선교와 영혼 구제의 대표적 사명”이라고 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환경과 생태 문제에 최우선으로 대응하며 그 과정에서 돌출할 사회문제를 들여다보고,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실족할 영혼을 살피면서 교단과 교회, 또한 교회와 사회를 연결하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하나님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기에 적합한 거버넌스를 찾아서 기도하고 씨름하며 실천하는 일이 새로운 기장성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위기를 맞아 분연히 ‘새 역사’ 쓰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기장은, 이제 남은 21세기의 70년을 기후위기를 붙들고 ‘새 역사’를 써야 한다”며 “회개하고 참여하고 구제할 내용이 인간 생활의 전 부문에 걸쳐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그리스도는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권능으로 맞서 싸우라고 명한다. 종교개혁자들의 유명한 구호,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말씀은 오늘 우리 스스로 가슴에 새겨야 하는 외침”이라고 했다.

한편, 이어 김희헌 목사(향린교회, 조직신학)가 ‘기장 교단 새 역사 70년, 신학적 성찰과 제안’, 김성희 목사(독립문교회)가 ‘기장 새 역사 70년, 교회를 교회되게 교회를 새롭게’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그 외 선교분야, 신학분야, 목회분야, 교육분야 별로 6명씩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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