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모스크) 건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주민들과 건축주 간의 대립으로 시작된 문제가 해를 넘기고도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는커녕 더 꼬이게 된 건 주민의 생존권 문제를 종교의 자유, 인권 침해 문제로 몰아 대립을 격화시킨 데 책임이 있다.

갈등은 지난 2020년 9월 대구 북구청이 대현동에 연면적 245.14㎡, 지상 2층 규모의 모스크 건축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북구청 측이 사전 실태 파악도 없이 주택밀집지역에 종교시설 건축을 허가한 것부터가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다. 그런데 허가를 내줬다가 문제가 되자 허가 취소를 위해 행정소송을 했다가 패소한 게 결정적이다.

대구 북구청의 잘못된 행정처분으로 비롯된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첫째는 모스크 건축의 법적 정당성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슬람 사원 건축을 강행하는 측은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후 반대하는 주민들을 고발해 수백만 원씩 벌금을 내게 하고 공권력(경찰)의 보호 아래 사원 건축을 강행하고 있다. 두 번째는 아무 잘못 없는 주민들이 당하는 정신적 고통이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생존권과 재산권을 침해당한 피해자이면서도 졸지에 무슬림 유학생들의 인권을 탄압하는 혐오 세력으로 매도당하게 된 현실을 원망하고 있다.

주민들과 모스크 건축자 간의 갈등 격화로 빚어진 불똥이 엉뚱하게 혐오와 차별로 옮겨 붙은 건 이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 외부 요인 중 하나다. 모스크 건축 강행에 일부 주민들이 그 근처에서 돼지고기를 구어 잔치를 벌인 걸 문제 삼은 건데 주민들의 입장에선 어디까지나 자위적 수단이었을 법한 행동을 무조건 이슬람에 대한 혐오로 단정한 게 문제다.

이슬람 교리에 돼지는 도축이나 식용이 금지된 부정한 동물에 속한다. 그런 돼지고기를 불에 구어 냄새와 연기를 피운 건 무슬림의 입장에선 모독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일상적인 식문화를 혐오하는 그들의 배타적인 종교적 계율을 강요받는 주민의 입장에선 엄연한 역차별이다.

모스크 건축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건축주 측을 일방적으로 두둔하고 주민들을 비난하는 분위기로 흐르자 보다 못해 시민단체와 지역 교계가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와 지역의 교계까지 뛰어들게 만든 건 일방적으로 건축주 편을 들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형평성을 잃은 처사도 한몫했다. 국민주권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인권위가 피해자인 주민들을 가해자로 둔갑시켜 노골적으로 차별과 혐오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의 한 주택가에서 시작된 지역 갈등이 해결 방안 모색이 아닌 시간이 갈수록 대립이 격해지는 양상로 번지고 있는 건 우려스럽다.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 기회조차 날려버린 구청 측은 물론이고 이런 갈등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는 대구시에도 책임이 없지 않다.

그런데 이 문제를 단순한 행정 처리 미숙으로 판단하는 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주택 밀집지역 한가운데에 소수의 무슬림 유학생들을 위해 모스크 건축을 허가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지만 이런 시도를 한 무슬림 유학생들의 행동이 다 정당화될 순 없다.

주민들의 반발을 다문화주의에 대한 배타적인 인식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문제지만 주택가에 종교시설이 들어오는 문제를 ‘종교의 자유’ 개념으로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 이는 모스크가 아닌 교회나 불교 사찰을 건축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어느 교회가 주택가 한 가운데에 있는 주택을 사서 인근 부지를 야금야금 넓혀 예배당을 건축할 수 있으며, 사찰을 지으려 시도조차 할 수 있겠나.

현행법상 아파트단지 등 주택가에 교회 등의 종교시설을 건축하려면 종교 활동을 목적으로 건물을 짓거나 시설물을 만드는 데 쓰일 땅, 즉 종교부지가 필요하다. 이는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는 동시에 서로가 일정한 선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구획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종교부지가 아닌 주택밀집지역에 모스크를 지으려 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종교부지도 상가도 아닌 주택가에 모스크를 짓는다고 반대하는 주민을 무조건 몰아세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 ‘종교의 자유’를 들먹이는 것도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다. 이들 유학생들이 자신들의 나라에는 없는 ‘종교의 자유’를 거론하는 자체가 뜬금없다. 주민 일부의 집단행동이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를 혐오와 차별로 모는 것이야말로 집단린치다.

결과론이지만 이들이 선택한 방법이 주민들과 마찰을 일으키리란 걸 몰랐을 리 없다. 전통적인 이슬람 포교 방식이 아닌 주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처럼 감정싸움이 혐오와 차별, 역차별이 뒤엉키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민이 아닌 소수 유학생들을 위한 모스크를 주택가 한가운데 짓겠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건축주와 재산권과 거주권을 침해당하는 주민 둘 중에 누가 약자인가. 주민들의 무한 피해를 강요하는 유학생들의 인권은 정당화될 수도, 돼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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