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월요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나라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 이후 3년 만에 마스크에 빼앗겼던 일상을 되찾게 됐다는 의미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100여 일만에 1만 명 아래로 내려오고 위중증 환자도 일주일째 500명을 밑돌자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아래 실내 마스크 해제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다만 설 명절 연휴 전에 해제할 경우 가족 간의 밀접 접촉에 의한 감염 확산을 우려해 연휴가 끝난 1월 말로 시행시기를 조정했다.

지난 3년동안 우리나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천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이 한 번 이상 감염됐다는 뜻이다. 누적 환자 수에서는 세계 7위지만 누적 사망자 수는 3만3천여 명으로 34번째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강압적인 방역 통제가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과, 그런 가운데서도 의료 대응이 잘 이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자율 방역에 있어 마스크가 여전히 최후의 보루라는 건 모두가 인식하면서도 식당에서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며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에 비쳐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방역 당국은 최근의 코로나19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실내 마스크 쓰기를 ‘의무’에서 ‘권고’로 한 단계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계속해서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지만 지난 5차 유행 때 하루 확진자가 62만 명까지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본 거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30일부터 마스크를 쓰는 불편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는 건 맞지만 이걸 완전 자율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는 거다. 특히 대중교통 등 일부 장소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버스·지하철·택시 등 대중교통 시설과 장애인복지시설, 요양원, 병원, 약국 등 의료기관은 종전처럼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를 가장 반기는 곳이 교육현장과 교회 등 종교시설이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는 새 학기부터 학생들이 마스크에서 해방되게 된 걸 무엇보다 반기는 분위기다. 교육현장에서는 마스크가 입 모양을 가리는 탓에 의사소통이 어렵고, 아이들의 언어 발달과 사회성 함양을 해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회 또한 공예배 중에 목회자와 성도들이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것이 예배에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며 완화와 개선을 요구해 왔다. 목회자가 강단에서 마스크를 쓰고 설교를 하면 어감이 정확하게 전달이 안 되는 점과 특히 성가대의 경우 찬양할 때 비말이 전파되는 문제로 독창 또는 중창으로 대체하면서 성가대의 기능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공예배 때마다 제약에 불편을 느껴온 교회로서는 실내 마스크 권고 조치가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가 “감염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한다”고 한 데서 보듯이 자율이 곧 방임을 뜻하는 게 아니며, 더 무거운 의무와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교회 또한 이전보다 더 철저하게 방역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전 세계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포기 이후 최근 한 달간 병원에서만 6만여 명이 사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중국에서 다수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은 새로운 변이가 출몰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듯이 새로운 변이가 중국에서 나온다면 전 세계에 8차 유행의 경고등이 켜지는 동시에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가 위험반경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발 유입자에 고강도 대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오미크론 이후 전 세계에 또 어떤 새로운 변이가 유행할지, 얼마나 위험할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이전의 변이들처럼 치명적인 독성이 약해져 지나가는 계절병이 되면 좋겠지만 이전에 없던 무서운 기세로 전 세계를 다시 꽁꽁 걸어 잠그게 만드는 공포 그 자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불확실성을 안고 실내 마스크를 벗는 것이기에 조심스럽다. 지난 3년간 사회경제적 피해와 혼란을 뒤로 하고 본격적인 일상 회복의 출발선에 된 건 매우 반갑지만, 걱정거리가 완전히 가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란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던 한국교회는 마스크 안 쓰고 예배드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건 성도들의 예배하는 진정성까지 앗아간 코로나가 준 고통과 상처에서 온전히 회복하는 일이다. 온라인 예배에 길들여진 영성을 깨워 예배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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