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2

(1)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모색

박명수 교수
박명수 교수 ©기독일보 DB

이 단원은 중일전쟁부터 일본의 패망을 다룬다. 이번 시안은 이 시기를 독립된 단원으로 설정하여 일제시기를 둘로 나누었는데 이해하기 힘들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학기별로 단원을 나누도록 했다는 점에서 일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마치 일제시기가 두시기로 나뉘어지는 것과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별히 1930년대 중반 보천보 전투를 중요한 시기구분으로 보는 북한의 역사관과 유사하여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단원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중일전쟁 발발 이후 “국내외의 민족운동이 독립국가 수립을 위해 공통의 노력을 추구하였음을 탐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일전쟁 이후 중국 장개석정부의 요청으로 기존의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김원봉의 민족혁명당이 통합되었다. 이 당시 임시정부는 경제적으로 사회주의적인 요소가 있지만 대체로 서구민주주의의 정치제도를 추구하였다. 이런 임시정부의 전통은 1948년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여기에 반대하여 연안의 독립동맹, 소련의 빨치산, 그리고 국내의 건국동맹등은 진보적 민주주의(인민민주주의)에 근거해서 인민공화국을 세우려고 했고, 이들은 대부분 북한정권의 창출에 기여했다. 따라서 당시 모든 독립운동을 “독립국가 수립을 위해서 공통의 노력”을 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며, 이후에 왜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건국되었는지를 제대로 설먕하지 못하게 만든다.

(2) 대한민국의 발전

제목의 수정: 단원의 제목이 대한민국의 발전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대한민국의 탄생과 발전이라고 수정해야 한다. 탄생에 대한 언급이 없이 발전을 말한다는 것은 매우 어색한 표현이다.

2022년 교육과정 시안은 “통일정부수립을 위한 노력과 대한민국 정부수립과정을 이해”하며, 미국과 소련이 “분단체제에 끼친 영향에 초첨”을 둔다고 되어있다. 이 시안이 의미하는 바는 해방 이후 한국사 서술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어떻게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는가?”가 아니라 “분단체제가 어떻게 고착되어 통일을 이루지 못했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교과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확하게 가르쳐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시안의 구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수립과정보다는 분단의 과정을 밝히고, 그 책임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좌우합작이나 남북협상 뿐만이 아니라 제주 4.3사건, 여수 14연대 반란사건등도 통일세력으로 오해될 가능성이 있고, 거꾸로 대한민국의 수립은 분단의 고착화가 되는 것이다.

한민족은 3.1운동이후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민주공화국을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을 반대하고 공산국가를 세우려고 한 것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소련과 공산당은 당시 대한민국사람들의 대다수의 의견과는 달리 38선을 막고, 북한에 단독으로 인민위원회를 만들고, 남한에도 인민공화국을 만들어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하려고 했다. 미국과 이승만은 이것을 막기 위해서 남한에 단독정부를 수립했던 것이다. 따라서 먼저 분단체제를 만든 것은 소련과 공산주의이며, 남한이 단독정부를 세운 것은 우선 남한의 공산화를 막고, 기회가 오면 북한에도 민주정부를 세우기 위함이다.

다음으로 6.25 전쟁과 관련하여 “6.25 전쟁과 분단의 고착화 과정을 국내외의 정세변화와 관련해서 이해한다.”고 되어 6.25전쟁을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분단의 고착화라는 측면에서 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보면 6.25전쟁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공산화하려고 먼저 일으킨 남침전쟁이며, 휴전협정 당시 맺어진 한미동맹은 북한의 남침을 막고, 우리의 자유를 보장해 주며, 대한민국을 자유세계의 일원으로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공헌을 했다.

2022년 교육과정 시안은 유신과 군사정권 시절의 민주화운동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유신과 5공시절 민주화운동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교육과정은 먼저 대한민국의 건국헌법에 나타나 있는 민주주의가 무엇이며, 이것을 박정희와 군부독재가 어떻게 왜곡했는가를 설명해야 한다. 이런 민주화세력 가운데는 자유민주주의를 넘어서 소위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종하며, 반미를 내세우고, 종북적인 성향을 가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도 있다는 것도 지적해야 한다.

산업화에 대해서 이 시안은 산업화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은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서 설명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산업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모든 국민이 다 아는 것이다. 특별히 수출주도형 경제정책과 반도체 산업등은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런 측면이 충분히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3) 민주주의의 성숙과 평화를 위한 모색

6월 항쟁이후 다양한 성격의 민주화운동과 그 놀라운 성취를 설명하는 동시에 이런 민주화운동이 반미를 내세우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체제전복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 특히 북한인권문제도 여기에서 언급해야 한다.

냉전체재의 붕괴와 신자유주의의 문제: 이 시안은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은 말하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공산권의 몰락으로 인한 냉전체재의 붕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공산권의 몰락은 일제 독립운동 기간 동안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긴 논쟁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라고 생각한다. 해방이후 남한사람들이 미국을 중심으로한 자유세계를 선태간 것은 올바른 것이었다.

한반도의 분단과 동아시아의 평화공존: 이번 시안은 그 성격규정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세계사적인 관계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국의 미래를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보지 못하고, 동아시아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현재 대한민국은 중국을 중심으로 과거 중화질서를 극복하고, 자유를 가치로 하는 세계질서에 속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사 교과서의 마지막 결론부분은 대한민국의 세계사적인 위치와 동아시아에서의 역할, 그리고 한반도 통일의 방향을 언급해야 한다.

II.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대안

(1)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우리는 이상에서 2022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을 분석하였다. 지금까지의 분석을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전근대시기의 한국사가 동북아질서 속에서 불교와 유교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근현대사는 기독교를 기본으로 하는 서구문명을 중심으로하는 세계질서 속에서 진행되었는데, 현 교육과정은 이같은 기본 명제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이번 시안은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에 대한민국의 기원과 탄생과 발전이 중심에 있어야 함에도 다양한 운동괴 타자에 대한 이해를 강조한 나머지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모호하고, 오히려 대한민국의 건국에 반대한 세력들을 역사의 중심에 놓는 상황에 이르렀다. 셋째, 개항기의 역사에서 근대문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세력보다는 여기에 저항하는 세력을 중심에 놓음으로 오늘날 근대국가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기원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게 하고 있다. 넷째, 일제시기에 있어서 3.1운동과 임시정부가 중심이 된 독립운동사를 서술하지 못하고, 대한민국의 건국을 반대한 세력들을 중심에 포함시킴으로서 한국사의 성격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다섯째, 해방이후의 한국사에 있어서 좌우합작, 남북회담과 같은 사건을 통일지향세력으로, 대한민국의 건국은 분단의 고착화로 설명하여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아야할 나라로 규정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여섯째, 북한의 남침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한미동맹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튼튼하게 만든 것을 분단의 고착화라고 설명하여 6.25의 진실을 왜곡하게 만들었다. 일곱째, 대한민국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인 가치는 언급하지 않고, 민주화운동을 언급함으로서 무엇에 대한 투쟁인지 명확하지 않으며, 더 나가서 좌경화된 세력들이 민주화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부정하게 만들었다. 여덟 번째, 대한민국 경제의 빛나는 업적은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그 부작용만을 강조하여 대한민국의 지난 성취를 부정하려고 한다. 아홉 번째, 공산권의 몰락에서 얻는 교훈은 언급하지 않고, 신자유주의만 비판함으로 자유진영의 문제점에는 민감하고, 공산권의 실패에는 논을 감고 있다. 열 번째, 한반도의 분단과 동아시아와의 평화공존을 결론으로 제시함으로 자유세계와 연대하여 중국의 패권주의를 극복하려는 현재 국민적 공감대를 무시하고, 특정집단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2) 2022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의 주요 문제점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2022년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이번 교육과정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개항 이후 새롭게 등장한 세계질서와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둘째, 한국사를 전체 국민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입장과 그 운동의 관점에서 파악함으로 한국사를 특정집단의 운동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셋째, 한국근현대사의 중심흐름을 대한민국의 기원, 탄생, 시련, 발전을 중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대한민국을 반대하는 세력을 무비판적으로 포용함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결여된 교과서를 만들게 되었다. 넷째,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상상 속의 통일 한국을 가정함으로 분단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여 한국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수 있다. 다섯째, 이번 시안이 동북아의 평화와 공존을 강조함으로, 과거의 중화질서를 극복하고 자유세계와 연대하여 나가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와는 다른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

(3) 2022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에 대한 대책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대책을 제시하려고 한다. 첫째,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를 확립하여 국민통합을 이루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는 바, 이번 교육과정으로는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본다. 둘째, 교육부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하며, 여기에는 역사학자들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종교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포함시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새로운 교육과정은 대한민국의 기원, 탄생, 시련, 발전을 핵심주제로 하되, 여기에 관련된 다양한 운동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

맺는 말

교육부는 이번 교육과정 시안이 대한민국 교과서로서 부적합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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