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공개한 ‘2022년 개정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에 노골적인 좌 편향적 역사기술이란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025년부터 중·고교 학생이 학교에서 배우게 될 이 교육과정은 6.25 전쟁에서 ‘남침’이 삭제되는 등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6·25와 관련해 ‘남침’이란 표현을 삭제한 것이다. 6·25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건 헌법정신과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 기본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이걸 뺐다는 건 역사를 왜곡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6.25 전쟁에서 ‘남침’을 삭제하려 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에도 똑같은 시도가 있었다. 그때도 거센 비판 여론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회주의권인 러시아에서까지 교과서에 명시하고 있는 ‘남침’을 굳이 빼려는 저의가 무엇이겠는가.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버린 것도 문제다. 2018년에도 ‘자유’를 빼려다 비판이 일자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란 표현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이번엔 이마저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 사회에 ‘자유’란 용어에 유독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유’가 남북 간에 긴장을 유발하는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싫어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라는 단어 안에 이미 자유가 포함돼 있어 따로 쓸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자유’를 빼면 위험해진다. 북한도 자기들의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규정하지만 그렇다고 민주적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명시한 것도 모든 민주주의가 다 똑같지 않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교육부가 ‘2022년 개정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을 발표하면서 드러난 문제는 비단 중·고교 교육과정에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2026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이 배울 사회과 교육과정 시안엔 ‘대한민국 수립’이 아예 빠졌다. 6·25 전쟁의 ‘원인과 과정’을 서술하라는 지침도 사라졌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또 6.25 전쟁이 일어났는데 왜 전쟁이 일어났고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지 이런 기초적인 역사조차 빼고 무얼 가르치라는 걸까. 처음 우리 역사를 배우는 초등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히 걱정스럽다.

이런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빠진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이 공개되면서 학계와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연일 비판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역사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개된 안은 정책 연구 초안일 뿐 확정된 것이 아니며, 향후 국민 목소리를 수렴해 개선·보완해 나가겠단다.

그런데 이런 논란이 ‘자유 민주주의’를 그토록 외쳐온 윤석열 정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지난 문재인 정부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좌 편향적 인사들에게 한국사 교육과정 연구를 맡겼기 때문이다. ‘역사 교육 알박기’란 말이 나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런 인사들이 만든 시안을 받은 교육부가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한 수정 요구 등을 전혀 하지 않고 그대로 공개한 것은 무책임하다. 새 정부 출범 100일이 넘도록 제대로 된 장관도 세우지 못하고 좌 편향으로 가득한 교육과정 시안을 그대로 발표한 모든 책임을 전 정부에 다 떠넘길 순 없다.

현재 중·고교 학생들이 배우는 한국사 교과서 내용을 보면 고조선부터 조선 후기까지의 내용이 23%이고 77%는 150년에 불과한 근현대사로 채워져 있다. 그러다 보니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등 문재인 정부의 남북 화해 성과를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핵무기 개발 시간을 벌어주고 연일 탄도미사일을 쏘고 있는 북한과 한때 어떤 화해를 시도했든 역사적인 평가가 끝나지 않은 사안을 교과서에 싣는 자체가 역사적 오류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교회언론회는 논평에서 “역사를 절름발이와 외눈박이로 만들려는 악한 일들은 이제 멈춰야 한다”며 “역사를 가지고 장난하는 것만큼 큰 범죄는 없다. 역사는 팩트(fact)를 뺀 수필이나 소설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사에서 ‘자유’의 의미를 35번이나 언급했다. 지난 8.15 경축사에선 33번이나 ‘자유’를 반복해 외쳤다. 그런 윤 정부의 교육부가 역사 왜곡과 편향된 시각으로 점철된 교육과정 시안을 그대로 내놓았으니 비판과 우려의 소리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사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필수교육 과목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안의 문제점을 단순한 오류로 여기고 넘어갈 수 없다. 명백한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 헌법과도 충돌하게 기술한 건 편향의 의도가 너무나 선명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문제 부분을 대폭 수정하거나 아니면 전부 폐기하고 균형 잡힌 역사관을 가진 전문가들을 세워 새로운 교육과정 연구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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