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종교 및 보수 단체 대표 등 지도자 83명이 지난달 31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동성결혼 법안 처리에 반대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가 보도했다. 법안 통과의 키를 쥐고 있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설득작업에 나선 것인데 동성결혼을 연방법으로 성문화(成文化)하는 ‘결혼 존중법’의 통과 여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혼 존중법’은 미국 내 어떤 주에서도 성별, 인종, 민족 및 국가 출신 등을 이유로 결혼의 효력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방법을 말한다. 민주당이 발의한 이 법안의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결혼이 치러진 주에서 이를 합법으로 규정했다면, 연방정부 또한 해당 결혼을 합법으로 인정해야 한다. 둘째, 결혼한 커플이 성별, 인종, 출신 국가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법무부 장관은 관련 행정처분을 내릴 권한을 부여받는다. 셋째, 결혼을 ‘여성 한 명과 남성 한 명의 결합‘으로 제한한 ‘결혼 보호법’을 폐지한다. 결국 이 법안의 최종 목표는 1996년 통과된 ‘결혼 보호법’을 폐기하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법안은 지난달 19일 267대 157로 하원을 통과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찬성했고 보수성향의 공화당 의원도 47명이나 찬성해 하원 문턱을 넘었다. 현재는 상원에 계류 중인데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민주당 50명 전원, 공화당 10명)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찬성하고 있고 공화당 의원 중 5명이 이미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어 공화당 의원 5명의 표심에 모든 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3명의 종교 및 보수단체 대표들이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다는 뜻이다. 이들은 서한에서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법에서 인정해야 하는 가족 형성과 관련해 남녀 사이에 정당한 차이가 있다고 믿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 특히 신앙인에 대한 공격”이라고 해당 법안을 문제 삼았다.

미국 내 종교 지도자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장 심각하게 보는 게 ‘종교의 자유’에 대한 훼손이다. 이들은 미 의회와 정치인들이 남녀 간의 신성한 결합인 결혼 제도를 존중하지 않음으로써 결혼이 남녀 간의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에 대해 공개적인 공격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마이클 패리스 ADF 회장은 “이 법안은 그러한 적대감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우리는 맥코넬 원내대표를 비롯한 상원 의원들이 위험하고 불필요한 이 법안에 반대함으로써 종교의 자유와 결혼 제도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에 단호하게 맞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 법의 상원 통과 여부는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선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다. 다만 지난해 미국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동성혼에 대한 지지율이 미 전역에서 68%로 비교적 높은 편이고, 앨라배마, 아칸소, 미시시피 등 3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찬성 여론이 좀 더 우세하다는 것이 걸리는 부분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6월 24일 미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 중지권(낙태)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반세기 만에 뒤집은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연방대법원이 제동을 건 것을 인권 퇴조현상으로 규정해 여론몰이를 해 온 진보진영의 결집에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던 2015년 대법원의 판례가 ‘로 대 웨이드’처럼 또 뒤집히기 전에 성문화된 연방법으로 완벽한 ‘동성혼’ 합법화의 길을 열겠다는 태세다.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동성혼’ 논란은 아직은 우리에게 먼 남의 나라 얘기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곧 현실로 닥칠 수 있다.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의 시동을 걸어 만약 법을 통과시킬 경우 그 다음은 ‘동성결혼’ 문제를 공론화하려 들 게 뻔하다.

지난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축제에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자신이 “미국의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고 당당히 밝히면서 성소수자 권리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한 것에 교계가 발끈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가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내는 걸 나무랄 수는 없겠으나 미국의 잣대를 가지고 극도로 민감한 성소수자 문제에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다 할 수 없다.

신앙의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한국교회가 눈 감고 귀 닫고 있을 일이 아니다. 인권을 가장한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둑을 무너뜨리는 날 우리에게도 똑같이 닥칠 일이다. 그러기 전에 날마다 깨어 기도하며 복음 안에서 교회공동체들이 힘을 합해 싸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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