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수순으로 국회에서 일방적인 공청회를 개최한 후 이렇다 할 후속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한 민주당이 당내 갈등 수습 문제 등으로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뿐 머지않아 입법을 위한 행동을 개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민주당이 당분간은 전열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앞으로 한층 세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당의 핵심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강성 그룹의 끊임없는 압력 때문이다. 이들은 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검수완박’ 때문에 진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하게 개혁을 밀어붙이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주장하는 쪽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성패가 보다 선명한 색깔을 드러내는 데 달렸다며 당 지도부를 거세게 몰아세우고 있다.

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의 당위성을 주장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傳家寶刀)’처럼 들먹이는 게 있다. 국가인권위의 여론조사에서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국민이 67%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교계가 동성애 관련 문제를 드러내놓고 조사한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 조사를 근거로 이제 국민적 합의가 끝났으니 빨리 법 제정을 서두르라고 다그치는 형국이다.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성별과 종교, 사회적 신분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 닿지 않는 그늘진 곳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교계와 국민은 평등, 차별에 대한 헌법의 규정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별도의 ‘차별금지법’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가리키는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그 끝에 동성애, 동성혼 합법화 등 젠더 이데올로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현실 속 다양한 차별과 혐오를 철폐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 반대하거나 딴지를 걸 이유가 없다. 개인의 특성을 이유로 고용이나 교육 등에서 불합리하게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에 기독교계가 그토록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까보면 금방 속이 드러난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성별에서 헌법에 명시된 남녀 외에 제3의 성을 포함하는 거다. 겉으론 고용이나 교육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보편타당한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성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게 진짜 핵심인 거다.

‘차별금지법’ 찬성론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상당수의 언론이 그대로 옮겨적는 것 중 대표적인 게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하면 처벌받는다는 교계의 주장이 전부 거짓이란 거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공적인 영역에 한정해 규정하는 법이기 때문에 기독교계가 우려하는 목소리조차 지나친 억측이라고 일축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야말로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미 제출된 ‘차별금지법’ 28조와 29조를 보면 일반 언론은 물론 기독교 방송, 신문, 소셜미디어 등의 동성애를 비판하는 설교나 강의는 일절 금지된다. 일반 학교는 물론이고 기독교 학교에서조차 성경에 근거해서 동성애를 비판해선 안 된다.

그건 이미 차별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의 사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여러 주나 영국 등의 경우 예배 중에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한 목사가 고발돼 재판에 넘겨지거나 거리에서 전도했다고 제재받은 사례가 여러 건 보도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은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분들은 이게 무슨 형사적인 제재냐고 말하는데 방송이나 학교에서 반동성애, 또는 주체사상 등에 대해 사실에 근거해 비판을 하더라도 3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과 또 손해액의 2배 내지는 5배의 징벌적 배상금을 부과할 수 있고, 강단에서 한 (반동성애) 설교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라며 구체적인 폐해 유형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의 분위기로만 봐서는 민주당이 당장 ‘차별금지법’에 입법 폭주와 같은 초강수를 둘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부담스럽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이 국회 공청회에 불참하며 내세운 ‘국민적 합의’가 덜 이뤄졌다는 게 정치적으로 더 부담스러워 보인다.

그렇다고 교계가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우선 보수색채가 짙은 국민의힘이 보수 기독교를 끝까지 대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 그건 헛된 바람이다. 국민의힘이 차별금지법에 부정적인 건 사실이나 그건 정치적 득실에 따라 신중한 입장인 거지 반대라고 단장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도 후보 시절 “차별을 막겠다는 차별금지법이 일률적으로 가다보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문제가 많이 생길 것”이라며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긴 했으나 드러내 반대한다고 한 적은 없다.

요즘 교계는 정치권의 속사정과 결부해 당장 급한 불은 껐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1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교회연합과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등 112개 단체 500여 교회가 참여한 ‘차별금지법 반대 미스바 구국집회’ 이후 광주광역시 등에서 대형 후속 집회가 잇따르긴 했으나 그 많던 반대 집회가 다소 잠잠해진 걸 보면서 민주당처럼 숨 고르기에 들어갔나 하는 느낌마저 든다.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브라운 박사는 최근 ‘목회자들이여, 침묵하지 말라’는 제목의 ‘크리스천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목회자들이 동성애에 관한 성경적 관점을 제시하는 설교로 성도들을 깨워야 한다”고 했다. 교회가 해야 할 사명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일침이 아닐 수 없다. ‘차별금지법’에 한숨 돌린 듯한 한국교회의 최대 적은 방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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