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상습적인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정부의 자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북한이 지난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동해로 쏘자 한·미 연합군이 바로 다음날 동해상으로 지대지미사일 8발을 발사한 것만 봐도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안보에는 어떠한 타협도 없으며 ‘핵에는 핵, 미사일엔 미사일’로 맞서겠다고 공언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투철한 안보의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18번째다. 그러나 8발을 동시 다발로 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건 단순한 시험 발사로 보기 어렵다. 자기들이 보유한 무력을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북한이 풍계리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핵실험 재개는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온 전술핵 개발을 완결하기 위한 것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을 실을 경우 한반도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핵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다.

북한은 이미 핵실험 재개 준비를 마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빠르면 10일 늦어도 이달 20일 안에 핵실험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한꺼번에 8발이나 발사한 것도 핵실험 준비를 끝내놓고 한·미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떠보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상습적인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윤석열 정부의 자세가 지난 문재인 정부와 판이하게 달라진 건 그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춰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북한의 핵에 대해선 한·미 확장 억제력의 하나인 ‘핵우산’으로 막아내고, 선제타격 능력인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로 응징 보복력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8발을 쏘자 지대지 미사일 8발로 맞대응한 것이 바로 그런 응징 보복 능력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과 정부가 이전 문 정부와 궤를 달리 하는 게 비단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만이 아니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다 희생된 국가 유공자와 그 유족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국민에 대한 통치자의 무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된 이들을 ‘영웅’으로 호칭했다. 그러면서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영웅’으로 부른 이들은 전투기가 민가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순직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고 심정민 소령, 평택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인명구조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고 이형석 소방정 등이다.

윤 대통령은 이들 외에도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다 목숨을 바친 여러 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면서 “영웅들의 용기를 국가의 이름으로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했다. 나라를 위한 숭고한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윤 대통령이 현충일이자 호국보훈의 달에 한 언행이 이쯤에서 그쳤다면 지극히 상투적이고 정치적인 행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분명 이전과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는 일이 또 있었다.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유족들을 해수부 장관이 직접 만나 ‘명예회복’을 약속한 건데 이전 정부에선 아예 불가능했던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군에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에 대해 ‘자진 월북설’을 제기하며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문 대통령은 2020년 10월 피살 공무원 아들이 보내온 편지에 답장을 하며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국민을 분노케 한 건 법원이 공무원 가족들이 낸 사건 관련 정보 공개 요구를 받아들였는데 청와대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일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한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폐기했고, 청와대는 한술 더 떠 법원이 판결한 가족들의 정당한 요구마저 틀어막았다. 뭐가 그리 숨길 게 많다고 청와대 국가안보실까지 나서 관련 정보를 대통령 기록물로 서둘러 지정했을까.

윤 정부 들어 이런 낯 뜨거운 ‘비정상’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변화가 시작된 건 무척 다행스럽다. 그러나 이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한다면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문 정부의 ‘비정상’을 바로 잡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 있다는 말이다.

지금 북한에는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고현철 김진호 함진우 등 6명의 선교사들이 억류돼 있다. 이전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북한이 강제 억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9월에는 평양을 방문해 다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북한에 억류중인 우리 국민에 대해선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전 국제형사재판소 판사 등 국제사회 인사들까지 “한국이 협상을 통해 그들을 빼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이지 않은 데 대해 극도로 실망스럽다”고 말할 정도라면 말해 무엇 하겠는가. 윤 대통령과 정부는 향후 남북 관계에 있어 이들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조속한 생환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이전 정부와 달라진 것이 국민의 가슴에 와 닿게 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대통령의 최우선 책무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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