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월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다양한 야외 행사들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숨 쉴 수 있게 된 건 다행이다. 그러나 아무리 야외라도 마스크를 벗으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일부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달 30일에 발표한 내용은 2일부터 야외에서 마스크 쓰기를 자율에 맡기겠다는 거다. 다만 50명 이상이 참석하는 집회 및 공연, 스포츠 경기는 함성이나 합창 등 침방울이 튀는 행위가 많아 마스크 착용 의무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

실내는 종전과 같이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한다. 여기서 실내란 버스·택시·기차·선박·항공기, 기타 차량 등 운송수단, 건축물 및 사방을 구획해 외부와 분리된 모든 구조물이라고 중대본이 밝혔다. 즉 이런 곳이 아니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것은 ‘거리두기’ 해제에 이은 ‘자율 방역’의 연장선 성격이다. 5월 2일 이전에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 적발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했는데 이제부턴 그런 강제 규정을 없애고 자율에 맡기겠다는 거다.

그 말은 단속해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그러니까 마스크를 쓰든 안 쓰든 국민 각자가 알아서 자율적으로 하라는 건데 ‘자율’이 ‘방임’의 신호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전 국민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2020년 10월 13일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11월 13일부터는 대중교통, 집회·시위장, 의료기관, 요양시설 등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권고 사항에서 의무화로 바꿔 단속하고 과태료까지 부과하게 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차단에 있어 마스크 쓰기를 가장 기본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마스크를 쓰면 밀폐된 공간에 감염자와 함께 있더라도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반겼다.

그런 마스크를 야외에서 벗어도 된다는 건 그만큼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뜻일 거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외국처럼 ‘엔데믹’, 즉 코로나19를 일종의 풍토병으로 여길만해 졌다는 건데 문제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다. 모두가 마스크를 벗으면 가장 위험한 사람이 바로 백신 미접종자들이다.

실외는 실내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훨씬 낮다는 게 방역 당국의 생각이다. 그러나 부작용 등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접종자보다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에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87.7%로 약 4,503만여 명이다. 3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64.5%다. 이들에게는 마스크에서 해방되는 게 반가운 일이지만 반대로 한 번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12.3%는 그만큼 감염 노출 위험이 증대되는 것이어서 두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오미크론 대유행을 겪은 미국과 유럽의 경우 마스크를 벗고 일상회복을 시작했으나 최근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의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은 지난달 초 유행 정체 상황을 맞았지만, 최근 2주 사이 확진자가 52%나 증가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최근 오미크론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재확산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마스크 쓰기를 해제하려다 보류한 나라도 있다.

이런 해외의 상황은 언제든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의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편이지만, 60세 이상 고령층과 기저질환자의 사망률도 높아 확진자가 다시 폭증하면 그만큼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른 건 다 풀어도 마스크 쓰기와 같은 기초적인 방역지침은 더욱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정권 교체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갑자기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를 발표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확산세가 둔화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현실에서 정부가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를 발표한 것을 과연 순수하게 방역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냐는 것이다.

그토록 야외 마스크를 고집하던 정부가 정권 교체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갑자기 마음이 바뀐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부겸 총리는 “일부에서 우려도 있었지만,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국민들의 답답함과 불편함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번에도 과학적 근거는 찾을 길이 없다. 그러니 대통령직인수위가 아직 매일 확진자가 수만 명 발생하는 상황에서 야외 마스크 해제는 새 정부가 판단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자마자 정부가 야외 마스크 해제를 발표한 것에 이토록 뒷말이 무성한 게 아니겠나.

올해 들어서만 코로나에 확진된 국민이 1,600만 명이나 된다. 이는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폭증하는 데도 ‘거리두기’를 해제하는 등 방역을 거꾸로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로 인해 지난 2년여 간 사망한 국민이 22,875명에 이른다. 인구 100만 명 당 사망자가 일본의 2배, 대만의 12배라는 통계도 그냥 넘길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교체기에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했다는 치적을 내세우고 싶은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 2년여 코로나19 방역을 과학이 아닌 정치로 시작해 정치로 끝내려는 건 치적도 자랑도 아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끝까지 ‘K-방역’을 “국가적 성취이고 결코 폄훼될 수 없는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했다. 대통령의 자랑이 국민에게는 고통이었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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