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0년 알콜중독 청산’ 손광호 목사
손광호 목사. ©노형구 기자

약 30년 동안 알콜중독자로 살다 남은 인생을 하나님께 봉헌한 목사가 있다. 바로 알콜중독퇴치운동본부 본부장 손광호 목사(70)다. 손 목사는 현재 인천광역시 소재 ‘참교회’ 담임 목회도 병행하면서 알콜중독자 치유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는 “신앙이 아니라면 알콜중독에서 벗어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알콜중독치유를 위해 ▲자존감 향상 ▲‘알콜중독자 자조모임’을 제시했다. 양자 모두가 성경적 원리와 연관이 있다고 한 손 목사는 “상담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당신 하나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혔으며, 이 가치는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당신은 귀한 존재라고 알콜중독자에게 계속해서 말해줘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자조모임에 참여한 알콜중독자들은 자신의 치부를 적극 드러내야 치유의 길이 빨라진다”며 “여기서 술 마시고 싶은 욕망을 솔직히 다 털어놓아야 한다. 이를 통해 쌓아둔 내적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술로 빠질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부활주일 직후 본지와 만난 손 목사는 부활의 인생을 소망하는 ‘중독자’에게 자신의 삶을 곁들여 조언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17세 때부터 처음으로 술을 입에 댔다가 이후 29살부터 알콜중독에 빠진 삶을 살았다고 들었다. 손 목사님은 어떻게 알콜중독에 빠지게 됐는지 궁금하다.

“69년도, 당시 17살 때부터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불량친구들과 함께 술을 먹고 폭력을 행사하면서 다녔다. 당시 나를 비롯해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 모두가 집안이 부유했다. 서울 명동거리에서 난동을 부리고 다녔다. 유명 상점의 유리창도 깨부쉈다. 당시 집 한 채 값이더라. 술을 잘못 배운 것이다. 이후 군 입대를 하면서도 음주사고로 현역 근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전역 이후 가족은 남미로 이민 갔다. 나는 한국에 홀로 남겨졌다. 이후 결혼을 한 뒤 남미 등지로 이민을 갔는데 81년도 즈음 불미스런 폭력 사고를 일으켜 당국으로부터 추방당했다. 이어 한국에 돌아오면서 다시 방황이 시작됐다. 매일 술에 취하면서 살았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알콜중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당시 증세가 너무 심해져 떨리는 손을 주체할 수 없었다. 스스로 술을 입에 대지 못했다. 하루 최대 소주 15병, 2시간 마다 1병씩 마셨다. 맛있어서 마신 게 아니었다. 떨리는 손을 멈추려 술을 마시게 됐다. 술을 안 마시면 나타나는 일종의 금단 증상이었다.”

-알콜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절한 치료는 받았는가?

“가족의 권유로 알콜중독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단주(斷酒)를 시작한 1990년 9월 13일까지 약 10년 동안 정신병원을 36번이나 돌아다녔다. 그러나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형무소처럼 생긴 알콜중독치료센터에 입원하기도 했다.”

-알콜중독치료센터에서 받은 치료가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도움은 되지 않았다. 당시 감금됐던 한 알콜중독치료센터에서 마련한 종교시간에 참여했는데, 내가 무언가를 설명하던 도중 어떤 친구는 내게 ‘똑바로 못 해’라고 소리쳤다. 저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노장애가 발동해 그를 때려죽이려 했다. 주변 환우들이 뛰어 달려와 만류하면서 서로 뒤엉켰다. 그때 갑자기 하늘로부터 큰 음성이 들렸다. ‘야! 네가 왜 그를 죽으려고 하냐.’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나는 ‘그 사람이 내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따지니, 하나님은 내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 모습을 환상으로 보여주셨다. 당시 운동장에는 아줌마, 여대생, 초등학생 등 나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항변했는데, 하나님은 그 사람들의 명단 옆에 내가 피해를 끼친 죄 목록을 적어 LED 전광판으로 보여주셨다. 그러면서 ‘네가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와 피해를 줬는데, 네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사람을 죽이려고 해?’라고 하나님은 호통치셨다. 그 음성을 듣고 고꾸라졌다.”

-이후 어떻게 단주(斷酒)를 할 수 있었는가?

“그 사건 이후에도 저는 알콜중독치료센터에서 탈출을 시도했다. 그런데 당시 병원 임원진은 환자들에게 ‘전원 취침’을 명령했다. 7개월 입소 기간 중 처음 있는 일이었다. 너무 분이 나서 방에서 씩씩 대다 침대에 누웠다. 그러다 알콜중독에서 벗어난 한 사람의 수기가 눈에 들어와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닥터 밥’이었다. 그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기도하시면서 남기신 ‘나의 원대로 말고 아버지의 뜻 때로 되게 하소서’(마태복음 26장 39절)라는 말씀에 깊이 감명을 받고 알콜중독에서 벗어났다고 간증했다. 7개월 동안 읽었지만 마음에 와 닿지 않은 구절이었다. 그런데 내 마음엔 깊은 파문을 남기더라.

그런 뒤 기드온 영한 성경에서 ‘나의 원대로 말고 아버지의 뜻 때로 되게 하소서’라는 구절을 찾아봤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셨기에 십자가를 지실 수 있었다. 십자가에서 스스로 포기하심으로서, 인류 구원의 역사는 가능했던 것이다. 나 또한 자아에 대한 절대적인 포기를 하고,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면 알콜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 저는 알콜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으나 매번 실패했다. 왜냐하면 내가 스스로 술을 끊을 수 있고, 끊어야 한다는 나의 ‘자아’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어를 바꿔 나를 내려놓고 하나님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 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기로 했다. 이를 깨달은 찰나 작은 구멍에서 빛이 쏟아지더라. 환상체험이었다. 그러더니 병원 간부가 내 방문을 두드리더니 ‘손 총무님 퇴원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정확히 기억난다. 당시는 1990년 9월 13일이었다. 정말 그 때가 진심으로 예수님을 만난 순간이었다.”

-예수님을 만나고 단주(斷酒)를 결심했으면서도 다시 술을 입에 댄 적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90년부터 10년 정도 단주를 이어가다, 99년도 즈음 미국 마이애미를 사업차 방문하면서 단주가 깨졌다. 방심하다 ‘맥주 한 병은 괜찮겠지’라면서 술을 마시다 급히 알콜중독 증세가 도지기 시작했다. 이후 친구 집에 다시 찾아가 포도주를 먹으면서 알콜중독이 재발했다. 자괴감도 들었다. ‘이렇게 사업을 크게 벌여 돈 벌어서 뭐하나?’라고 말이다. 그렇게 술 마시고 또 마시다 결국 하나님은 당시 진행하던 내 모든 사업을 막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목회로 나를 인도하시려 했던 것이다. 결국 저는 뉴욕 소재 ‘뉴욕리폼드신학교’에 입학한 뒤 2003년도 벤쿠버 소재 한인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저는 99년도 당시 단주 실패 경험도 단주 기간에 포함시킨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그 때의 단주 실패를 디딤돌 삼아 나를 목회자로 인도하셨기 때문이다.”

[인터뷰] ‘30년 알콜중독 청산’ 손광호 목사
손 목사가 최근 출간한 자신의 책을 손에 들고 있다. 책 제목의 16.9%는 알콜도수라고 한다.©노형구 기자

-신앙을 배제한 알콜 중독의 치유는 어려운가?

“유능한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마저도 알콜중독 치유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알콜중독은 영적인 문제다. 악한 사단·마귀가 틈타 올라 알콜중독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 동부구치소장도 만났는데, 그에 따르면 수감자의 약 80% 가량이 음주로 인한 강력 범죄자라고 한다. 알콜중독은 하나님의 터치가 없으면 결단코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제가 추구하는 알콜중독치유사역의 방향도 신앙을 전제로 한다. 그들을 물가로 인도하되, 물을 마실지의 선택은 본인에게 맡겨둔다. 하지만 알콜중독자들이 치유를 받은 뒤 신앙을 갖게 되는 비율은 약 90%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어떻게 신앙의 힘으로 알콜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가?

“알콜중독자에겐 잘못된 자아가 있다. 쉽사리 깨어지지 않는 강한 자아다. 그들은 대부분 애정결핍 환자들이다. 애정에 목마른 사람들이다. 자신도 믿지 못한다. 그들은 삶의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보단, 현실 도피를 택한다. 그리고 가장 쉬운 현실도피 수단은 술이다. 술에 취한 뒤 깨어나면 만취 당시를 후회한다. 이를 잊기 위해 또 술을 마신다. 결국 ‘될 대로 되라’면서 알콜중독상태에 안주해버리고 만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알콜중독이라고 진단이 내려진다. 이 상태에서 환각·환청 등이 발생한다. 환자들에게 알콜중독으로 인한 폐해를 끊임없이 알려줘야 한다.

아울러 알콜중독자들의 자존감은 매우 낮다. 신앙이 아니라면 알콜중독에서 벗어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신앙 안에서 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당신 하나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혔으며, 이 가치는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당신은 귀한 존재’라고 계속해서 말해줘야 한다. 그렇게 ‘당신은 무가치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오직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만 알콜중독자의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 교육을 반복적으로 시켜야 한다.”

-알콜중독치유를 위해 신앙과 결합돼 마련된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있는가?

“Alcoholics Anonymous(AA) 즉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 모임’이다.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시행해온 알콜중독치료 프로그램 중 하나다. 신앙과 어느정도 교집합적 요소가 있다. 핵심적 특징은 모임 참가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다 알콜중독에서 벗어난 인도자의 공감이 있다면, 효과는 배가된다.

이처럼 AA에 참여한 알콜중독자들은 자신을 위장할수록, 알콜중독에서 벗어나기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소모임에선 자신의 치부를 적극 드러내야 치유의 길이 빨라진다. 솔직한 나눔을 위해 AA에선 연락처·이름도 서로 모른다. 모두 예명으로 한다. 길거리에서 만나도 모른 척 한다. 하나의 철칙이다. 어느 누구도 서로를 손가락질 할 수 없다. 이 모임에선 자신이 국가 고위직 장관·전문직 출신이든 아니면 거지든 상관이 없다. 모두가 알콜 중독자들이다. 자조모임에서 온갖 스트레스, 술 마시고 싶은 욕망을 다 털어놓는다. 이를 통해 쌓아둔 내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알콜로 빠질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알콜중독자가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움이 되는 신앙적 조언이 있다면?

“내 힘과 의지로 술을 끊으려 할 때 오히려 실패로 돌아간다. 대신 ‘나는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 항복합니다. 하나님이 저 대신 끊게 해 주세요’라고 정직하게 자기 한계를 시인해야 한다. 그럴 때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난다. 사실 알콜중독자들이 매우 교만하다. 자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짓말도 기가 막히게 잘한다. 그러나 빈번히 실패한다. 사실 알콜중독은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다. 무엇이든지 내가 끊으려고 노력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즉 내 마음의 변화를 하나님께 정확히 털어놓는 게 핵심이다. 변화는 오직 하나님 안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은 하나님의 기적으로만 된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딱 하루만 단주하자. 하루만 잘 지키며 살자. 그렇게 말하면, 한 알콜중독자 회원은 ‘우리가 하루살이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충실히 단주한 오늘 하루가 쌓이면 1주일, 그게 쌓이면 한 달, 그런 식으로 10년, 20년으로 주욱 단주의 여정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마저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과의 동행이다. 먼 미래를 바라보다, 오늘을 놓치면 무슨 의미인가? 또 오늘이 지나 내일 죽을지 어떻게 아느냐.”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역과 앞으로의 사역방향이 궁금하다.

“먼저 담임하고 있는 ‘참교회’에서 알콜중독치유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알콜중독자들이 서로를 아끼고 돕는다. 참사랑이 실현되는 장이다. 또 올해 안으로 금주사관학교·알콜중독치료센터도 건립될 예정이다. 신앙과 결합된 AA·알콜중독치유 교육 등을 적극 이행할 계획이다. 먼저 하루 3시간 동안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그래야 성령의 강한 치유역사가 일어난다.

아울러 알콜중독치유 사역에서 대형교회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사야 58장 6절에선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나온다. 알콜중독자 치유사역도 위 4가지 사역 가운데 하나다. 대형교회들이 앞장서 알콜중독자들의 치유를 위해 적극 후원해준다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흉악의 결박을 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알콜 중독자는 약 250만 명이다. 당장 입원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약 50만 명, 그리고 약 5만 명이 수용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말했듯 최근 만난 서울 동부구치소장에 따르면, 수감자의 약 80% 가량이 음주로 인한 강력 범죄자라고 한다. 또 과거와 달리 현재 여자·남자의 알콜 중독은 1:1 비율로 대등하게 상승했다. 특히 30대 여자들의 알콜중독율이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적기관이 알콜중독 치유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당국이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AA모임을 활성화하는데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국민의 알콜중독율을 줄이는데 일조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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