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교수
김선일 교수. ©DFCtv 유튜브 영상 캡처

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가 최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메타버스와 교회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앞당겨진 온라인 생활의 본격화와 더불어 떠오른 버즈워드(buzzword)였다”며 “지난 2021년은 메타버스의 원년이라 할 만큼 메타버스는 게임과 경제적 투자 대상으로뿐 아니라 미래의 일상을 위한 필수 코드로 성큼 다가왔다. 물리적 세계 너머의 세상을 뜻하는 메타버스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우리가 현재 발을 딛고 경험하는 물리적 세계를 대체하는 실제를 가리키는 총괄적 용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메타버스의 지경이 더욱 확대될수록 우리는 물리적 세계에서 느꼈던 거리와 감각을 가상세계에서 진짜인 것처럼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대면세계에서만 가능한 거의 모든 활동을 비대면에서도 현실과 유사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며 “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전망이 일시적 유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메타버스가 말하는 변화를 실현해 주는 기술의 발전은 아직 시기상조이며, 메타버스 경제의 주축이라 할 NFT(대체불가토큰)의 제도화도 난망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가 사이버공간과 증강현실의 확대와 연관된 새로운 트렌드라는 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다. 트렌드 서적들에서 주목하는 현상은 실재감테크와 다중자아(부캐)의 출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교육에서 비대면이라 할지라도 현장에서 학습을 받는 것과 같은 생생한 환경을 기술적으로 조성해 준다면 한결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실재감테크가 가능한 이유는 인간의 신체 오감이 경험하는 것은 사실상 우리의 뇌가 외부의 자극을 전기신호를 통해서 처리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우리가 먹고, 마시고, 냄새 맡고, 만지는 경험을 뇌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통해서 하게 해주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현재의 답답하고 고립된 비대면 세계를 혁신적으로 확장해 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영화 ‘인셉션’을 보면 사람이 의도적으로 꿈속으로 들어가서 자기가 원하는 세계와 공간을 구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메타버스는 이처럼 자기가 설정하는 세계에서 새롭게 표현되는 자아를 만들 수 있다. 현재 대중이 접근 가능한 메타버스 플랫폼들에서도 자기의 생김새, 옷모양, 닉네임을 스스로 만들어 표현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싸이월드가 메타버스의 전조였다는 말이 나온다”며 “이처럼 다중자아의 표현이 훨씬 신장된 기술력을 통해서 현실에 가깝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우리는 메타버스에서 여러 부캐들을 만들며, 또 다른 자아의 실현을 추구할지도 모른다. 이는 자칫 희망 없는 현실에 대한 피상적 위로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라이프 트렌드 2022」에서 저자 김용섭은 그런 의미에서 현실세계에서 약자로 살아가는 10~20대가 제한된 조건을 극복하고 주도권을 쥐고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말한다”며 “그들에게 제페토, 로블록스, 이프랜드, 게더타운과 같은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단순히 놀이 공간이 아니라 경제활동의 공간이라는 것이다(179). 앞으로 메타버스는 게임과 경제뿐 아니라, 교육 및 종교 영역에서도 새로운 자아들이 참여하는 매일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재감테크와 다중자아라는 측면에서 메타버스는 교회에 어떤 효능성을 줄 것인가? 메타버스와 교회교육, 예배를 연계시키는 시도는 계속 나오고 있고, 관심 또한 더욱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효능성은 현실적 기술 발전에 종속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세를 보이게 되면 당분간 그야말로 ‘실재감’을 실제로 경험하려는 보상욕구가 높아지고, 더불어 메타버스 기술의 실질적 발전도 더디어지면 관심의 버블이 꺼질 우려가 크다”며 “메타버스의 세계는 부캐와 아바타들이 활동하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예배에 메타버스를 접목할 경우 나의 부캐나 아바타로 참여하는 예배가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요 4:24)가 될까”라고 물었다.

김 교수는 “그리스도인은 본래 현실 세계를 그 이상의 세계적 조망에서 해석하고 살아가는 존재”라며 “기독교 전통을 보면,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 나라와 지상 나라를,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영적 통치와 세속 통치의 두 왕국론을 설파했다. 메타버스를 이러한 신학 전통과 연결시키는 것은 억지스럽지만, 적어도 눈에 보이는 세상 그 너머를 바라보는 상상력에서 그리스도인은 뛰어난 내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에 이르게 하는 성령은 그의 나라를 섬기는 소명을 각자의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은사를 주신다”고 했다.

아울러 “메타버스를 통해서 다중자아를 재발견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의 풍성한 활용과 연결되리라 본다. 지금까지는 나의 다른 은사들을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영역이 현실에서 무척 제한되었다면, 메타버스는 은사를 펼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리라 기대한다”며 “메타버스의 시대를 위해서 기독교 공동체가 준비할 것은 첨단 기술을 기웃거리는 것보다, 새로운 플랫폼에 적합한 세계관과 내러티브를 구상하며, 사람들이 각자의 건강한 자아와 은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리라. 자아와 은사의 재발견과 정립은 지금 당장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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