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방역체계가 사실상 ‘자율 방역’으로 전환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이미 국가적으로 관리 통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수는 한 달 전만 해도 하루 3천∼4천명대에 머물다 우세종에서 지배종으로 자리 잡은 뒤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하루 6만명 대에 육박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달 말에는 하루 확진자가 13만∼17만 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급격한 확산은 곧 이에 대응하는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도 결을 같이한다. 전문가들과 정 청장이 우려한 대로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대를 훌쩍 넘어서면 사실상 정부가 손을 쓸 수 있는 방안도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할 테니 덜 위험한 사람은 각자 알아서 하라는 게 방역체계 전환의 골자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방역체계가 사실상 ‘셀프 방역’으로 전환하게 된 것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한 대안이라기보다는 감당할 의료 대응 역량이 거의 소진됐다는 걸 의미한다. 더는 감당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방역체계를 개편한 것이지 감염 확산의 고리를 끊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가 확정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이제 60세 이상과 50대 기저질환자가 아니면 확진자라도 산소포화도측정기 등 재택치료 키트를 제공받을 수 없다. 보건소 등이 맡았던 자가 격리자에 대한 감시도 없어졌다. 문제는 방역 당국이 알아서 치료하라고 한 저위험 확진자가 재택치료자 20만여 명 중 무려 85%인 17만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 많은 사람을 본인 스스로 치료하라는 건 사실상 방역 포기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세계에서 가장 모범으로 평가받는 ‘K방역’의 성과를 이뤘다”며 자화자찬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일상회복으로 가는 마지막 고비”라며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주신다면 더 빠르게 일상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방역 대응 역량이 고갈돼 국민 각자가 알아서 방역해야 하는 위기가 닥쳤는데도 대통령의 눈에 ‘K방역’ 성과만 보인다면 할 말이 없다. 방역 실패에 고개를 조아리기는커녕 정부를 믿어달라는 말도 국민의 눈높이와는 너무나 격차가 커 보인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한 후 만 2년이 지나도록 정부가 한 일이라곤 방역을 빌미로 통제를 일상화한 게 거의 전부라 할 정도다. 문 대통령이 “터널의 끝에 와 있다”고 할 때마다 걷잡을 수 없는 대유행이 시작되곤 했다. 통제 일변도의 주먹구구식 정치 방역이라도 꾹 참고 견딘 국민 앞에 코로나19 종식의 기대와 희망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교인 중에 확진자가 한두 명만 나와도 교회시설 전체를 강제 폐쇄 조치하던 정부가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늘어나자 알아서 검사하고 확진돼도 스스로 치료하라는 소위 ‘셀프’ 방역체계로 전환했다는 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당장 눈에 띄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60세 이하는 증세가 있어도 선별진료소 등에서 PCR 검사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약국에 가서 자가 검사 키트를 사서 자가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 자가 검사 키트가 양성을 음성으로, 음성을 양성으로 잘못 인식할 확률이 최대 40%라고 한다. 자가 검사 결과만 믿고 안심했다가 나도 모르게 ‘슈퍼 전파자’가 되면 그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감염병 예방·방역조치를 위반해 감염병을 확산시키거나 확산 위험성을 증대시킨 자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지출된 비용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있다. 또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입원·격리 등의 조치를 위반, 타인에게 감염병을 전파한 경우에는 가중 처벌도 할 수 있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 자가 검사한 결과 양성인데도 음성으로 측정돼 안심하고 활동하다 주변에 바이러스를 전파해도 당국이 3T(검사·추적·치료)’를 하지 않는 이상 누가 감염원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럼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나. 결국, 법을 무용지물로 만든 정부에 모든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방역을 각자 스스로 알아서 하라면서 사적 모임 허용 인원 6명, 식당·카페 영업시간 9시 제한 등 일상적인 통제가 여전한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당국이 추적하지 않겠다면서 식당이나 카페에 갈 때마다 QR코드나 출입 명부, 안심 전화를 해야 하는 것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의 예배 통제로 감당하기 어려운 희생을 치렀다. 지금도 그 깊은 수렁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만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지난 2년간 수많은 교회의 예배를 중단시키고 예배당을 강제 폐쇄하는 도구로 쓰였다. 이 법이 정부의 방역 기능을 강화 또는 제한하는 수준을 넘어 극약 처방인 시설 폐쇄를 남발하는 결과를 초래해 일명 ‘교회폐쇄법’으로 불리게 된 건 그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이제라도 ‘3T’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자율 방역으로 공식 전환하게 된 것에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다. 비록 방역 대응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 큰 이유이지만 고위험군 관리에 ‘올인’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란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교회 예배에 유지되고 있는 수용인원의 30% 통제도 당장 철회돼야 마땅하다. 교회야말로 정부가 전환한 자율 방역을 실천할 지역사회의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통제 일변도의 정치 방역은 이미 실패했다. 이제 정부가 할 일은 규제가 아닌 협조와 신뢰 회복에 적극 나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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