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 들어 연이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재개하고 있다. 이런 군사적 위협에 유엔이 안전보장 이사회를 소집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에 들어간 반면에 군과 청와대는 위기 대응과는 거리가 먼 한가한 자세로 국민 불안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북한이 새해 들어 첫 미사일을 발사한 게 지난 5일이다. 유엔은 이런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11일 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 소집했다. 바로 그날 북한은 보란 듯이 마하10 극초음속 미사일을 또 발사하며 존재감을 한껏 뽐낸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이날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은 이전의 성능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가공할 무기로 평가됐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북은 핵무기 뿐 아니라 세계 4번째로 극초음속미사일을 보유하게 된 셈이어서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의 전체의 평화까지 위협받게 됐다.

군 당국은 지난 5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자 “성능이 과장됐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자세로 일관했다. 그러다 북한이 6일 만에 마하10 극초음속 미사일을 또 발사하자 아예 할 말을 잃은 모습이다. 거듭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성능 타령이나 하고 있는 군의 자세에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11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속도가 음속의 10배로 북한 어디에서 발사해도 단 1∼2분 만에 서울과 수도권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단순한 속도가 문제가 아니다. 일단 발사하고 나면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그 어떤 요격용 무기로도 방어가 불가능하고 사전 탐지도 어렵다는 게 진짜 문제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대변인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연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냈다. 서울과 수도권에 직접 위해(危害)를 가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북한이 연일 발사하는데 대선 걱정부터 했다. 대선은 걱정스럽고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위는 상관없다는 거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국민을 걱정한다면 적어도 국제사회와 연대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말 한 마디 정도는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11일 서울 성동구 할아버지공장 카페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혀 대조를 이뤘다. 윤 후보는 “만약 마하5 이상의 미사일이 발사되면, 거기에 핵이 탑재했다고 하면 수도권에 도달해 대량 살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분 이내다. 요격이 불가능하다”며 “조짐이 보일 때 ‘선제타격’ 밖에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윤 후보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가공할 무기로 우리의 영토를 초토화하고 우리 국민의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기 전에 이를 방지할 유일한 방법으로 ‘선제타격론’을 언급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실험에 대한 대응이란 점에서는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윤 후보가 ‘선제타격’을 언급하자마자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호전적 지도자”, “전쟁광”이라며 맹공에 나섰다. 여당이 윤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는 근거는 대략적으로 이런 거다. 첫째,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개적, 직접적으로 대북 ‘선제타격론’을 거론한 지도자는 없었는데 그걸 꺼냈으니 위험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런 무책임한 발언이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결국 국민 모두를 위기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제타격’은 윤 후보 개인의 대북 전략 구상이 아니다. 국방부가 펴낸 국방백서에도 나와 있는 우리 군의 북핵 대응 전략이다. 북한의 핵 공격 징후를 포착했을 때 발사 전에 타격하는 전략으로, 박근혜 정부 때 ‘킬 체인’이란 명칭으로 수립됐고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부터는 ‘핵·대량살상무기 대응체계’라는 이름만 바뀐 채 유지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여당이 일제히 야당 대선 후보가 거론한 ‘선제타격론’을 타깃 삼아 “호전적 지도자”, “전쟁광”이라며 총공세에 나선 것은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선 구도를 ‘평화’ 대 ‘전쟁’ 이데올로기로 끌고 갈 심산이 아니라면 말이다.

가공할 성능의 탄도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하며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쪽은 북한이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핵 폐기 요구를 거부하고 핵무장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진짜 “호전적 지도자” “전쟁광”은 야당이 아닌 북한에 있지 않은가.

국가 안보는 철통같은 유비무환의 대비태세가 갖춰지지 않으면 그야말로 모래성과 같이 한 순간에 파도에 쓸려갈 수 있다. 아무리 평화를 외쳐도 그 평화를 지킬 힘이 없을 때 돌아오는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는 세계 역사가 증명한다.

멀리 세계 역사를 들여다 볼 필요도 없다. 우리는 북한의 도발로 동족상잔의 비극적 전쟁을 겪었다. 수많은 국민과 군인, 학도병,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참전한 유엔 용사들의 피가 전국 산하에 뿌려졌다. 6.25 전쟁 때 북한은 재래식 무기로 남침을 감행했으나 지금은 핵과 미사일로 무장했다. 그런 북한이 1~2분 내에 핵탄두를 발사할 경우 우리 군이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안심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문재인 정권 들어 한반도의 평화가 현실이 아닌 환상으로 변모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새해 벽두에 북한이 쏘고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알맹이 없는 ‘종전 선언’ ‘평화 쇼’에 아직도 미련이 남은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바로 “꿈 깨”라는 거다.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는 대선 경쟁자인 윤석열 후보의 발언에 대해 “국민이 불안해하실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대북 굴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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