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의 ‘표심잡기’ 경쟁에 한층 속도가 붙었다. 이들 대선 후보들은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기독교를 비롯해 각 종교계를 찾아 종교인의 표심을 잡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새해 첫 주일인 지난 2일 주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경기도 새에덴교회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명성교회에서 각각 주일예배를 드렸다.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두 유력 대선 후보가 내로라하는 대형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한 것은 1천만 명을 헤아리는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구애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두 대선 후보의 교회 예배 참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2월 19일 부인과 함께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그에 앞서 11월 28일에는 호남지역을 방문하는 길에 광주 양림교회에 들러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경선 후보 신분이던 지난해 10월 10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아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이어 11월 21일에는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두 대선 후보가 이처럼 교회를 자주 찾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불편한 시각도 적지 않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지난해 12월 2일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전하며 “분당 우리교회에서 열심히 주님을 모시고 있다”며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 후 이 후보가 해당 교회에서 제적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후보가 교회를 찾는 배경에 대해서도 설이 구구하다. 윤 후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 후 이영훈 목사와 만나 미션스쿨인 대광초등학교 다닐 때 예배를 드린 경험을 거론하며 기독교와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은 후보 경선과정에서 손바닥 ‘王(왕)’자로 무속 논란이 일자 기독교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두 대선 후보가 어떤 목적으로 교회 예배에 참석하든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교회로서도 예배드리러 오겠다는 사람을 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 후보들뿐 아니라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기독교인들의 표심을 의식해 주요 대형교회나 지역의 대표적인 교회를 찾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교회와 교인들이 그들이 단지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렸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움직여 선뜻 표를 줄 리 만무하다. 교인 중 일부가 일종의 동질의식과 친근감을 느끼게 될 수는 있겠으나 그렇다고 반드시 표심으로 연결된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과거에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라는 말이 있었다. 1950~60년대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고무신, 막걸리를 돌리던 데서 나온 말이다. 당시에는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이나 정책을 알아보고 투표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대라 출마자들이 동네에 막걸리를 돌리고 고무신, 주전자 같은 생필품을 주며 한 표를 부탁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천 불에 달한 지금은 경제 소득 수준과 함께 유권자 의식도 높아져 선거법에서 금지한 행위가 많이 근절되었다. 아직도 일부 공직자 선거에서 고질적인 매표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나 높아진 유권자의 의식으로 점점 구태 행위가 발 디딜 틈이 없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유력 대선후보들이 단순히 교회에 자주 얼굴을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기독교인들이 표를 줄 거라고 계산한다면 착각이다. 누가 기독교인 흉내를 더 잘 내느냐가 아니라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만한 자질과 소양, 인격, 리더십을 두루 갖췄는가가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두 대선 후보는 남에게 보여지는 ‘이미지’ 경쟁이 아니라 진정한 정책 경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올해 교계의 핵심 과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무너진 예배 회복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안) 등 반인권 악법 대응이 될 전망이다. 특히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대선 후보들이 이런 문제에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 후보 본인의 생각뿐 아니라 공약으로 내놓도록 하고 검증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해졌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1월 8일 한교총을 예방한 자리에서 “(차별금지법은) 당면한 현안이거나 긴급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야 하는 방향을 정하는 지침 같은 것”이라며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민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11월 29일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열린 ‘광주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고,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11월 25일 서울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총회에서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을 막겠다고 하는 차별금지법이라도 개별 사안마다 신중하게 형량 결정이 안 돼서 일률적으로 가다 보면 개인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생긴다”며 사실상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걸 정리하면 이재명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윤석열 후보는 개인의 자유 침해 부분을 지적하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후보 시절에는 온갖 약속을 다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손바닥 뒤집듯 하는 현실에서 후보의 말 몇 마디로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다. 아무리 그래도 교계는 후보가 자기가 한 말을 보다 명확한 정책 공약으로 내놓도록 요구해야 할 시점이다. 최소한 기독교인 유권자의 바른 선택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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