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취현 변호사(행동하는프로라이프 사무총장)
연취현 변호사(법무법인 와이)

방역패스가 없으면 식당에 가서 부부라도 함께 식사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야말로 백신패스이다.

백신이 없으면 생활의 불편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 전 세계를 창궐한 바이러스의 공포 앞에 백신 미접종자들의 자유나 평등을 누릴 권리는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반대시위와 달리, 우리나라는 백신 부작용마저 외면할 정도의 공포가 온 나라를 사로잡고 있다.

이미 국회에 발의된 여러 차별금지법안에 의하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유로 고용 등의 영역에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는 차별이다. 또한 그 행위가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그 기준이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야기하고 그 기준의 합리성 내지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 이것은 차별로 본다. (박주민의원 차별금지법안 참조)

백신패스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에 대한 구별이나 제한은 어떨까? 학원, 도서관 등 청소년 필수 시설에 청소년 방역패스를 2월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 발표되자 전국의 학부모들은 우려섞인 반발을 하면서도 또 한편 우리 아이가 교육기회에 있어 받게 될 차별을 우려하여 백신을 맞추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청소년에 대한 백신패스 적용을 반대하는 학부모단체에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특히 정부의 인식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900만명으로 인해서 코로나의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라면,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통치질서의 유지라는 명목으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것이 자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유럽의회에서는 백신접종 여부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주요 내용은 백신접종은 의무가 아니므로 백신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과 백신접종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것으로 이미 우리나라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채용 거절, 해고 또는 여행금지가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백신의 안전성과 가능한 부작용에 대한 투명한 정보 배포도 내용에 담고 있다.

학부모단체의 인권위 진정에 대한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오늘날 실질적 평등이라는 이름의 절대적 평등이 우리 마음속에 중심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차별은 다른 것을 다르다고 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존엄한 인권을 보유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지만, 하나님 앞에 우리들 각자는 서로 다르면서도 모두 존귀한 존재인 것이다.

다시 백신패스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겼었다. 가족과 이웃을 잃은 사람도 있고, 많은 의료진들도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연히 코로나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고,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적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백신으로 인하여 고통받는 사람들과, 가족과 이웃을 잃은 사람들의 두려움에 대하여는 마치 없는 것처럼, 있어서는 안되는 것을 논하는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마땅한 것인가? 우리들은, 최소한 하나님 앞에 타인의 존귀함도 인정하는 우리들은 그래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각종 보도자료 끝자락에 살짝 언급하여 두려움을 주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에 대한 법률적 의미를 설명해보고자 한다. 코로나와 관련하여 국가가 주장하는 구상권이라는 법률용어는 광의의 구상권으로 “일방이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실질적·궁극적으로 부담하여야 할 것을 타방이 대신하여 변제한 경우, 그 타방에 대하여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를 코로나 형국에 풀어서 대입해보면, 개인에게 발생한 질병에 대하여 의료비를 지출할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방역당국의 지시를 모두 따를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아니하여 코로나를 확산시키게 되는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모두 개인이 져야 하는데, 그 비용을 국가가 먼저 지불했으니 백신 미접종자가 차후에 국가에 그 비용을 상환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논리에는 두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① 현재 방역수칙상으로 백신접종은 의무가 아니다. 앞서 유럽의회에 통과되었다는 법안에서는 이를 명시화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② 백신 미접종으로 인하여 코로나에 걸렸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확산케 하였다는 입증책임은 국가가 부담하는데, 현재 방역당국은 백신 미접종자와 백신 접종자의 코로나 확진 비율 및 중증도 비율도 제대로 공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코로나 감염경로 또한 밝혀내기를 포기한 상태이다.

백신정책을 무조건 포기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국면 2년째 연말을 맞이한 국민은 불안하다. 그리고 지쳤다. 국가는 이런 국민을 협박하기를 멈추고, 투명하게 모든 상황을 공개하여 국민이 스스로 나와 이웃, 그리고 우리 사회를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온몸으로 극복해내고 있는 국민 모두에 대한 국가의 의무가 아닐까 한다.

연취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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