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하루 확진자가 5000명을 돌파하며 ‘위드 코로나’ 위기 대응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남부 아프리카에서 시작돼 보름만에 전 대륙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는 새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국내에서도 벌써 5명이 나오는 등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전 세계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은 변이의 정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데다 기존 백신의 효과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데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의 전염력과 중증 위험도 등이 아직 뚜렷하게 파악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만 봐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 따른 불확실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는 시기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나온 결론은 일상회복 2단계 전환을 유보한다는 것과 앞으로 4주간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하기로 한다는 게 전부였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코로나 확산세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또 다른 고비”라면서 “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 단계적 일상회복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회의는 부스터샷, 즉 추가 접종을 전면화하겠다는 것 이상의 새로운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 한 달 만에 전국적인 코로나19 위험도가 ‘매우 높음’ 수준까지 치솟았는데도 이런 결론을 낼 바에야 굳이 문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할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국민은 대통령까지 나섰으니 날로 폭증하는 확진자 수, 위중증 환자 수,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는 뭔가 획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확진자 수를 줄일 대책도, 중환자실 병상에 대한 확보 대책도 없었다. 더구나 지난 한 달간의 코로나19 위험도가 ‘매우 높음’이라는 데 앞으로 2주간 더 지켜보겠다니 무대응을 넘어 무능이라는 말이 나올만하다.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코로나 확진자에 대해 재택 치료를 기본으로 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놓고도 뒷말이 많다. 위중증 환자가 아니면 스스로 자연 치료될 때까지 사실상 집에 방치하겠다는 건데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당장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은 물론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는 이웃에게까지 온갖 불편과 위험이 가중된다는 건 뻔한 상식이다. 결국, 이 또한 정부가 방역 실패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응 또한 사회적 불안감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오미크론’은 벌써 모든 대륙으로 확산한 상태고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일본에 이어 국내에서도 지난달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돌아온 부부 등 5명이 이미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의심사례까지 더하면 모두 7명이나 된다.

결과론이지만 이처럼 국내에서 ‘오미크론’의 방어 둑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가 ‘오미크론’을 의식해 내린 방역 조치라곤 지난달 28일 0시를 기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8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게 다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아프리카에서 오는 모든 여행객의 입국만이라도 막았더라면 최초 확진자의 가족과 지인 등 2차 감염은 막을 수 있었다.

위기 대응의 기본은 선제적 예방조치이다. 그런데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호들갑을 떤다.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자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서야 “오미크론 변이 유입 차단을 위해 보다 강화된 입국방역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둑이 무너졌는데 이제 와 둑을 더 높이 쌓으라니 뒷북도 이런 뒷북이 어디 있나.

정부는 지난해 초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중국인의 입국을 제한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인도에서 델타 변이가 나온 이후에도 선제적 조치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국내에서 대유행으로 번지게 됐다. 이런 뼈아픈 경험을 축적하지 않고 매번 임기응변의 땜질식 방역으론 영원히 되돌이표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국내에 ‘오미크론’ 의심사례가 처음 확인된 이후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천명을 돌파하더니 2일 0시 기준 5,266명으로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위중증 환자도 2일 733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사망자는 ‘위드 코로나’ 이후 3배로 늘어났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4년 6개월 간의 가장 큰 치적은 여전히 K-방역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2021 국민과의 대화’에서 정부의 가장 큰 성과로 K-방역을 꼽으면서 “우리 백신 접종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우리보다 접종률이 높은 나라는 세계에서 3개국 뿐”이라는 말로 K-방역의 성과를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때 정부의 오판으로 뒤늦게 백신 접종을 시작한 만큼 다른 나라를 앞지르는 백신 접종률에 고무될 만하다. 그런데 백신 접종률이 세계 3위면 뭐하나. 갈수록 위증증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판국에.

지도자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않으면 오판하기 쉽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들어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시작한 ‘위드 코로나’가 국민 모두의 희생과 인내로 쌓은 공든탑이라면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그만큼 절체절명의 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 아직도 K-방역의 몽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이제 그만 그 꿈에서 깰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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