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생수호연합 대변인 최인호
전국학생수호연합 대변인 최인호

최근 페미니스트인 후배에게 연락이 왔고, 나에게 페미니즘적 질문을 던졌다. 그 친구에게 남겼던 답변을 다듬어서 글로 남긴다. 높은 수준의 질문은 없었지만, 답변은 성평화적 이념에 충실해 있으니 읽어보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Q. 페미니즘은 성평등인데, 왜 페미니즘을 반대하시나요?

A. 페미니즘과 성평등은 다릅니다. 페미니즘은 이데올로기이고, 성평등은 가치입니다. 성평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여러 가지 이데올로기들이 있습니다. 페미니즘은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얼마든지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는 것입니다.

페미니즘의 역사를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계에서는 1, 2, 3, 4세대로 페미니즘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1세대 페미니즘은 여성 참정권 운동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2세대 페미니즘부터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레즈비어니즘을 기반으로 했고, 남성혐오를 동력으로 움직였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페미니즘은 변질된 것이 아닙니다. 페미니즘 자체가 저런 방식으로 생존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여성 참정권 운동이라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1세대 페미니즘이라고 규정지은 것이죠. 원래는 페미니즘계에서 2세대 페미니즘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시기가 사실상 1세대 페미니즘입니다.

Q.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것은 성차별적인 것 아닙니까?

A. 남성과 여성은 다른 존재입니다. 생물학적으로 그렇습니다. 이걸 부정하는 것은 과학을 부정하는 것이고, 1+1=2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Q. 평소에 '남자답게'라는 표현을 많이 쓰시던데 성차별적인 표현 아닙니까? 성역할을 고정하는 부작용이 있을 것입니다. 틴트 바르는 남자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A. '남자답게' 혹은 '여성스럽게'라는 표현이 성차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에 대한 자긍심이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남성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답게'라는 말을 당당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성이라는 성별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면 '여성스럽게'라는 표현 역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성차별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개인의 생각까지 교정하려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또한 말씀하신 대로 여성스러운 남성과 남성스러운 여성도 있습니다. 이들 역시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 역시도 남자지만 틴트를 바릅니다.

Q. 남자도 틴트를 바를 수 있다는 주장은 오히려 페미니즘적 주장 아닌가요?

A. 아닙니다. 자유주의적 주장입니다.

Q. 남성성과 여성성은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것 아닙니까?

A. 남성성과 여성성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입니다. '소년은 어떻게 사라지는가'라는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이 책에는 명문대학 연구팀들의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옵니다. 그 연구 결과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은 생물학적이고, 선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증명하고 있습니다.

Q. 많은 여성이 가부장제에 의해 억압당하고 있습니다. 많은 여성들 화장을 강요받으며 여성성을 강요받고 있지 않습니까?

A. 어떤 여성이 화장을 강요당하고 있습니까? 질문자님의 SNS 계정을 들어가 보니 말씀하신 내용과는 상반되게 화장하고, 짧은 치마를 입은 사진들이 많이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가부장제에 의해 강요받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개인의 선택입니까? 인간은 모두 미를 추구합니다. 남성들은 남성성을 과시하며 멋있어 보이고 싶어 하고, 여성들은 여성성을 과시하며 아름다워 보이고 싶어 합니다. 자기만족이라는 말로 포장되지만, 사실 번식을 위함이죠. 모두 개인의 선택이며, 본능입니다. 여학생들에게 치마 줄여 입지 말라고 해도 다 줄여서 짧게 입고 다니지 않습니까?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이것이 강요라고 생각하시면 질문자님부터 가부장제가 만든 여성성을 실천하실 것이 아니라, 탈코르셋(사회에서 '여성스럽다'고 정의해 온 것들을 거부하는 운동으로 예컨대 짙은 화장이나 렌즈, 긴 생머리, 과도한 다이어트 등을 거부하는 행위) 하시길 바랍니다.

Q. 남성성과 여성성은 남성 중심사회가 만든 프레임이자, 고정관념 아닙니까?

A. 관념이라는 것이 갑자기 뚝 하고 떨어지는 것입니까? 아니면 개개인들의 경험과 생각이 모이고 모여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만들어지는 것입니까? 사회구성원이 공감하고 있는 관념이라는 것은 역사의 발자취이며, 구성원 개개인들의 경험과 생각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파스타라는 음식을 떠올리면 무슨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까? 파스타는 어떻게 생겼고, 무슨 맛이 나는지 떠올릴 수 있지 않으십니까? 왜 그렇습니까? 살아가면서 꼬불꼬불한 면발을 소스에 버무린 음식이 파스타라는 것을 음식점 메뉴판을 통해 알게 되고, 맛을 봄으로써 파스타라는 음식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닙니까? 만약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남성 중심사회가 갑자기 뚝 하고 만들어낸 것이고 나쁜 것이라면, 질문자님 역시도 그 잣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Q. 가부장제에 의해 여성 임원 비율은 3%입니다. 이것 역시도 성차별의 증거 아닙니까? 남성 임원들이 임원 자리에 의도적으로 남성만 뽑는 것 아닙니까?

A. 가부장제가 뭔지부터 제대로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가부장제는 가정에서 아버지가 가장의 역할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정치인에 왜 여성 비율이 적은지 아십니까? 정치인이 되길 희망하는 여성이 적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기업의 임원이라는 자리는 돈 많이 벌고 좋아 보여도, 막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버티기 힘든 자리입니다. 남성 임원들이 의도적으로 임원직에 남성들만 앉힌다는 주장은 반박할 가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발언은 임원직에 앉아계신 분들에 대한 모욕인 것 같습니다.

Q. 가부장제 옹호하십니까?

A. 좀 전에 가부장제의 개념을 설명해드렸는데, 가부장제가 왜 생겨났는지도 설명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의 산업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섬유, 가발 등이 주를 이루던 한국 산업이 산업화를 겪게 되며 자동차, 중공업, 제철 등으로 주요 산업이 변했습니다. 그에 따라 남성들에게 일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일해서 돈을 벌어야 했고, 그 시간 동안 누군가는 가정을 지키며 아이들을 돌봐야 했습니다. 즉 시대적 배경에 따른 생존을 위한 역할분담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일을 하고 싶어도 가정을 돌봐야 했던 어머니들의 희생이 있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일을 하기 싫어도 일을 해서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했던 아버지들의 희생 역시 있었을 것입니다. 이는 가부장제라는 생존을 위한 역할분담 시스템에 존재했던 부당함이자, 책임이었을 것입니다. 이 시스템이 없었다면 효율성도 낮았을 것이고, 생존하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도 생존을 위한 가정 내의 역할분담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시대적 배경에 따라 역할은 언제든지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고, 그 속에서의 역할분담은 필연적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가부장제가 아닌 가분담제라고 표현합니다.

Q. 성평등 반대하십니까?

A. 저는 성평화를 추구합니다. 질문자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보며 성평등이 아닌 성평화가 정답이라는 것을 더더욱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임원에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똑같아야만 성평등한 것이라면 그것은 오히려 남성과 여성에 대한 폭력입니다. 여성들이 미를 추구하는 것이 가부장제가 만든 여성성이기에 탈코르셋을 해야 성평등한 것이라면 성평등은 잘못된 것입니다. 저는 남성과 여성의 자유의지를 기반으로 화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해답은 공산주의적인 기계식 성평등이 아닌 성평화에 있습니다.

질문자의 페미니즘 탈출을 돕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론이 '나 기분 나빠'로 끝난 것이 아쉽다. 이 토론을 하며 페미니즘과 성평화에 대한 나의 지식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글이 많은 분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페미니즘 관련 오프라인 공개토론은 언제든지 환영한다. 기본적인 토론 매너와 예의, 그리고 상식은 갖추신 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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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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