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이미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후진국’ 취급을 받고 있다. 바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대북전단금지법) 때문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지난해 말 거여의 입법 독주로 국회 통과 후 국내에서는 이른바 ‘김여정 하명법’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는 북한 주민을 외면한 최악의 ‘반(反)인권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유엔은 지난 4월 19일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의 이름으로 ‘대북전단금지법’의 재검토를 권고하는 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냈다. 이 법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19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정부는 3개월이 지난 8일에서야 “(대북전단금지법이)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만 가하고 있고, 표현의 ‘수단’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본질적인 ‘내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

정부는 ICCPR 19조 3항에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를 지목했다. 이 부분이 필요할 경우 표현의 자유 권리 행사를 제한할 수 있게 한 것이고, ‘대북전단금지법’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답변에 국제사회는 “옹색한 변명”, “황당하다” 등의 반응 일색이다.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유엔의 지적에 한국 정부가 이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반박한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동문서답’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전단을 살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하면 처벌하게 했으면서 이를 “국제적으로 허용되는 수준”이라고 답변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대북전단금지법’에 이토록 민감한 이유는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한국에서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을 제정했다는 것과 이것이 최악의 인권 폭압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이 아닌 북한 정권 핵심의 입맛에 맞춘 것이라는 데 있다. 인권변호사를 대통령으로 뽑은 나라의 정부와 여당이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 정권 중 하나인 북한 정부를 옹호하기 위해 자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법을 만들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북한 김여정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통일부는 즉각 “준비 중”이라고 답변했다. 전단 살포 단체를 처벌하라고 하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한 엄정 처리”를 다짐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지시하는 상부가 누구고 지시를 받는 하부가 누군지 헷갈릴 정도다.

문 정부는 대북전단 문제를 비롯해 북이 사사건건 트집 잡아 온 문제는 다 들어주다시피 했다. 그러고도 “머저리” “삶은 소대가리”라는 저급한 욕설을 들으며 아무 대꾸도 못했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미국 등 국제사회가 우려를 나타내자 여당 일각에서 “내정간섭”이라며 날을 세운 것과 너무나 대비된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대북 제재를 1년 더 연장했다. 최근 열린 G7, 나토 정상 회의 등에서는 ‘검증 가능한 북핵 폐기’와 ‘대북 제재 이행’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는 북한 김정은을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며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이 얼마나 북한을 끔찍하게 생각하는지는 유럽 순방 기간 내내 “코로나 백신 공급”을 계속해서 제안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작 해외에 파병된 우리 군은 백신 사각지대에서 장병 6명이 코로나 확진을 받고 80여 명이 의심 증세로 격리 조치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무대왕함에 탑승한 해군 청해부대 장병 300여 명은 지난 2월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은 채 아프리카 아덴만으로 출항했다. 국군장병에 대한 백신 접종이 4월부터 시작됐으니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난 5월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얀센 백신 55만 명분을 한국군에게 제공하기로 한 후에도 상황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게 문제다.

문 대통령이 국내도 부족한 백신을 어떻게 북한에 제공하겠다고 한 것인지, 그냥 정치적인 수사인지, 정말 북한에 백신을 줄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고 여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북한에까지 주겠다는 그 백신을 해외 파병된 장병들이 맞지 못해서 집단 확진이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국민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과 정부의 이 같은 일관된 북한 ‘편애’가 북한을 변화와 개혁의 길로 이끌어 한반도에 평화가 뿌리내린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다. 문제는 이런 실체 없는 ‘평화 퍼포먼스’가 만든 환상이 같은 민족인 북한을 점점 더 최악의 상태로 만든다는 데 있다.

북한은 매년 기독교인을 박해하는 전 세계 50개 국가 중 최악의 1위에 단골로 선정되고 있다. 그런 체제에 개개인의 인권 탄압 수준은 보편적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게 국제사회의 일치된 견해다.

그런 나라가 오로지 핵무장에 ‘올인’하며 위협을 가하는 데도 이를 제지하거나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방관, 비호, 두둔하기까지 하는 정부의 인권 수준 또한 함께 추락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 점에서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대북전단금지법’ 문제는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정부가 진실을 외면한 채 ‘동문서답’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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