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가 적용되면서 사회 전 분야가 충격에 빠졌다. 은행은 오후 3시 30분에 문을 닫고, 오후 6시가 넘으면 사적 모임도 2명 이상 모일 수 없다. 코로나19 제4차 유행이 우리 모두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일 오전 0시부터 25일 오후 12시까지 2주간 수도권에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공식 발표했다. 4단계는 새로운 거리두기의 최고, 최후의 단계로 사람 간에 접촉을 최소화하는 사실상의 ‘통행금지’ 조치나 마찬가지다.

국민 전체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 가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의 방역 예측 오판에 있다. 정부는 한 달 전부터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 체계를 4단계로 바꾸면서 7월 1일부터 거리두기 대폭 완화를 약속했다. 그러면서 술집과 클럽 등 모든 유흥시설에 대한 그동안의 규제를 사실상 다 풀었다. 규제만 푼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방역에 대한 경각심까지 다 풀어지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청와대로 5부 요인을 초청해 가진 오찬 모임에서 “K방역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방역 성과를 자랑하기에 바빴다. 대통령의 그런 발언이 있었던 직후에 하루 확진자가 800명대로 치솟는 진기한 현상이 벌어졌다.

민주노총은 코로나 제4차 유행의 조짐이 일어나는 와중에 도심 한복판에서 8000여 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총리와 질병관리청장이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을 우려하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면전에서 묵살당했다. 청와대는 민주노총의 불법시위에 대해 아무런 사전 경고도 하지 않았다.

코로나 제4차 유행에 대한 정부의 책임론이 비등하자 김부겸 총리는 “다시 한번 새로운 어려움을 맞게 해드려 거듭 사과드린다”며 자세를 낮췄다. 김 총리는 “수도권의 국민들께 다시 한번 일상을 양보하고 고통을 감내해 주실 것을 요청하는 중대본부장으로서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 입게 될 피해를 걱정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재난지원금 자급 방안과 관련해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할 것인지, 80%에만 지급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을 빚어왔다. 그러나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이로 인해 영업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 지원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실패로 입게 될 피해와 고통이 특정 분야, 특정 업종에 국한될 리 없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재난지원금 몇 푼으로 해결될 리 만무하다. 영업 손실이야 금전 보상과 세제 혜택으로 일부 가릴 수 있겠지만 신앙의 자유를 속박당하고 예배조차 규제로 묶는 바람에 입은 유무형의 피해와 희생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감히 보상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국교회는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한 지난 1년 6개월 동안 비대면 온라인예배 또는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좌석 수에 10%~30% 사이를 오가며 예배 아닌 예배를 드려왔다. 이번 수도권 4단계 조치에 따른 전면 비대면 예배만도 지난해 8월과 12월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교계는 7월 초만 해도 당국이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백신을 1회만 접종해도 예배 참석 수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한 ‘백신 인센티브’에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점과 노래방 등 유흥시설에 대한 모든 규제를 일시에 완화하면서도 예배에 대한 규제의 끈만은 놓지 않으려는 당국의 방역 편향성을 지적하면서도 ‘백신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 예배에 숨통을 트여 줄 것으로 기대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공수표가 되면서 일말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9일 한교총이 발표한 논평에는 이런 감정이 뒤섞여있다. 한교총은 “4단계에서 종교시설은 비대면에 해당하나, 생활 필수시설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방역원칙을 적용해야 하며, 그동안 확산을 막아온 종교시설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백신 접종자의 참여 등 최소한의 인원이 모인 기본 예배가 진행되는 방향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방역에 있어 얼마나 우왕좌왕하며 일관성 없는 정책의 오류를 계속하고 있는가는 선진국의 사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급속히 증가하는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의 99.7%가 백신 미접종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급속히 확산하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역시 백신 접종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백신 1차 접종률이 30%에 불과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정부의 정책 오류, 실패가 오늘의 참사를 불렀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정부를 비판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없다. 이제라도 청와대와 정부, 여야, 민간 할 것 없이 모두 다 팔을 걷어붙이고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백신을 조속히 접종할 필요가 없다”고 한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인해 국가 방역 정책에 혼선이 있었다면 과감히 책임을 묻는 것도 방역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년 전 취임사에서 “지금 제 가슴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라고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2주간 수도권에서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 시행을 발표하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일 텐데 듣는 국민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갈 지경이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 이미 살고 있는 국민에게 또다시 ‘한번도 가지 못한 길’을 가라고 등을 떠미는 격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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