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의 수장이 10년 만에 보수정당에서 배출되면서 시정의 정책적 변화와 쇄신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기독교계는 고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부터 시작된 ‘서울광장 퀴어축제’를 오세훈 시장이 전향적으로 결단해 주기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성소수자들이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를 개최하게 된 것은 고 박 전 시장이 재임하던 지난 2015년부터다. 그 전까지는 서울 홍대와 신촌, 이태원 등에서 소규모로 열리다가 서울광장으로 옮기면서 수 만 명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의 성소수자 축제로 발전했다. 교계는 성소수자들이 대한민국의 한복판인 서울광장으로 퀴어축제 장소를 정하게 된 데는 진보성향인 고 박 전 시장의 입김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퀴어축제’ 서울광장 개최 문제가 최근에 다시 이슈가 된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 간의 야권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에서 쟁점으로 부각되면서부터다. 금태섭 예비후보가 안철수 예비후보에게 퀴어축제에 참가할 의향을 묻자 안 후보는 미국의 예를 들어 서울광장 개최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다른 야당 후보들에게까지 옮겨갔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신분이던 지난 2월 2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퀴어축제’ 서울광장 개최와 관련한 질문에 “시장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오 시장의 당시 답변의 배경은 서울시에 이런 문제를 결정하는 기구가 있고 규정도 있기 때문에 시장이 마음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이 서울시에 이런 문제를 결정하는 기구라고 한 것은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그리고 관련 규정은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가리킨다. 즉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 등의 운영에 대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관련 조례를 검토해 심의하고 결정하는 게 맞다.

그러나 시민위원회가 모든 걸 마음대로 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에 따르면, 서울광장 사용 신고가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수리해야 하는데, 그 수리 주체는 위원회가 아닌 시장이다. 뿐만 아니라 시장은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거나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등의 경우, 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불수리하는 주체 역시 최종적으론 시장인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시장이 무조건 불수리를 결정할 수도 없다. 불수리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그 결정을 내리기 전에 위원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련 규정으로 볼 때 오 시장이 시민위원회의 뜻에 상관 없이 당장 모든 걸 주도적으로 처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교계도 보수성향의 시장이 당선되었다고 하루아침에 모든 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학계 전문가와 시민, 시민단체 대표, 시의회 의원 등으로 구성된 시민위원회 위원 12명이 이미 전임 시장 때 임명된 인사들이라는 점도 현실적인 장벽이다.

교계는 그러나 전체 위원 12명중 과반수인 6명이 외부에서 위촉된 인사들로 매우 편향적이라는 점 등은 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시장에 당선된 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직간접으로 견해를 밝힌 적이 없다. 다만 후보 신분으로 “큰 틀에서 성소수자를 포함해서 소수자의 인권도 보호해야하고 또 차별은 없어야 한다. 차별은 금지해야 한다는 큰 원칙에는 저도 당연히 동의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다만 오 시장이 박 전 시장이 재임시에 추진해 왔던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퀴어축제’ 문제도 일방적으로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줄 것 같지는 않다. 각계에서는 벌써부터 오 시장이 박원순 흔적 지우기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는 단순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사업의 효율성, 특히 서울시민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할지, 아니면 폐기 또는 수정할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의 이 같은 행보는 13일 첫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해 한 발언에서도 비쳐졌다. 오 시장은 이날 전체 국무위원 중 유일한 야당 인사답게 서울시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간이진단키트의 신속한 사용허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주택 가격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 등을 요청하는 등 정부 여당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런 점에서 전국 334개 대학교 3,239명의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동성애·동성혼 합법화 반대 전국교수연합’(이하 동반교연)이 13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양성평등’ 정책 강화를 촉구하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해 보인다. 교계는 보수성향의 오세훈 시장이 고 박원순 전 시장 때 시작된 ‘퀴어축제’ 서울광장 개최 문제를 비롯, 편향적인 젠더 이데올로기 정책 중단을 전향적으로 결단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런 문제의 해법이 정치적 압력행사로 읽혀 오 시장의 향후 시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지는 않을까 아직까지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우리 사회에서 균형은 공정의 추나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순간 균형이 깨지게 되고 공정은 가치를 잃게 된다. 성 소수자들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서울시민 전체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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