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샛별 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지난 11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대통령 옆에 수어통역사는 없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신년사 등 대통령이 연설할 때 많은 방송사가 중계를 한다. 그 가운데 극히 일부 방송사만 수어통역을 제공한다"면서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이 대통령의 연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등 알 권리가 박탈되는 것"이라고 했다.

필자가 이 같은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브라질이라는 나라와 비교되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지난 2002년, 한국보다 앞서 '수화 언어법'을 발표하면서, 수어가 공식 언어의 지위를 가진 나라다.

2019년 초에 열린 브라질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아주 놀라운 장면이 나왔다. 대통령보다 영부인이 먼저 연설을 했는데 이를 수어로 진행했다. 전직 수어 교사로서 브라질의 청각장애인을 배려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농인들의 권리와 언어를 존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이 내용은 SNS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우리나라 청각장애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지난해 5월 10일 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도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지 않아 농인들은 대통령 옆의 수어통역사를 보는 것이 새해 소망이라는 의견을 발표했었다. 그런데 이번 신년사에서도 수어통역사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돼 매우 유감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청각장애인이라면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한국수화언어법에는 이런 내용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제4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국수어를 교육·보급하고 홍보하는 등 농인 등의 한국수어 사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정부의 태도에 유감을 표하며, 똑같이 세금을 내고 똑같은 권리를 가진 국민임에도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고 새해가 되어도 변화 없는 이 사회에 어떠한 기대를 할 수 있을지 씁쓸하기만 하다.

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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