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장애를 마주할 때의 마음은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장벽'과 '불편함'

하지만 장애를 수용하는 삶의 자세가 어떠한가에 따라 우리가 가진 생각은 바뀔 수 있다.

우리 부부가 사용하는 언어는 보이는 언어, 수어이다. 그래서 소리의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에게만큼은 수어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삶의 일부분이 되길 바랐다.

지난 토요일이었다. 엄마, 아빠가 먹는 음식마다 다 맛있어 보이는지 가릴 것 없이 달려드는 시기를 보내는 아들 예준이와 호밀빵을 사이좋게 나눠 먹고 있었다.

"맛있어?"

고개를 숙인 채 오물오물 먹는 예준이에게 물었다.

엄마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예준이의 얼굴을 마주 보며 '수어'로 재차 물어보았다.

"(수어) 진짜 맛있어?"

그때, 내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얼떨떨했다.

"(수어) 맛있다~"

가장 좋은 사진은 눈으로 담는 것이라고 했던가. 이 순간을 동영상으로 찍지 못한 아쉬움을 글로나마 달래 본다.

자신의 입가에 작은 주먹을 양쪽으로 움직이며 웃는 예준이의 신호탄을 보며 깨달았다. 부모의 언어를 자신의 속도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예준이는 한 뼘 더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장애를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함께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쳤더니 이렇게 감동하는 날이 오게 되었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알려주느냐에 따라 차별과 불평등을 겪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한편, 장애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때 나타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한 가족이 아닌 다수의 가족이 모여 목소리를 내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장애인 부모가 가진 걱정이 기우로 바뀌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 밑에서 한 아이가 '소통하는 사회'로 한 발 짝 다가가며 성장하는 데에, 이러한 작은 변화가 큰 디딤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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