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정성밥상
할매정성밥상 양양자 어르신(제일 왼쪽) ©서다은 기자
인생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행복을 느끼고 삶의 만족을 높이면서 살아가느냐가 시대의 화두가 됐다. 또한,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가 젊은이뿐만 아니라 노인에게도 더욱 중요해졌다. 일을 통해 경제적 수입과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인 일자리에 실제로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들은 '노인 일자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군포시니어클럽에서 10년 동안 일하고 있는 이을순(76세) 어르신과 8년 동안 일하고 있는 양양자(77세) 어르신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있나요?

- 이을순 어르신: 일자리에 참여하기 전까지 집에서 살림만 하면서 살았어요. 자식들을 다 키워놓고 남편과 집에만 있으니 할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무료함을 느끼던 차에 집 근처를 지나다니다가 군포시니어클럽 사무실이 보여서 무작정 들어가서 물어봤어요. 상담을 한 후에 실버급식도우미 자리가 있다고 해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 양양자 어르신: 일자리에 참여하게 된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반찬가게를 하다가 몸이 아파서 폐업하고 군포로 이사를 왔는데, 일하던 사람이 막상 노니까 너무 심심하고 쉬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는 직접 돈을 벌 때는 헌금을 내가 원하는 만큼 드릴 수 있었는데, 자식이 준 용돈으로 생활비를 하다 보니 헌금을 평소처럼 드리는 것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군포시니어클럽에 찾아갔죠. 상담하면서 반찬가게를 했었다고 말했더니 할매정성밥상을 추천해줘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노인 일자리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시고 있나요?

- 이을순 어르신: 초기에는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실버도우미로 일을 했어요. 제가 아이들을 좋아해서 정말 즐겁게 일했죠. 그러다가 6년 전에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됐는데, 많이 허전하고 할 일이 더 없더라고요. 그래서 일자리 활동을 하면서 노인복지관, 여성회관을 다녔어요. 그때 여성회관에서 미싱, 재봉, 홈패션, 패션양재 등을 배우게 됐어요. 재봉을 오랜 기간 배우면서 잘하게 됐고, 이 일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니까 일자리를 하눔재봉사업단으로 배정해줘서 가방, 이불, 앞치마, 파우치 등 많은 생산품을 만들고 있어요. 다른 일자리도 즐거웠지만, 지금 하고 있는 재봉 일이 정말 즐거워요.

- 양양자 어르신: 처음에 할매정성밥상으로 일자리를 배정받고 계속 이곳에서 일했어요. 여기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모두 직접 만들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제 손으로 하죠. 이곳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함께 일하는 분들이 모두 가족같이 느껴지고, 정말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일자리에 참여하면서 가장 변화된 부분은 무엇인가요?

- 이을순 어르신: 첫째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어머니,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잘하세요'라고 칭찬을 들을 때면 자신감이 생기고, 무슨 일을 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살림만 하고 살면서 남편 비위 맞추고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스스로를 내세울 곳이 없었는데, 일하면서 나라는 존재를 인정받게 되니 자존감이 높아지더라고요. 그리고 둘째는 성격이 달라졌어요. 내성적인 성격이라 말을 잘 못 했는데,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하고 속 얘기도 털어놓으면서 말하는 것이 많이 편해졌어요.

- 양양자 어르신: 일하면서 더 건강해지고 날씬해졌어요. 그리고 무료하다고 이야기하는 노인들이 많은데, 저는 그런 생각할 틈이 없어요. 퇴근해서도 다음 날 메뉴에 대한 계획을 세운 후에 집안일이나 해야 할 일을 해요. 그 정도로 내 가게처럼, 내 일처럼 하고 있어요.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항상 바쁘지만, 행복하고 즐거워요.

일하는 것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이을순 어르신: 엄마가 일하는 것을 좋아해요. 아무래도 집에만 있는 것보다 낫잖아요.

- 양양자 어르신: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만 해서 자식들한테 잔소리를 듣기도 해요. 가족들은 쉬라고 하지만 일하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무리 될 정도도 아니고, 무엇보다 제 마음이 쉬고 싶지 않아요. 즐겁고 좋은데 왜 쉬어요?(웃음)

재봉하눔사업단 이을순 어르신
재봉하눔사업단 이을순 어르신 ©서다은 기자
일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 이을순 어르신: 직접 만든 제품들로 칭찬받을 때 참 보람 있어요. 재봉사업단에 왔을 때, 재단하는 것을 맡게 됐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라 막막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계속 하다 보니 이제는 '몇 cm로 잘라주세요'하면 딱 맞게 해줄 수 있게 됐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정말 즐거워요.

- 양양자 어르신: 손님들이 오셔서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가면 보람도 되고 흐뭇해요. 또 손님들이 가시면서 '고맙다, 잘 먹었다, 엄마 손길 같다'는 말을 해줄 때 제일 행복하죠.

어르신에게 일자리는 어떤 의미인가요? 노인 일자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 이을순 어르신: 일자리는 '삶의 활력소'에요. 자고 일어나면 갈 곳이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일하러 갈 때는 세수하고 머리도 단장하고 자기 관리를 하는데, 집에만 있으면 안 하게 되거든요. 장점도 정말 많아요. 집에만 있으면 시간이 너무 안 가고 하루가 긴데, 일하러 가면 '벌써 10월이야?'라고 할 정도로 시간이 잘 가요. 그리고 바깥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분들보다 훨씬 건강한 것 같아요. 이웃에 사는 분은 집에만 있으니 매일 아프다고 하는데, 저는 크게 아픈 곳 없이 일하고 있어요. 즐겁게 일하는데 돈까지 버니 일거양득이에요.

- 양양자 어르신: 일자리는 제 삶의 일부죠. 일하면 인생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없고 삶의 활력소가 돼요. 장점은 일하니까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해져서 좋은 것 같아요. 건강도 유지되고, 무엇 보다 일하러 나오면 정말 즐거워요. 코로나로 노인들이 갈 곳도 없고 너무 지루해하잖아요. 그런데 갈 곳과 일할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래서 늘 긍정적으로 살고 있어요. 그리고 조금이지만 내 손으로 직접 돈을 벌어서 쓰니까 당당해져요. 그런 면에서 노인 일자리가 참 좋다고 생각해요. 노인 일자리는 늘어날수록 좋을 것 같아요.

급여를 받으시면 어떻게 사용하시나요?

- 이을순 어르신: 생활비로 쓰기도 하고 손주가 내년에 대학 가는 데 조금이라도 보태주려고 조금씩 저축하고 있어요. 참 의미 있고, 보람돼요. 자식들에게 받는 용돈보다 일해서 받는 월급이 더 값지게 느껴져요. 자식들이 제가 버는 돈, 그 이상의 용돈을 준다 해도 직접 벌어서 쓰는 게 더 값어치 있어요.

- 양양자 어르신: 생활비로 써야 하는 곳에 쓰고 헌금도 드려요. 내 손으로 직접 버니까 쓰고 싶은 곳에 당당하게 쓸 수 있어서 좋아요. 헌금도 마음껏 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것, 그것은 노인들에게 대단히 큰 기쁨이 돼요.

일을 오래하시게 된 원동력은 어디로부터 오나요?

- 이을순 어르신: 먼저는 일자리가 있으니까 일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일하고 싶어도 일할 거리가 없으면 못 하니까요. 그래서 군포시니어클럽에 감사해요. 또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할 텐데 다행히 당뇨나 혈압도 없고 건강해서 이것도 원동력이 돼요.

- 양양자 어르신: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군포시니어클럽에 정말 고마워요. 놀면 뭐 하겠어요. 일하니까 살아있다는 느낌도 들고 참 좋아요.

일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나요?

- 이을순 어르신: 어려움은 없어요. 옛날엔 더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지금 하는 건 일도 아니에요. 일주일에 몇 번씩 나와서 짧은 시간 일하는 거라 부담도 없어요. 오히려 집에 있으면 무료해서 마음고생만 더 심해져요. 늙었지만 배울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 양양자 어르신: 일 자체가 어렵다고 느꼈던 적은 없어요. 일하는 시간도 적당하고요. 오히려 고마운 게 많아요. 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직원들이 식사하러 오면 꼭 주방에 들러서 인사하고, 갈 때도 인사해줘요. 어떻게 보면 주방에 일하는 노인의 한 명일 뿐인데 관장님과 직원들이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고 대우해주는 것이 정말 고맙게 느껴져요.

코로나19로 잠시 사업이 중단됐었는데, 어떻게 지내셨나요?

- 이을순 어르신: 올여름 너무 지겨웠어요. 복지관도 운영을 안 하고, 일자리도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니 이 긴 세월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너무 지루하고 무료하고 안 아프던 몸까지 아파지더라고요. 요즘은 사업이 재개돼서 일하러 오니까 살 것 같아요.

- 양양자 어르신: 그 시기에 일도 못 하고 교회도 못 가게 돼서 '성경을 읽자'하고 신·구약을 세 번 읽었어요. 집에서 놀았지만,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어요. 항상 바빠서 성경을 일 년에 두 번밖에 못 읽었는데, 올해는 네 번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언제까지 일자리에 참여하실 계획인가요?

- 이을순 어르신: 나이가 들어서 일을 못 하게 되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벌써 드는데 건강이 허락되면 80세까지 하고 싶어요. 그 이상도 '이제 나오지 마세요'라고 하기 전까지는 오래오래 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 양양자 어르신: 자식들이 너무 만류해서 오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앞으로 2년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