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애플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9월 17일 새벽 아이폰 모바일 운영체제 최신 버전 iOS 14 배포를 시작했다.

이번 업데이트 버전에서 가장 기대가 되었던 것은 '소리 인식으로 알림 받기' 기능이었다. 이 기능은 청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했다. 청각장애인은 주변에서 나는 소리를 듣지 못해 위험한 상황에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리 인식으로 알림 받기는 다양한 유형의 소리를 인식해 알림(진동)으로 알려주는데, 실제 인식률이 높은 편이라는 평이 있었다. 필자가 이 기능을 이용해본 결과 만족도가 꽤 높았다.

지난 18일, iOS 업데이트하고 난 저녁이었다. 퇴근하고 와서 저녁 식사를 차릴 참이었다. '위이잉' 하고 진동이 울려 스마트폰 화면을 살짝 봤다가 흠칫했다. '아기 울음소리'라는 소리 인식 알림이 떴다. 곧바로 아이 예준이가 있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행히 위험한 일은 아니었다. 단지 침대 위에서 가지고 놀던 꼬마버스 타요 장난감이 침대 밑으로 떨어져 울고 있던 것이었다.

아이폰 업데이트 이전에는 스마트폰을 멀찍이 놔두고, 식사 준비할 때는 늘 시간 간격을 둔 채 예준이 쪽으로 중간중간 돌아보곤 했다.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늘 노심초사했는데, 이번 업데이트 덕분에 그 번거로움이 줄어들게 됐다.

또 다른 경험으로 아이가 먹을 고구마말랭이를 전자레인지에 돌려뒀는데, 아이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가전제품의 '삐-' 소리도 인식한 것이다. 정말 신세계를 맛본 것 같았다.

아들 예준이의 울음을 바로 알려준 기능
아들 예준이의 울음을 바로 알려준 기능 ©이샛별
아이폰의 소리 인식 기능은 설정 탭의 '손쉬운 사용'에서 설정할 수 있다. 현재 인식 가능한 소리는 12가지이며 화재 경보, 사이렌, 자동차 경적 소리, 그리고 아기 울음소리까지 인식할 수 있다.

애플은 기술을 업데이트 할 때마다 "기술의 이로움을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이란 곧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면서 "장애인이더라도 업무를 보거나, 창작 작업을 하거나, 건강을 유지하거나, 여가를 보내는 데에 있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오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기술적 이로움의 덕을 보게 되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