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도미니언』(톰 홀랜드)
도서 『도미니언』(톰 홀랜드) ©책과함께

‘서양적 세계관’ 하면 대개 ‘신 중심의 비합리적 중세를 타파하고 인간과 이성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게 된 합리적 관점’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과학적, 합리적, 휴머니즘적 사고조차 2천여 년 동안 도도히 흘러온 기독교의 저변 위에서 생겨나고 발전한 것이라면?

우리는 과연 서구 사회와 서양인의 세계관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톰 홀랜드의 《도미니언》은 이에 대해 명쾌하면서도 깊은 통찰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톰 홀랜드의 신간 ‘도미니언, 부제 : 기독교는 어떻게 서양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가 오는 14일 출간된다.

저자 톰 홀랜드는 세계적인 역사 저술가로 《루비콘》(2003)으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논픽션 분야 상인 새뮤얼 존슨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헤셀-틸먼상을 수상했다. 이후 《페르시아 전쟁》(2005), 《이슬람제국의 탄생》(2012), 《다이너스티》(2015) 등 걸출하고 묵직한 고대 제국사를 주로 집필해오면서,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일관되면서도 확장되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정평이 났다. 또한,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 《뼈 사냥꾼》 등 여섯 편의 소설을 쓴 경험은 이후의 논픽션에서도 소설 같은 스토리텔링의 토대가 되었다. 이번 책에서도 그런 면모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저자는 기독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서구 사회와 서양인의 정신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과감하면서도 우아하게, 역설적이면서도 균형 있게 다룬다.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가 전개된 과정을 파노라마 같은 조감도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널리 퍼져 있고 오늘날까지도 지속되는 기독교적 영향의 여러 흐름을 압축적으로 추적한다. 이를 위해 고대 로마부터 비틀스와 메르켈 총리까지 2500년을 21개 장으로 나누면서, 각 장을 ‘혁명’, ‘육체’, ‘우주’와 같은 핵심 키워드로 묶는다. 장마다 개별 인물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세 단락은 해당 장의 키워드로 일관된 흐름을 형성하고, 그러한 맥락이 점차 장을 거듭할수록 쌓여, 독자는 지금의 세상에까지 기독교가 미쳐온 영향력을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내가 성장한 세계의 전제 조건들(사회가 조직되는 방식과 그 사회를 유지하는 방식)은 고전고대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에서 생겨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서구 문명 속에 들어 있는 기독교의 과거에서 생겨났다. 기독교가 서구 문명의 성장에 미친 영향은 너무나 깊고 커서 마침내 우리가 숨 쉬는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 되었다. 기독교의 승리는 너무나 완벽해서 아예 기억조차 되지 않는다. 이 책 《도미니언》의 목표는 기원후 3세기에 집필 활동을 한 어떤 기독교인이 말한바 “그리스도의 홍수 같은 물결”이 흘러간 과정을 탐색하는 것”이라고 한다.

톰 홀랜드가 이 책을 집필한 동기는 그가 10대 때부터 가져온 기독교의 비합리성에 대한 의구심과, 그럼에도 서유럽인으로서 자신이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사고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이러한 ‘모순’과 ‘역설’이 곧 이 책의 서술방식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이는 책의 첫머리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십자가형은 고대 로마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경멸받은 ‘최고의 형벌’이었다. 그런 만큼 반항적인 노예에게 부과하기에 가장 적합한 징벌이었다. 그래서 예수의 처형 이후, 십자가형을 당한 사람을 신으로 숭배하는 것은 로마인들 대다수에게 매우 혐오스럽고 기괴한 일이었다. 심지어 당시 기독교인조차 ‘십자가형’이라는 형벌을 비참하게 여겨 시각적 형태로 묘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백 년 뒤 십자가형은 죄악과 죽음에 대한 승리의 상징이 되었으며, 천 년이 넘자 전 인류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헌신과 연민의 아이콘이 되었다.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될 것이다’(마태복음 20장 16절)라는 기독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그 자체로 역설이었고, 이후 모든 상하주종 관계에서 이 역설은 힘을 발휘했다. 그런데 모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500여 년 뒤, 부주의한 당국에 의해 처형된 하나님을 숭배하는 기독교 교회가, 이제 반대로 이른바 ‘박해하는 사회’를 감독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또한 기독교는 지금 이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교양이라고 주장한다. 종교와 세속의 분리, 일부일처제, 가문이 아닌 당사자 간의 의지에 따른 결혼, 법률과 과학은 물론이고, 계몽주의, 인권, 민주주의, 마르크스주의 같은 근대의 진보적 개념, 심지어 무신론에조차 기독교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지배 이데올로기인 기독교를 벗어나고자 한 근대의 운동조차, 과거 기독교의 파격적이고 혁명적인 움직임을 본딴 형국이 되고 마는 역설이 반복되어온 것이다. 이처럼 《도미니언》은 결국 서구 사회와 서양적 세계관의 근간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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