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이라는 공영방송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1박2일간 전국의 알져지지 않은 곳곳을 여행하며 복불복게임, 겨울바다 입수, 야외취침 등 게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카피가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여가생활의 소중함을 일깨운 적이 있다. 그 당시는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여행 대신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국내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재미와 여행정보까지 덤으로 선사하는 이런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교회 양대 교단이라 할 수 있는 예장 합동과 통합의 9월 총회 일정이 1박2일로 축소돼 또 다른 측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두 교단은 서로 짜 맞추기라도 한 듯 똑같이 9월 21~22일 양일간 총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두 교단은 매년 길게는 5일, 적어도 4일간 총회를 진행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교단이 총회 일정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통합은 상황에 따라 하루 만에 끝낼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큰 두 교단의 사정이 이렇다면 여타 교단은 하루 또는 반나절 만에 끝내거나 아예 올해 총회는 안 모인다고 할 교단도 나오지 않겠나 싶다.

그런데 벌써부터 걱정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아무리 코로나라는 비상상황이라 하더라도 과연 교단의 연례행사 중 가장 중요한 총회일정까지 대폭 축소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교단 관계자는 외부인사 초청 등 부수적인 일정을 줄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고 있으나 과연 하루 이틀 동안 깊이있는 정책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합동측은 지난 6월 말에 전국목사장로기도회를, 통합은 7월 초에 전국장로연합회 수련회를 각각 2박3일 일정으로 개최한 바 있다. 두 교단 모두 지방에서 이 행사를 개최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코로나 확산세가 더 심각하던 시기였다. 일부에서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두 행사 모두 각기 천여 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했어도 무탈하게 행사를 마쳤다.

그런데 교단 총회는 이런 기도회나 수련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과거에 총회 임원선거에서 거액의 금품이 오가는 등 과열 선거로 얼룩지던 때는 임원선거만 끝나면 다른 회무처리는 그냥 시간 때우는 식으로 넘어가던 때도 있었다. 지방에서 온 총대들이 서둘러 자리를 떠 좌석이 텅 비다 보니 미진안건은 임원회로 넘기고 하루 정도 일찍 파회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들어 총회는 임원선거보다는 교단의 현안을 토의하고 결정하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정책총회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104회 총회에서 합동은 총신대 문제로, 통합은 명성교회 문제로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그런데도 결론이 안나 총회 막판에 극적인 타협안이 도출되기도 했다. 올해는 국회에서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교단의 대응 방안에 대해 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무리 코로나19가 엄중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총회를 두 달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1박2일로 일정 축소를 발표한 것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하는 뒷말도 여전하다. 두 교단이 앞서 진행한 대형 집회는 2박3일간 진행하면서 교단의 역량이 총집결하는 총회를 하루 이틀 만에 끝내게 되면 그 많은 안건 처리는 부득불 총회 임원회가 떠맡을 수밖에 없다. 결국 임원회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되는 것에 따른 부작용을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정세균 총리가 한국교회만을 콕 찍어 정규예배 외에 일체의 모임을 불허하고 위반할 경우 300만 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발표했을 때 한국교회는 연합기관은 물론 교단들까지 한꺼번에 거세게 반발했다. 그 후에 정부는 기독교계와의 소통이 부족했음을 시인하고 보름여 만에 규제조치를 해제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세상과 괴리된 채 교회 혼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교단이 외부의 눈치를 보며 너무 성급하게 이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떨쳐 버리기 어렵다.

코로나로 인해 국회가 회기를 단축했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지 않은가. 즉 방역 당국에 적극 협력하는 것과 교회가 교회로서 가야 할 길을 당당히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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