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피아 터키
지난 10일(현지시각)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사용하기로 한 1934년 터키공화국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결정과 관련해 “성소피아 성격은 모스크로 규정됐고 그 외의 사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1934년 내각 결정은 법률에 어긋난다”고 판결을 내렸다. ©pixabay

1천 년간 동방정교회 본산이었던 터키 성소피아(Hagia Sophia)가 모스크로 전환되자 세계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 안에 반대와 비난의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국민들 대다수가 동방정교회인 그리스와 러시아는 물론 세계교회협의회(WCC), 바티칸 교황청이 터키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고 유네스코는 즉각 성소피아의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각)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사용하기로 한 1934년 터키공화국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결정과 관련해 “성소피아 성격은 모스크로 규정됐고 그 외의 사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1934년 내각 결정은 법률에 어긋난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슬람주의를 앞세운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성소피아 모스크 전환 청원에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세계교회협의회·교황청 “비탄과 실망” “매우 고통스러워”

이에 대해 세계교회협의회(WCC)는 11일(현지시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비탄스럽고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며 “터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종교계 간의 분열을 조장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사우카 총무는 “성소피아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사람들에게 개방과 만남, 영감의 장소였다”면서 “성소피아를 다시 대립과 갈등의 초점과 장이 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소피아가 박물관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포용과 세속주의에 대한 터키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며 “상호이해와 존중, 대화와 협력을 증진하고 오래된 적대감과 분열을 피하기 위해 성소피아의 모스크 전환 결정을 재검토할 것”을 터키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현지시간) 바티칸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요 삼종 기도회에서 성소피아에 대한 깊은 상심을 표현했다. 그는 “내 생각은 이스탄불에 가 있다”며 “성소피아를 생각하면 매우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 외에 성소피아에 대한 다른 언급은 없었지만, 그는 전날 세계교회협의회(WCC)가 터키의 결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데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성소피아가 모스크로 전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동방정교회 측도 강하게 반발했다.

동방정교회의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겸 세계총대주교는 “성소피아는 민족과 문화의 평화로운 공존과 대화, 기독교와 이슬람 간 상호이해와 연대를 의미하는 상징이자 장소였다”면서 “성소피아가 모스크로 전환될 경우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기독교인이 이슬람에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일침했다.

러시아정교회 또한 “성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정교회는 “우리는 종교인의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 성소피아는 범기독교의 성지로 모스크 전환 결정이 내려진다면 정교회 신자에게 큰 슬픔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 “성소피아 문화유산 지위 재검토할 것” 즉각 성명
유럽연합 및 각국 정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 높아

터키 정부의 결정에 대해 유네스코(UNESCO)는 즉각 성소피아 문화유산 지위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유네스코는 성명을 통해 “세계유산위원회(WHC)에 의해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은 성소피아에 대한 결정이 사전 대화 없이 진행되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다음 회의에서 (성소피아는) 심의를 받게 될 것이고 이 유적물의 보편적 가치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다면 터키 당국은 즉각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사회 및 각국 정부에서도 이번 성소피아 모스크 전환 결정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유럽연합(EU)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터키 최고행정법원의 판결과 그 기념비적 건축물을 종교청이 관리하도록 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결정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역사적으로 앙숙 관계인 리나 멘도니 그리스 문화부 장관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에 따른 오늘의 결정은 이 기념비적 건축물의 고유한 가치와 기독교적 성격을 인정하는 문명 세계에 대한 공개적 도발”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터키 정부는) 이 기념물을 세계문화유적지로 여기는 모든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는 선택을 했다”며 “터키와 그리스의 관계뿐만 아니라 유럽연합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도 반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성명을 통해 “성소피아는 종교와 전통, 역사의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의 모범 사례”라며 “성소피아의 지위 변경은 이 놀라운 문화유산이 서로 다른 종교와 전통,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로서 인류에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내부에서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와 함께 터키공화국을 세운 국부 아타튀르크의 세속주의가 퇴색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성소피아 대성당은 3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새로운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건설하면서 건립되었으며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재건되었다. 15세기에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함락되기 전까지 성소피아 대성당은 약 1천 년간 동방정교회의 본산이었다.

1453년 오스만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성소피아 대성당은 오스만제국의 황실 모스크로 개조됐다. 세계1차대전으로 오스만제국이 멸망한 후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 아타튀르크는 1934년 강력한 세속주의를 앞세워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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