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장기기증인 유가족 박상규, 김매순 씨의 모습
전시회 앞에 선 뇌사장기기증인 유가족 박상규, 김매순 씨의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기독일보] "뇌사시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한다"는 의미의 9월 9일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는 뇌사 장기기증인의 초상화 전시회를 개최했다.

오전 11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떠난 장기기증인들의 사랑을 기억하자는 취지의 초상화 전시회 ‘별 그리다’를 진행했다.

국내에 뇌사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살리고 떠난 이들은 3,436명이나 된다. 그러나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일을 실천했음에도 국내에는 이들과 유가족들을 사회적으로 예우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그림 작가 52명의 재능기부를 받아 지난 6월부터 뇌사 장기기증인 초상화 80점을 완성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전국에 있는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가족을 대상으로 모임을 가져 91명의 유가족이 직접 가족의 초상화 59점을 그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초상화 전시회를 위해 재능기부에 참여한 김보은 씨는 일본 오사카에서 이번 전시회의 취지에 공감해 그림을 보내왔다. 김 씨는 한복을 입은 기증인 故 신성현 씨의 초상화를 보내며 “생명을 살린 대단한 일을 하시고 떠난 신성현와 그 유가족들의 심정을 제가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한복을 입은 기증인의 초상화가 다가오는 추석에 가족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9명과 뇌사 장기기증인으로부터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받은 송범식 씨와 간을 이식받은 김윤수, 백건일 씨가 참석했다. 또한 2005년 각막을 이식받은 박진숙 씨와 배우 김유리 씨와 방송인 에바 씨도 자리에 함께했다.

이날 전시회에 참석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양미애 씨는 “남편이 같이 일하던 동료의 목숨을 구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며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장기기증을 통해 수많은 생명을 살린 남편의 모습을 기억해주는 이들이 있어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뇌사자로부터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받은 송범식 씨는 “아침마다 이식받은 신장이 있는 위치를 쓰다듬으며 기증인의 사랑을 마음에 되새긴다”며 “기증인의 희생으로 이어진 삶이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한다”는 소감을 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 중 일부는 이날 전시회를 찾아 가족의 초상화 옆에 편지를 부착했다. 2011년 뇌사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故 이종훈 씨의 어머니 장부순 씨는 편지를 통해 ‘세상을 떠난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장기기증을 통해 어딘가에서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위안을 받는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날 청계광장을 찾은 많은 시민들은 뇌사 장기기증인들의 초상화와 가족들의 편지를 보며 장기기증의 소중한 가치를 마음에 새겼다.

이번 전시회는 장기기증인의 유가족을 격려하고 열악한 국내 장기기증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마련되었다. 국내 뇌사 장기기증률은 인구 100만명 당 8.44명으로 미국 26명, 스페인의 35명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이 뿐 아니라 장기기증인 유가족을 예우하는 국가적 제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많은 시민들이 장기기증의 숭고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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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