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다고지

당신의 신념은 안녕하십니까?
‘장로’의 기도가 이루어져 술집이 망했다는 ‘사장’VS ‘기도한다고 가게가 망할 수 없다’는 장로
인간의 관계와 상황의 딜레마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착상
신념의 허약한 토대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치밀한 구성, 관객의 흥미와 지적 유희를 유발하는 이야기

[기독일보] 우리의 믿음과 신념의 토대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연극<페다고지>가 1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소극장협회에서 주관하는 ‘2015 연극창작환경개선 우수작품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다가오는 9월 18일(금)부터 10월 4일(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변두리 마을을 중심으로 장로와 사장, 그리고 여자가 얽혀 있는 사건과 재판을 통해 거짓 믿음과 맹신(盲信)과 미망(迷妄) 등 ‘신념’이라는 것에 대해 성찰한다.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의 삶의 태도와 신념에 대한 교육학을 역설과 아이러니의 눈으로 엿본다.

자신의 신념을 부인해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마을 어귀에 새로 들어서 성업을 이루는 술집. 교회에 오갈 때마다 술 취한 이들의 모습이 은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장로는 예배차 교회에 오갈 때마다 이 술집이 망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런데 기도 이후, 술집은 점차 손님이 줄어들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 놓이게 됩니다. 폐업을 맞게 된 술집 사장은 장로의 기도 때문에 술집이 망했다며 장로를 고소한다. 결국 장로는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져 술집이 망했다는 사장의 주장에 맞서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장로’가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믿음을 부인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소격효과를 적극 활용한 연출방식

소격효과는 브레히트가 주창한 개념으로, 관객이 배우의 연극에 몰입되지 않아야만 비판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주장에서 나온 개념이다. <페다고지>의 백훈기 연출은 이 소격효과를 적극 활용한다.

일단 관객이 가장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법정을 메인무대로 설정하고 법정 안에서 끊임없이 과거를 재연하는 것은 기본이고 배우들이 뜬금없이 악기를 연주하거나 등장인물이 공연 해설을 하기도 한다. 또한 공연 중간 중간 중심이야기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남녀의 이야기를 삽입하여 의도적으로 관객과 거리를 시도한다. 그러나 남녀의 이야기는 공연 마지막에 장로와 사장의 이야기와 합쳐지며 치밀한 구성의 끝을 보여준다. 연극이 지닌 다채로운 형식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패러디와 상징적 착상, 재현과 제시, 사실적 표현과 우화적 발상, 연극적 관습을 넘나드는 연극적 재미와 예술적 힘을 동시에 활용하는 수준 높은 연극 작품을 통해 우리 연극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관객들에게 연극의 깊은 묘미를 선사한다.

4년간 탄탄히 다져온 작품성

<페다고지>의 작가이자 연출 백훈기는 이 이야기를 2012년에 완성했다. 애초에 사회적, 정치적 상징을 염두에 두고 구한 작품이지만 그 해 워크숍을 통한 작품개발과 오픈 독회공연을 진행하면서 사회·정치적인 측면보다 우리 자신, 아니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이야기로 자꾸 여겨졌다고 한다. 그리하여 2년간 수정 과정을 거쳐 2014년 극장 봄에서 정식 공연을 올렸다. 초연 당시 방송인 안혜경씨가 트위터에 “인간의 두 심리가 참 아이러니”하다는 내용의 후기와 사진을 올려 화제 된 바 있으며, 2014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자유참가작에 선정되어 연장공연을 진행했다.

1년 만에 돌아온 페다고지는 ‘2015 연극창작환경개선 우수작품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본 공연 전에는 2015년 남해섬공연예술제 초청공연과,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쇼케이스 공연을 거쳐 더욱 단단한 공연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예술집단 페테

예술집단 페테(대표 백훈기, FETE)는 땅에 굳게 발 딛고 땅 끝까지 간다(From Earth To Earth)는 모토로 2002년에 창단된 공연예술단체이다.

창조정신, 역사의식, 축제정신을 바탕으로 연극, 무용, 퍼포먼스, 음악극 등 공연예술작품을 창작해왔다. 또한 공연예술인들의 공동체로서 학습 세미나와 창작워크숍 및 다양한 공연예술인 재교육 세미나를 진행함과 동시에 예술교육 및 지역문화사업 등 예술의 사회적 참여에도 힘쓰고 있다.

예술집단 페테는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 활동을 지향하며, 공연 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관객들과의 의미 있는 만남을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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