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이쯤되면 거의 준(準) 재난 수준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정부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메르스 종합대응 컨트롤타워를 구성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질 않고 있다.

보건의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오판과 병원의 고집으로 초기 방역에 실패한 뒤 나온 것이라 때늦은 감이 크다. 그런데도 계속된 부처 간 엇박자로 사태를 수습하기는 커녕 혼선만 더하고 있어서다.

선사 측에만 의존해 잘못된 정보를 제각각 공개해놓곤 정정하기를 반복했던 1년 전의 세월호 사태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메르스 참사는 앞으로 보름이 고비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지나친 '공포감'도 문제지만, 지금은 범(汎) 국가적 차원에서 '전염성 질병이 큰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낼 때다.

◇이번에도 인재(人災)…메르스 컨트롤타워 제 역할 할까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응을 위한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니터화면은 세종청사에서 회의 참석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2015.06.03.   ©뉴시스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지 2주가 지난 3일에서야 대통령이 얼굴을 비췄다.

뒤늦게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해 '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것을 지시했지만, 이미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뒤다. 보건당국이 격리·관찰 중인 대상자만도 1400명에 육박한다. 오산 공군기지 소속 원사 1명이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철통 같은 군(軍)마저 뚫렸다.

세월호 참사 때 국민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후진국형 구조체계였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현장에서 부처 간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급기야 무기력하고 무능했던 해양경찰청(해경)은 해체하고 재난을 통합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제는 안전할 것이다'라고 믿었던 국민들은 정부의 허술한 방역 대응을 지켜보며 또다시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는 "무차별 지역사회 전파가 아닌 의료기관 내 감염이어서 필요 이상으로 동요하거나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며 국민을 단속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지금은 TF를 중심으로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메르스를 통제·관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번 TF에는 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과장, 서울대 오명돈 교수, 한양대 최보율 교수 등 국내 내노라하는 감염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방역 실패의 책임을 따지고 들기엔 지금 상황이 너무 위급하다"면서 "국민들을 달래거나 압박할 때가 아니다.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하고 분명하게 알려 함께 수습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됐던 80대 남성이 숨지며 메르스 확산세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 설치된 임시 격리실 앞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2015.06.04.   ©뉴시스

◇전염병 경각심 높일 때

정부의 현실 인식과 민심 간의 괴리는 크다. 정부의 헛발질에 불안감만 더 커졌다. 대통령이 전날 '방안을 알아보자',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한 말도 한가한 소리로 들린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발생시 루돌프 줄리아니 당시 뉴욕 시장은 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이 자살테러로 무너지면서 수천명이 사망하고 다치고 실종돼 도시 전체가 초토화한 참혹한 상황에서 탁월한 지도력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최악의 테러에 대한 공포감을 빠르게 안정시킨 것은 리더십이었다.

대통령과 정부는 위기 속에서도 민심과 함께 해야 한다. 전염병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하는 것인 만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소란스럽게 군다' 정도의 과잉 대응도 불사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의 '주의' 단계를 높여 대응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민관 모두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증폭되는 국민의 불안감에 보건당국의 통제력이 약해지는 일도 없어진다.

국가전염병 관리체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구분된다.

주의보다 한 단계 높은 '경계'는 해외에 퍼진 신종 전염병이 국내에 유입돼 다른 지역으로까지 전파됐다고 판단했을 때 내려진다. 심각은 최고 경보 수준으로, 전염병이 전국적인 대유행으로 번졌을 때를 의미한다.

안전처는 이미 "모든 조치와 실행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을 가동하게 되는 '심각'에 준해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한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메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