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샬롬나비 회장·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자료사진

"한국교회는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면서 이 민족을 겸허히 섬겨야 한다."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오시는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대림절(待臨節, adventus, Advent)이 시작되었다. 대림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성탄절 전 4주간의 절기다. 그리스도의 오심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이에 답하기 위해 우리 현실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하면서 한국교회가 이 시대에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자성해야 한다.

대림절은 희망을 잃고 죄악과 어둠의 세력 하에 있던 인류에게 예수께서 낮고 천한 우리 몸으로, 우리의 슬픔과 아픔 가운데로 임하셔서 세상과 하나 되신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절기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의 냉혹한 생존 경쟁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믿음과 소망 그리고 사랑의 하나님 나라를 가르쳐 주셨다. 아무리 세상이 어렵더라도 우리가 기대할 수 있고 우리가 소망할 수 있는 하나님의 더 넓고 더 깊은 사랑의 은총이 우리들과 함께 있음을 증거 하시는 그런 절기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났던 대형 사고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어 놓으면서 정작 국가의 미래를 내팽겨 쳐놓고 자기들의 이익에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국회의원들, 초국가적 세력으로 경제적 부를 독점하여 윤리성의 지탄을 받는 재벌들,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회지도층의 비도덕적 행태들,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부정부패망, 깊어지는 청년실업의 문제, 시장을 통한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가져온 각박한 삶의 현실, 종교인의 본분을 아직도 다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교회지도자들로 인한 교회에 대한 차가운 냉소적인 시선, 그 어디 하나도 이 사회를 바르게 지도하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끌어 갈 정당성을 갖춘 원로들이 보이지 않으며, 이 세계는 더욱 어지러워지고 있고 사회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소위 G2의 등장과 군국주의로 회귀하는 일본 등 주변정세의 변화는 한반도 주변 국가에 대한 경계심을 더 높이게 하고 있으며, 핵으로 무장한 예측불허의 북한의 세력과 어떻게 평화의 공존과 더 나아가 통일국가로의 길을 의논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바야흐로 격변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치에서 우리 한국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 세대를 어떻게 감싸 안아야 하며 어떻게 더 선한 길로 인도해야 하는가? 우리 스스로 자성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오히려 더 그리스도의 복음이 주시는 그 능력과 그 메시지에 더 깊이 의존해야 함을 동시에 깨닫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두움 가운데 빛이 되어주시고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의존하여 이 사회를 향하여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가운데 낮고 천한 모습으로 임하신 그리스도의 나심을 통하여 다시 한 번 이 세대를 향하여 하나님이 바라시는 그런 모습으로 이 세대가 변화하기를 기대하면서 말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시대적 문제를 만나 새로운 해를 기대해야 하는 샬롬나비는 이번 대림절을 통하여 각 지도층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정치권력은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잃어서는 안 된다.

모든 정치권력은 국민들이 모아준 것이다. 국민들을 더 이상 희생제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 베어링 원양어선 참사 등 국가는 국민들을 위험사회 속에 방치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떳떳하게 모든 세계의 공동체에게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정치세력은 사회안전망을 철저히 점검하고 모든 정책을 쏟아 부어야 한다. 자기들 정당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정권창출만을 일하는 그런 소모적인 정책은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안전과 존엄스럽게 살도록 섬길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2. 힘 있는 경제주체는 경제의 바른 의미가 공생공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재벌들은 그들이 가진 경제권력이 세금과 국민들의 헌신 그리고 국가적 도움으로 주어진 것이며 더 넓게 포괄적으로는 국민들이 만들어준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계의 무대에서 경쟁하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중소기업들을 어렵게 하고 공룡처럼 자신만을 위해 부를 독점하려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힘 있는 경제주체들은 자신들의 재산이 공익을 위한 것임을 더욱 명심하여 청년실업, 노후대책 등 모든 현안에 공생적 자본주의 정신을 발휘해 주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노조들은 일부 귀족노조가 벌이는 물욕에 찌든 논쟁을 마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섬길 수 있는 열린 노조가 되어야 한다.

3. 문화주체들은 건강한 문화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화주체들은 이제 더욱 투쟁적이고 자기애적 이념들만을 따를 것이 아니라 인류 공영의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놀이문화와 공연문화조차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고발이 빗발치는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성하고 그에 따라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기를 스스로 자처하지 말고 건전한 대중문화를 확신하는 데 지혜와 노력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문화적 주체들은 모든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인간성의 발견을 목표로 낮은 자와 가난한 자 그리고 약한 자를 품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4. 한국교회는 겸손하게 이 민족을 섬길 수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물신숭배와 온갖 세속적 물욕에서 발생되는 추잡함, 맹신적 기복행위를 극복하여, 복음의 정신이 우리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바꿀 수 있도록 신앙의 생활화 운동을 전개하여야 한다. 한국교회는 물신숭배의 폐해를 극복하고, 함께 사는 공동체적 삶 속에서 혹시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정신과 가치관, 그리고 사회구조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복음의 전도만큼이나 중요하며 우리의 후손들에게 하나님의 의를 증거하는 복된 길이 될 것이다. 아직도 세습독재와 인권 침해 속에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우리의 북녘에 그리스도께서 오시기를 합심하여 기도하자. 우리의 풍요한 물자를 어려운 저들에게 보내어 나누면서 남녘의 동포애를 전달하자.

2014년 12월 5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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