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10일 새벽 0시 23분 '한국교회사의 산 증인'이자 한국 최고령 목회자로서 한 세기를 살다 소천한 고(故) 방지일 목사의 오른팔처럼 마지막까지 보필했던 영등포교회 2대 원로 김승욱 목사는 고인을 "예수 닮은 사람, 신행일치(信行一致)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13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서 만난 김승욱 목사는 가끔식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목사는 먼저 "그렇게 겸손하고 자상하고 섬기시고 베풀기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사셨다. 어디에서 초청 받으셔서 가셔도 본인이 대접하시지 대접받지 않으신다. 그야말로 이렇게 사신 분이 없으실 것이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어 "부지런하셔서 새벽이면 2~3시에 일어나셔서 기도하고 컴퓨터를 여시고 이메일을 확인하시고 좋은 글이나 사진이나 자료를 저한테 보내주셨다. 그런 리스트가 100여 명이 된다. 모든 면에서 얼마나 세심하신지 모른다"며 "기억력도 비상하시고 사무도 건성으로 보는 일이 없으셨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방지일 목사님이 낸 책이 103권인데 '본대로 들은대로'라는 조그마한 책은 23권까지 나왔는데 세계를 다니시면서 보고 느낀 것을 생각하셨다가 200자 원고지로 10장으로 늘 쓰셨다. 그것만 보면 세계여행도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심경을 묻자 김승욱 목사는 "표현할 수가 없다"며 "이렇게 말하면 불효자 같지만 친아버지 돌아가신 것보다 더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덧붙여 그는 "저를 칭찬하시지만 저는 같이 다녀서 드러나서 그렇지 간호사 출신으로 방지일 목사님의 건강과 음식을 챙기신 이혜원 권사님(방지일목사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이 정말 숨어서 수고하신 칭찬받을 분이시다"며 칭찬을 돌리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 진행된 월요목회자성경공부모임 주관 위로예배에서 설교한 양해건 목사는 "방지일 목사님은 '내 아버지 집'을 강조하셨다"며 "예수님께서 승리하고 영광스럽게도 아버지 집에 가서 면류관을 받게 되셨으니 제자들의 심정이 위로가 됐다. 제자 됐던 저희들도 영광스럽다. 이 세상에서 믿음으로 대성하시고 아버지 집으로 가셔서 면류관까지 받게 되었으니 얼마나 영광스럽냐"고 반문했다.
이어 양 목사는 "이 세상에 와서 남기신 업적이 얼마나 위대하신가. 누구도 감히 견줄 수 없을만큼 많은 업적을 나타내신 어른이다"며 "저도 오래 가깝게 지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가 받은 하나님 말씀을 100권 이상 남겨놓으셨는데 그 책을 써서 한 권 한 권 보내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에 있다 한국에 올때 방지일 목사님이 주신 책은 버릴 수 없어 책장에 가득 쌓아놨다. 어제도 방지일 목사님과 찍은 사진과 책을 보며 '이 책은 나와 운명을 같이 하는 책이다. 내가 죽기 전에는 이책이 내 책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생각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덧붙여 양해건 목사는 "어느 사람처럼 세계여행을 관광식으로 간 곳이 아니라 세계에 안 가본 곳이 없다. 한 번은 제게 '양 목사, 에스더 무덤이 어디 있는지 아나?' 하시면서 '바벨론 제국 왕비였던 사람이 무덤이 없다는게 말이 되나. 이란에 가서 봤네.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닌데...'하고 얘기하시기도 했다"며 "제가 마지막 목회를 할때 목사님이 90세가 훨씬 넘으셨을 때 찾아오셨는데 목사님 생활을 보니 감히 아무도 따라갈 수 없는 열심이 있으셨다. 90세가 훨씬 넘으셨을 때인데 자다 깨보니 불이 켜있다. 가만이 들여다보니 글을 쓰시는데 '본대로 들은대로'를 남기기 위해 쓰시는 것이었다. 그때도 '참 대단한 어른이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방지일 목사님의 업적은 한국 기독교 역사상 누구와도 견줄수 없고 비견할 수 없는 것이었다"며 "이제 그의 제자된 분들이 방 목사님의 업적을 연구하고 그 업적을 다듬어서 그가 가신 길을 따라가면서 그를 높여드리고 그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최소한의 사랑받는 제자된 도리가 아닐 것인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예배 마지막 축도한 황현교회 원로 김원태 목사는 "은혜의 복음 증거함에는 생명을 조금도 아끼지 않으셨던 방지일 목사님"이라고 회고한 후 "더 나은 본향에 안식케 하신 하나님께 찬양과 영광을 돌려 드린다. 이 세상에서 다시 볼 수 없는 허전함으로 슬퍼하시는 유가족과 우리들에게 위로와 좋은 소망을 주셔서 복음 증거의 사명을 잘 감당케 하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