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가 점령한 지역을 떠나 타 지역으로 피난 중인 카라코시 지역 주민들. ⓒTwitter.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이라크 제2의 수도인 모술을 점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도시 인근 기독교인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모술에 이웃한 기독교인 마을인 카라코시를 도망쳐 나온 주민들의 수는 1만여 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모술을 점거하고 행정력을 행사하고 있는 ISIS가 도시 내는 물론 인근 지역에서 인두세를 내지 않은 기독교인들을 공격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껴 피난 행렬에 오르고 있다고 크리스천포스트는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유엔난민국(UNHCR)의 발표를 인용해, "카라코시 지역 지도자들은 주민들이 버스, 자동차, 택시 등을 타고 마을을 벗어나 북부의 쿠르드 지역으로 피신하고 있다. 이들 주민들 중 많은 수가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현재 이들은 가족, 친척들과 함께 학교 건물이나 지역 사무소 등에 머무르고 있다. 대부분이 에르빌 인근에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이 바삐 대피하느라 집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나오지 못한 상황이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카라코시는 총 주민 수 5만 명 가량의 유서 깊은 기독교인 마을로, 모술에서 남쪽으로 30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곳의 급박한 상황을 전하면서 5만 명 주민의 대다수가 이미 마을을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카라코시에서 교사로 일했다는 한 주민은 "이제 마을에는 사람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지금 상황은 혼돈 그 자체다"고 밝혔다.

카라코시에서 교회를 지키고 있는 한 주민은 "이제 중동의 모든 테러리스트들이 여기에 모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기독교인을 '말살해(cleanse)' 버리는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교회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이곳을 뜰 것이다"고 절망적으로 말했다.

이라크에서 기독교는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한 소수종교이다. 이라크 인구의 60%는 시아파 무슬림이며, 32%는 수니파 무슬림이다. 분파 간 분쟁이 이라크 전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약자인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혼돈과 충돌로 인한 희생양이 되고 있다.

또다른 기독교인 마을인 틸키프의 지도자 바심 벨로는 "기독교인들은 이라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곳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우리가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늘 경고해 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전했다.

한편, 크리스천포스트는 지난 주 모술에서 ISIS에 의해 가족을 잃은 뒤 한 기독교인 가장이 자살한 사건을 보도하기도 했다. ISIS 요원들은 인두세를 내지 않았다며 그의 눈 앞에서 아내와 딸들을 잔혹하게 강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ISIS는 현재 기독교인 한 명 당 최소 250달러의 인두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개인의 직업과 재산에 따라서 그 액수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대개의 기독교인들에게는 납부가 버거운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주민은 "모술의 경제적 상황은 매우 좋지 않고 경제적 지원이나 일자리도 없다. 채소 가게에서 일하는 것 말고 제대로 굴러가는 일자리가 없다. 시민들은 절망한 상황이고 끼니를 잇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어떻게 인두세를 낼 수 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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