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을 맞아 10월1~9일 경기도 파주시 파주출판도시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지식문화축제 '파주북소리 2011'이 열린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번 축제는 '책 읽는 사람, 책 쓰는 사람, 책 만드는 사람이 함께하는 아시아 지식의 축제'라는 기치 아래 출판사 260여개, 저자 1천여명, 10만여명 독자가 참여해 지식의 난장을 펼친다.
파주북소리 2011은 책을 값싸게 판매하는 기존 도서행사에서 벗어나 책 자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벨문학상 110주년 특별전', '아시아 문자전', '한일고서 특별전' 등 출판문화를 테마로 한 다양한 전시, 강연, 세미나, 공연, 체험행사로 꾸며졌다.
◇눈길 끄는 '이색 전시' 풍성 =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다목적홀에서 '노벨문학상 110주년 특별전'이 열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1901년 노벨문학상을 처음 수상한 프랑스 시인 쉴리 프뤼돔부터 2010년 상을 받은 페루 작가 바르가스 요나까지 역대 노벨문학상 107명의 작품과 유품, 사진, 친필 원고 등 1천여점이 전시된다.
프뤼돔의 친필 편지를 비롯해 노인과 바다의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썼던 타자기,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친필 붓글씨도 선보인다.
또 유일한 사후 수상자인 에릭 칼펠트의 친필 원고를 직접 볼 수 있으며 양철북을 쓴 귄터 그라스가 직접 그린 부부 자화상, 낭만주의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가 마지막으로 쓴 시도 전시목록에 포함돼 있다.
전시품목의 가격만 100억여원에 달한다고 주최 측인 파주북소리조직위원회는 전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이벤트홀에서는 '책으로 신(新) 실크로드를 열다' 전시회가 열린다.
혜초, 마르코 폴로, 현장, 오렐 스타인, 장건, 정화 등 대여행자 6명이 탐험했던 실크로드의 과거와 현재를 책과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시안, 대상(隊商)과 낙타가 지친 몸을 쉬었다 가는 둔황의 오아시스, 손오공이 파초선으로 불을 껐다는 투루판의 화염산 등 동ㆍ서 문명의 교류 통로였던 실크로드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파주출판도시 틀녘출판사 사옥에서는 한일 희귀 고서와 민속자료 8천여점을 만날 수 있다.
17~18세기 일본 막부의 외교 거물이자 학자였던 아라이 하쿠세키가 1700년대 조선의 문화와 문물을 기록한 역사서 '계림래빙기'(溪林來騁紀) 미공개 필사본이 공개되며 구한말 신문인 대한매일신보 원본 1년치가 전시된다.
1940년대 축음기용 SP음반, 1900년대 초부터 1970년대까지 근ㆍ현대 교과서도 주요 전시 품목으로, 관람객은 일본 고서점들이 기증한 디자인, 건축, 만화 등 고서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밖에 아시아 40개국 문자와 관련된 출판물로 꾸며지는 아시아문자전, 설치미술 작품과 아름다운 책을 선보이는 아트(Art), 실험과 예술의 세계전도 열린다.
◇이 시대 최고 지식인 만난다 = 고은 시인과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세계적 책마을 '헤이온와이(hay-on-wye)'의 창시자 리처드 부스 등의 강연은 책 축제의 품격을 높인다.
1960년대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스 접경에 있는 평범한 시골마을 헤이온와이에 헌 책방을 열어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책마을로 변모시킨 리처드 부스는 1일 출판인과 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은 시인, 이어령 전 장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김병익 문학평론가 등 4명의 석학은 1~4일 인문학 강좌를 통해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또 권영필 고려대 미술사학과 명예교수와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민병훈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 부장 등은 실크로드에 관한 역사와 문화, 정신을 들려줄 예정이다.
한ㆍ중ㆍ일ㆍ대만의 대표 편집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대정신을 논하는 '아시아대편집자 특강', 한국 문학에 관심이 있는 해외 저널리스트들이 참여해 '글로벌 출판시장과 문학의 한류 가능성'이란 주제 아래 한국 문학의 미래를 진단하는 국제출판포럼도 열린다.
이밖에 출판도시 100여개 출판사 사옥에서 강연과 창작 워크숍이 진행되고 황석영, 성석제 등 국내 대표 작가들이 독자와 직접 만나는 시간도 마련됐다.
축제기간 출판도시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살 수 있는 북 마켓이 열리고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이벤트와 공연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김언호 조직위원장(한길사 대표)은 1일 오후 5시 파주출판도시 은석교사거리 야외 특설무대에서 풍성한 공연과 함께 진행되는 개막식에서 파주출판도시가 '아시아 책의 수도'임을 선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