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Unsplash/ludovico di giorgi

이집트 당국이 학교에서 이슬람 종교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에 반대 의견을 밝힌 콥트 기독교인 엔지니어를 체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종교적 신념과 관련한 온라인 발언을 범죄화하는 당국의 조치를 비판하며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국제기독연대(ICC)에 따르면, 이집트 국가안보국 요원들은 지난 10월 5일(이하 현지시간) 알렉산드리아에 거주하는 셰리프 와기흐 파흐미(Sherif Wagih Fahmi·41)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당국은 그가 이슬람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는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당시 사복 차림의 남성 2명은 오후 1시께 파흐미의 아파트를 찾아왔다. 이들은 가스회사 직원인 것처럼 가장해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며, 이웃 주민들의 안내로 그의 집을 찾았다.

이집트 콥트교인의 권익을 옹호하는 단체 콥트 솔리더리티(Coptic Solidarity)와의 인터뷰에서 파흐미의 여동생 에미(Emy)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녀에 따르면, 파흐미의 어린 딸은 닫힌 문 너머로 방문객들과 대화했다. 딸이 집에 다른 사람이 없고 아버지가 잠들어 있다고 말하자, 남성들은 아버지를 깨우라고 요구했다.

파흐미는 이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여동생은 파흐미가 딸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가스 요금을 정산하러 아래층에 다녀오겠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에미는 체포 당시 남성들이 영장을 소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웃 주민들은 파흐미가 건물 뒤편 골목을 따라 흰색 미니버스에 태워지는 장면을 촬영했지만, 불이익을 우려해 처음에는 가족에게 알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흐미가 귀가하지 않자 그의 아내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이후 집 주변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목격자들을 찾았고, 밤 10시께 남편이 체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족들은 지인들과 교회 사제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사제들은 파흐미가 처음 알렉산드리아 스무하(Smouha) 지역의 국가안보국 사무실로 이송됐으며, 그곳에서 일주일 이상 구금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후 파흐미는 알렉산드리아 빅토리아 지역의 몬타자 제1경찰서로 옮겨졌다.

가족들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음식과 옷 등 기본적인 생필품을 전달할 수 있지만, 면회나 전화 통화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가족들은 그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파흐미의 아내가 남편이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살 수 있도록 돈을 전달했을 때, 한 경찰관은 파흐미가 차를 마실 때 설탕 두 스푼을 넣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미는 이 발언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가족들이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사건 번호도 부여된 상태다. 그러나 변호사는 아직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가족에게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미는 파흐미가 인터넷에 허위 정보를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게시물은 이집트 교육의 이슬람화에 관한 내용이었다.

파흐미는 학교 아침 조회에서 국가를 대체해 종교적인 노래가 사용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또한 정부가 쿠타브(kuttab), 즉 코란 교육기관을 도입할 계획이며, 무슬림이 아닌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에게 코란의 약 4분의 1을 암기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 형법 제98조(f)는 종교를 이용해 선동을 목적으로 극단주의 사상을 전파하거나, 계시된 종교를 모욕하거나, 국가적 통합을 해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지난 9월 이후 이슬람 이외의 신념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14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흐미의 석방을 위해 개입한 사제들은 당국으로부터 그가 2~3주 안에 풀려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가족들은 이후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

에미는 이번 구금이 특히 콥트교인을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 정부나 자신의 신앙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경고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그녀는 독립 언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빠의 사건을 알리고 있지만, 일부 변호사들은 게시물 작성과 공개 발언을 중단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미는 자신의 오빠 외에도 종교적 견해를 이유로 구금된 아우구스틴 사만(Augustine Samaan), 로마니 가립(Romany Gharib), 사이드 아부 무스타파(Saeed Abu Mostafa)와 ‘칼라위스(Khalawis)’라는 연극과 관련해 체포된 청년 6명 등을 언급했다.

그녀는 “이집트에는 신앙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연구원 마흐무드 샬라비(Mahmoud Shalaby)는 올해 초 이집트 당국에 종교적 신념에 관한 온라인 논의를 범죄화하는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집트 당국은 종교적 신념에 관한 논의를 범죄로 규정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미는 이집트의 콥트 기독교인들과 온건한 무슬림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그녀는 “오늘 여러분의 콥트 형제에게 일어나는 일이 내일은 여러분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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