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대규모 해킹으로 중단했던 출금을 재개한 뒤 9시간 30분 동안 36억4천만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도난당한 가상자산의 약 95%를 충당했으며, 이용자에게 손실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바이낸스는 1일(현지시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일부 자산의 출금을 단계적으로 재개했다. 초기 9시간 30분간 출금액은 46억5천만 달러, 입금액은 10억1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순유출액은 회사가 제시한 보유 자산의 약 2.1%에 해당했다.
앞서 바이낸스는 지난달 29일 인터넷에 연결된 가상자산 지갑인 ‘핫월렛’이 침해돼 약 63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도난당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추가 피해 방지와 보안 점검, 시스템 복구를 위해 출금을 일시 중단했다.
◈ 피해 자산 95% 충당… 동결 자산 회수는 별도 진행
바이낸스는 보안 점검을 마친 자산과 블록체인 네트워크부터 출금을 허용하고, 이용자 수요 등을 고려해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서비스 재개 초기에는 요청이 몰려 처리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안내했다.
피해 보전에는 이용자 보호기금인 SAFU와 회사 자금을 투입했다. 회사는 도난 자산의 약 95%를 충당했으며, 남은 5%도 시장과 장외거래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잔여 자산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토큰이어서 필요한 물량을 매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탈취 자산의 동결·회수 작업도 병행했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30일 공지에서 수사기관과 블록체인 분석업체, 자산 발행사 등의 협력으로 약 30억 달러가 블록체인상에서 동결됐다고 밝혔다. 동결은 자금 이동을 막는 조치로, 자산이 거래소에 반환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회사는 초기 조사에서 노트북 침해 가능성을 확인했으나 이후 추가 침입 지점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까지 지갑 개인키가 유출됐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며, 전체 공격 경로를 조사한 뒤 사고 분석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 FBI, 북한 연계 ‘트레이더트레이터’ 활동으로 지목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31일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6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FBI는 이번 북한의 악성 사이버 활동을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로 명명했다. 이는 특정 단일 조직의 공식 명칭이라기보다 관련 공격 활동을 추적·분류하는 이름으로 사용됐다.
FBI는 미국 비밀경호국(USSS), 국세청 범죄수사국(IRS-CI)과 함께 공격자들이 탈취 자산을 주로 이더리움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후 탈중앙화 금융인 디파이(DeFi)와 즉시 교환 서비스를 거쳐 추가 자금세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와 블록체인 분석업체, 노드 운영자 등에 관련 지갑 주소를 공개하고, 해당 주소와 연결되거나 그 주소에서 유래한 자산의 거래를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레이더트레이터는 이전 대규모 탈취 사건에서도 등장했다. FBI는 2024년 5월 일본 DMM 비트코인에서 발생한 약 3억800만 달러 피해와 2025년 2월 바이비트의 약 15억 달러 해킹을 각각 북한의 트레이더트레이터 활동과 연결했다.
◈ 채용 제안으로 직원 접근… 사람을 속이는 침투 수법
이러한 공격에서는 기술적 취약점뿐 아니라 직원의 신뢰를 악용하는 사회공학적 수법도 확인됐다. FBI가 공개한 DMM 사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격자는 링크드인에서 채용 담당자로 위장해 가상자산 지갑 소프트웨어 업체 긴코(Ginco)의 직원에게 접근했다.
공격자는 채용 전 시험을 가장해 악성 파이썬 스크립트가 연결된 주소를 전달했다. 이후 해당 직원의 세션 쿠키 정보를 악용해 신분을 사칭하고 내부 통신 시스템에 접근했으며, 정상적인 거래 요청을 조작해 자산을 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 수법이 바이낸스와 바이비트 사건에도 동일하게 사용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바이낸스의 전체 침입 경로는 조사가 진행 중이며, DMM 사건에서 확인된 채용 위장 수법과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FBI는 북한이 정권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사이버 범죄와 가상자산 절도를 활용하는 활동에 국제 공조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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