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바롭스크 법원이 박태연 선교사에게 ‘집단 불법 이주 조직’과 ‘체류지 허위 등록’혐의를 인정해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했다. 은퇴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지난 1월 러시아 당국에 체포돼 지금껏 이민자 구금시설에 억류해 온 박 선교사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한 것을 두고 ‘종교 탄압’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 선교사는 한국어린이전도협회 소속으로 지난 1993년부터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선교 활동을 해왔다. 70세 은퇴를 앞두고 귀국을 준비하다 지난 1월 러시아 경찰에 체포돼 9개월간 구금된 그는 수차례 재판이 연기된 끝에 최근 열린 재판에서 5년 8개월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러시아 당국이 박 선교사에게 씌운 건 불법 밀입국과 체류를 조직적으로 지원한 혐의다. 그렇다면 단순히 한두 사람의 입국이나 체류를 도운 게 아니라 조직적인 범죄에 가담했다는 건데 법원은 구체적인 양형 이유와 법적 근거도 공개하지 않은 채 형량을 선고했다. 실제 동원된 인원, 모집 방법, 수익 관계, 구체적인 피해자 규모 등 범죄를 구성할만한 증거도 대지 않고 범죄 혐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범죄 뒤집어씌우기 의도가 의심된다.
러시아 법원이 박 선교사에게 중형을 선고한 배경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가 소속된 어린이전도협회를 러시아 당국이 불법 단체로 규정한 것과의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210여 개국에서 어린이에게 복음을 전하는 순수 선교기관을 불법 이적 단체로 규정한 것부터가 기독교 선교를 체제 위협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박 선교사의 어떤 활동을 불법 밀입국과 체류를 조직적으로 도왔다고 판단한 건지 알려면 법원 판결문부터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 내용을 분석해 항소심을 대비하되 기독교 선교를 탄압할 목적이 분명하다면 유엔 등 국제 인권기구에 러시아에 대해 종교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행동이 요구된다. 아울러 외교부부터 국민 보호를 위한 외교적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난 2월부터 박 선교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진행해 온 순교자의 소리(VOMK)는 한국인 4000여 명과 러시아, 미국, 일본, 브라질, 짐바브웨 등 세계 각국에서 1000명 이상의 서명지를 접수해 석방 촉구 탄원서와 함께 서울 주재 러시아대사관에 전달하는 등 구명 운동에 돌입했다. 외교부도 우리 국민이 타국에서 수개월째 억류당하는 현실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평생 가난한 어린이들을 도와온 70세의 여 선교사에게 감사장을 주지는 못할망정 ‘집단 불법 이주 조직’ 범죄의 낙인을 찍어 감옥에 가둔 러시아를 비난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최근 러시아, 북한, 중국이 밀월 관계 속에서 종교 탄압을 가속화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냐. 스스로 체제 유지를 위한 불안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하나님을 대적하는 권력이나 체제가 지속된 사례가 없다. 한국교회가 박 선교사의 무사 귀환과 함께 러시아 내에서 핍박받는 기독교 공동체를 위해 중보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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