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장관은 지난달 21일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를 북한의 공격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된 건 우리 군 당국과 유엔사가 지난 21일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명백한 도발 행위로 규정한 걸 통일부 장관이 못 믿겠다는 식으로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를 하거나 인정하기는커녕 우리 정부를 항해 연일 조롱의 말과 함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이 통일부가 불쑥 대북 의료지원 구상을 발표하면서 국민 여론을 들끓게 했다.
이 사안이 국제사회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연설에서 차지훈 주유엔 대사는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북한 측 대표는 정 통일부 장관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한국 당국자도 지뢰 폭발이 북한의 고의적인 공격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반박했다.
북한은 정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을 꼬투리 삼아 자기들이 저지른 도발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 김여정이 “한국의 관리 정동영도 이번 ‘지뢰 폭발 사건’을 우리 공화국의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스스로 고백했다”는 담화를 발표했을 정도다.
지뢰 폭발 사고는 북한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의도적으로 매설한 군사 도발로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유엔사도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정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두둔하는 바람에 국제사회에서까지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말았다.
정 장관이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한 일이라곤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부르고 북한 김정은이 주창한 남북 ‘두 국가론’을 옹호한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탈북민’을 개념조차 모호한 ‘북향만’으로 바꿔 불러 탈북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는 것도 그가 자초한 일이다.
야당은 정 장관의 무책임한 발언이 북한의 선전 도구로 쓰이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하며 정 장관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장병이 북한이 매설한 지뢰 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도 “불의의 사고”라고 하고 북한이 막말로 모욕하는 데도 저자세로 일관하며 국민적 갈등을 유발하는 이유를 알 길이 없지만 이런 사람에게 남북의 평화적 통일 업무를 어떻게 맡기겠나. 그의 행보 어디에서도 통일부가 존속해야 할 이유와 명분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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