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과학연구원(회장 민성길, 성과연)은 지난 19일 한신인터벨리에서 9월 월례강좌 ‘PC의 실체와 종말’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노태정 대표(노태정 TV)는 서구 문명을 세운 가치관과 이를 파괴하려는 정치적 올바름(PC)의 본질, 그리고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변화와 대한민국의 현실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노태정 대표는 “서구 문명은 인종, 종교, 언어가 아닌 ‘가치관(ideas)’에 기반하여 세워졌다”라며 “그 가치관의 핵심은 절대적 도덕과 보편적 인권, 자유의지 등을 파생시킨 ‘예루살렘의 계시(종교)’와 이성을 활용해 선(virtue)을 추구하는 ‘아테네의 이성’의 결합”이라고 했다. 특히 고대 그리스 철학의 목적론을 언급하며 “플라톤이 말한 ‘동굴의 비유’처럼 이성을 활용해 지식의 빛을 동굴 속으로 가져오는 것이 인간의 핵심 의무였다”라고 했다.
노 대표는 “이러한 사상은 토마스 아퀴나스를 거쳐 이성으로 자연 법칙을 탐구하는 과학 혁명으로 이어졌고,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존 로크의 자연법을 통해 미합중국 건국의 근간이 됐다”라고 했다. 그는 안토닌 스칼리아 연방대법관의 말을 인용하며 “18세기 미국의 국부들은 정부에 관한 새로운 과학(new science of government)을 만들어 낸 ‘천재들의 시대’를 살았다”라며 “미국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가치관에 기반해 세워진 신조형 국가(credal nation)이며,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unalienable rights)를 부여받았음을 독립선언서에 명시했다”라고 했다.
이어 미국의 헌법 설계에 담긴 인간관을 강조했다. 노 대표는 “토마스 제퍼슨은 ‘인간에 대한 신뢰는 더 이상 언급하지 말고, 헌법이라는 사슬로 정부의 해악을 묶어 둬야 한다’고 했고, 제임스 매디슨은 ‘만약 인간이 천사라면 정부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라며 “권력의 분산과 견제, 균형을 통해 일부러 고착상태(gridlock)를 만들어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인 “정서와 교육적 배경을 놓고 본다면, 저는 미국인입니다”라는 대목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역시 이 위대한 자유의 가치와 맥을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문명을 파괴하려는 세력의 움직임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이어졌다. 노 대표는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문화적 헤게모니’와 ‘진지전(War of positions)’ 개념을 지적했다. 그는 “PC주의자들이 언론, 예술, 스포츠, 기업, 학계, 과학계 등을 장악한 핵심 수단은 바로 ‘재정상화(Renormalization)’”라며 “불과 20% 정도의 고집불통 소수(intransigent minority) 극단주의 세력만 힘을 합쳐도 이른바 ‘티핑 포인트’를 넘겨 급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이를 대중의 ‘뉴 노멀(new normal)’로 정착시킬 수 있다”라고 했다.
노 대표는 대학가가 문화 막시즘에 잠식된 실태를 고발했다. 그는 “2020년 하버드 크림슨 조사에서 교수의 79.7%가 자신을 ‘리버럴’ 또는 ‘매우 리버럴’하다고 응답한 반면, 보수주의자는 1.46%에 불과했다”라며 “미국 31개 주 대학 교수 약 2천 명의 정치 단체 기부 내역을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 기부 비율 차이가 무려 95대 1에 달한다”라고 했다.
과학 및 의학계의 무너진 현실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 대표는 “브라운대 교수가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발성 성불쾌감(ROGD)’이 전염되고 있다고 연구 결과를 냈다가 기존 좌파 내러티브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사퇴했다”라고 했다. 덧붙여 “미국의사협회는 ‘성별은 의사들이 신생아들에게 임시로 배정하는 것’이라 배격하고, 뉴잉글랜드의학저널은 출생 증명서에 성별 표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라며 “심지어 2026년 9월 무렵의 최신 AI 마저 생물학적 성별을 부정하도록 만들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국제 정세의 변화와 PC주의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제시됐다. 노 대표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경제적 상호협력, 민주주의의 확대, 국제기구라는 세 가지 축을 바탕으로 한 자유주의 국제질서(LIO)가 꽃피웠으나, 최근 중국의 부상과 패권 전쟁으로 붕괴하고 있다”라며 “LIO의 붕괴와 맞물려 MAGA 운동이 부상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노 대표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사상적 위협에 대해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좌파 정치인들은 과거를 폄훼하고 분열을 조장한다”라며 과거 대통령들과 유력 정치인의 발언을 조명했다. 노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3.1절에 ‘우리의 지난날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다’고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4.3 기념사에서 통일 정부 수립의 요구가 이념의 덫으로 분열을 가져왔다며 왜곡된 역사관을 보였으며, 이재명 대표는 최근까지도 ‘신친일파 척결’을 외치며 프레임을 조장하고 있다”라고 했다.
끝으로 노 대표는 벤 샤피로의 저서 ‘권위주의적 순간’을 인용하며 다수 대중의 용기를 촉구했다. 노 대표는 “권위주의 사상의 깊은 곳에는 심각한 결함인 ‘불안’이 자리 잡고 있으며, 좌파 권위주의자들이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들이 소수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밀을 숨기고 싶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침묵을 강요당했던 다수의 대중이 역사 시작 이래로 자유와 동일시되어 온 하나의 간결하고 강력한 단어, ‘그건 아니야(No)’라고 당당히 외치며 침묵을 깰 시간이 됐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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