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야생동물들을 보면서 이들이 인간보다 지혜롭고 영리하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사진을 촬영한 이유다.”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남서울대학교 아트센터 ‘갤러리 이앙’에서 야생동물 사진 ‘WILDLIFE an untamed beauty’전을 열고 있는 박여옥(52) 사진작가가 강조한 말이다.

▲ 사자들의 애정을 나누는 모습 © 박여옥
▲ 코끼리와 다른동물들의 함께 사는 모습. 야생동물들의 여유롭고 평화로운 모습에서 인간들의 싸움과 전쟁 폭력과 갈등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그의 아프리카 야생동물 사진전은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아프리카 보즈와나(Botswana)의 마운(Maun) 모래미(Moremi) 지역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촬영한 동물사진 24점을 선보였다. 그는 주로 사자, 코끼리, 치타, 기린, 얼룩말, 하마 등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의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 전시사진
▲ 전시사진 © 박여옥

26일 전시장에서 만난 박여옥 작가는 아프리카 보즈와나에서 만났던 야생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삶이 가슴 벅차게 느껴졌다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바로 이런 벅찬 감동을 사진을 통해 관객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전시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여행은 아프리카 코끼리를 보려갔다. 하지만 사자에 매료돼 사자의 삶을 내밀하게 관찰해 프레임에 담았다.

“아프리카 코끼리를 보려고 갔지만 사자에 더 관심이 갔다. 사자는 가정을 이루고 산다. 배가 고프면 함께 사냥을 한다. 새끼를 포함해 13가족이 함께 다니는 사자를 관찰했다. 그런데 한 암사자가 다쳐 홀로 물만 먹고 있었다. 스스로 사냥을 못하기 때문에 가족에게 도움이 못돼 일원에서 빠진 것이었다. 이러다 죽으면 하이에나의 먹이가 된다. 불쌍해 눈물이 났다.”

▲ 두마리의 얼룩말이 평화롭게 사랑을 나누고 있다.
▲ ㅋ코끼리 가족의 단촐한 산보 모습.

그는 사자의 말을 계속 이어갔다. “사자는 완전하게 배가 고프지 않으면 사냥을 하지 않는 동물이다. 하지만 인간은 배가 불러도 뭔가를 먹으려고 한다. 인간은 가진 것이 있어도 더 가지려고 한다. 그래서 사돈이 돈 사는 것을 배가 아파 보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사자처럼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코끼리보다 사자를 좋아하게 됐다.”

박 작가는 “아프리카 열대지방에 사는 야생동물을 보면서 이들이 영리하고 지혜롭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이런 이유로 아프리카 무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야생동물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동물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인간도 동물처럼 여유롭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최소한의 것만 가져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동물에게서 배웠다.”

▲ 전시사진

그는 “동물에게서 깨달음만 얻고, 그것으로 만족하면서 전시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지인의 권유로 사진 전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촬영한 야생동물사진 영상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작품들은 지난 2008년 아프리카 보즈와나의 한 도시인 마운 모래미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촬영했다.

▲ 박여옥 작가 © 김철관 기자

<다음은 박 작가의 작업 노트이다.>

우연치 않게 떠난 아프리카 여행
그냥 코끼리를 만나보겠다고, 어렵게 간 그곳에서 사자가족을 만났고,
수사자의 의연한 모습과 앞발에 마음을 빼앗겼다. 사자처럼
아무 욕심 없이 바람처럼 있는 그대로 살고 싶었다.

여기에서 언뜻 머리속에 떠오르는 잔상은
세상에 우연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모든 일어나는
현상들이 필연이라고 한다면,
나에게 동물을 촬영한 아프리카 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오전 10시가 지나면 섭씨 40℃가 넘으면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숨이 막히는 그곳에서 묵묵히 자기 몫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동물들.

가뭄에 물은 역겨운 똥물, 땅바닥은 갈라져 있고
뜨거운 햇빛을 가릴만한 그늘도 없는 그곳
숨이 헉헉 막히는
그곳에 무엇을 보러 갔을까?
무엇을 찾으러 갔을까?
그리고 무엇을 느꼈을까 ?

아프리카 보즈와나 야생동물보호구역
그곳에서 만났던 야생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삶을,
가슴 벅차게 느꼈던 감동들을 사진을 통해 같이 공유하고 싶었다.

그리고 또다시 갈 수 있을까?
나에게 눈길을 줬던 사자를 만나러...
코끼리를 보러...

▲ 지난 24일 열린 전시회 개최 축하행사. © 김철관 기자
▲ 박 작가가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김철관 기자

박 작가는 일본대학 예술학부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예술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2009년부터 홍익대, 배재대, 경기대에서 사진학 관련 학문을 강의했다. 지

난 2003년 ‘한밭 구례 원풍경'전(동경니콘살롱갤러리, 일본)을 시작으로 동년 ‘The roots of my soul’전(금호갤러리, 서울), 2005년 ‘Laguna의 사람들’전(동경니콘살롱갤러리, 일본) 등에 이어 이번 작품전은 개인통상 여섯 번째 개인전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국내외 그룹전에 작품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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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옥 #아프리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