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한 기독교 마을 전 시장이 1년 넘게 기소나 재판 없이 구금된 가운데, 국제 종교자유·기독교 인권단체들이 그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제기독교연대(Christian Solidarity International·CSI)는 시리아 사다드(Sadad) 마을의 전 시장 술레이만 칼릴(Suleiman Khalil·52)의 석방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칼릴은 2025년 2월 8일 자택에서 체포된 뒤 현재까지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SI에 따르면 칼릴의 체포는 아흐메드 알샤라(Ahmed al-Sharaa) 현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신정부와 연계된 무장세력으로부터 사다드 마을을 방어했던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알샤라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뒤 2025년 1월 정권을 장악했다.
CSI는 알샤라 집권 이후 시리아 기독교인들이 공격과 체포, 갈취, 납치 등의 위협에 더욱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단체는 칼릴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한편, 지지자들이 시리아 외무장관에게 그의 석방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기독교 잡지 디시전(Decision)에 따르면, 종교자유 옹호단체 연합도 지난 6월 29일 미국 국무부에 칼릴의 즉각적인 석방을 위해 개입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서한은 주튀르키예 미국대사이자 시리아·이라크 특사인 토머스 배럭에게 전달됐다.
서명에는 전 미국 상원의원이자 전 국제종교자유대사인 샘 브라운백, CSI 회장 존 아이브너, 인 디펜스 오브 크리스천스(In Defense of Christians) 사무총장 리처드 가잘 등이 참여했다. 국제종교자유정상회의, 세계참여연구소(Institute for Global Engagement), 샤이 펀드, 미국 시리아크연합, 미국 알라위트협회 등도 서한에 동참했다.
칼릴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사다드 시장을 지냈다. 재임 기간 이 마을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공격을 두 차례 받았다.
특히 2013년 10월에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누스라전선(Jabhat al-Nusra)이 사다드를 점령해 일주일간 장악했으며, 당시 기독교인 민간인 41명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칼릴은 당시 마을 방어를 조직했으며, 2015년에는 이슬람국가(ISIS)의 공격에 맞서 주민들을 보호했다. 인근 기독교 마을 알카리아타인에서는 당시 주민들이 살해되거나 납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약 10년 뒤 칼릴은 알샤라 정부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이라크전 당시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도 수감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칼릴의 가족은 그가 시리아 사회국민당(Syrian Social Nationalist Party) 소속이지만 마을 방어 과정에서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예전 알아사드 정부는 마을 방어에 성공한 이후 그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을 우려해 2016년 시장직에서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디펜스 오브 크리스천스와 CSI는 칼릴에게 변호인이 없으며, 자신에 대한 증거도 제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의 구금이 2025년 3월 13일 채택된 시리아 헌법 선언 제18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범행 현장에서 체포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사법 명령 없이 누구도 체포·구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체들은 칼릴의 건강 상태도 구금 이후 악화됐다고 전했다. 그는 홈스 중앙교도소 군사 구역에 수감돼 있으며, 가족에게 전달된 증언을 근거로 고문을 당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가족들은 칼릴에게 성경과 십자가 목걸이를 전달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이 드물게 면회를 허가받았을 때에는 여성 가족들이 히잡과 아바야를 착용해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칼릴은 교도소에서 약을 정기적으로 지급받지 못했으며, 지급된 약품 중 일부는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었다고 단체들은 밝혔다. 라마단 기간에는 금식을 강요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칼릴 사건은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도 다뤄졌다. 종교자유 옹호단체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ISIS 연합에 참여하고 있는 시리아 정부가 오히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 자신의 마을을 지킨 인물을 처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잘 사무총장은 칼릴 사건을 두고 “시리아의 새 정부가 이슬람 테러단체에 맞서 공동체를 지킨 사람들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시리아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확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라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알샤라 정부와 외교적 관계를 강화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이는 시리아의 경제 회복을 지원하고 중동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목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8일 시리아를 미국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리아는 1979년부터 해당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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