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제4회 컨퍼런스 개최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이 24일 서울 삼일교회에서 ‘최고령사회의 노인 돌봄 목회와 생명윤리 문제’를 주제로 제4회 한기윤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한기윤 제공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원장 신원하, 이하 한기윤)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며 교회가 감당해야 할 노인 돌봄의 역할과 생명윤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한기윤은 24일 오후 서울 삼일교회(담임 송태근 목사)에서 ‘최고령사회의 노인 돌봄 목회와 생명윤리 문제’를 주제로 제4회 한기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와 가족 구조의 변화 속에서 노화와 죽음, 노인 돌봄, 생명윤리 문제를 신학적·윤리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한국교회가 실제 목회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기윤은 앞서 2024년에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도전과 기회’, 2025년에는 ‘디지털 혁명이 가져올 변화’를 주제로 하계 컨퍼런스를 개최하며 한국교회가 사회 변화 속에서 직면하는 주요 과제를 신학과 기독교 윤리의 관점에서 성찰해 왔다. 올해는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상황을 배경으로 교회와 가정이 새롭게 마주하고 있는 노년과 죽음의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 초고령사회, 가족과 공동체의 돌봄 체계에 새로운 과제 던져

한국의 초고령화는 단순히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인구 구조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가족과 지역사회, 공동체의 돌봄 체계 전반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저출생과 가족 구조의 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1인 가구와 노인 단독가구가 증가하면서 과거 가족이 담당해 왔던 돌봄 기능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여기에 치매와 독거, 사회적 고립, 만성질환, 장기간의 간병 부담 등이 더해지면서 노인 개인이나 가족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사회적 과제로 확대되고 있다.

한기윤은 이러한 현실에서 노인 돌봄을 개인이나 가족에게만 맡겨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중요한 사명으로 바라봤다. 이에 따라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노인 돌봄의 신학적 토대와 생명윤리적 기준을 살펴보는 한편, 교회 현장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목회적 방안까지 함께 논의했다.

신원하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기윤의 설립 취지와 사역 방향을 설명하며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연구원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밝혔다.

신 원장은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회에서 빛과 소금으로 존재하고 살고 싶어한다”며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은 이런 당위감과 부담감을 갖고 있는 한국교회의 성도들과 목회자들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일상에서 직면하는 윤리적 문제들과 새로이 발생하는 윤리적 이슈들을 성경적으로 잘 분석해 이들에게 성경적 세계관을 제공하고 윤리적으로 바른 선택을 하고 살도록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신 원장은 “한기윤은 우선적으로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돕고자 한다”며 “목회자들에게 성도들이 직면하는 시대의 윤리적 이슈들을 신학적으로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아울러 강단에서 분명하게 설교하고 성도들을 안내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 “노화는 죽음의 또 다른 이름… 성도는 죽음을 준비해야”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제4회 컨퍼런스 개최
신호섭 박사가 ‘초고령사회가 던지는 질문 : 성경적 노화와 죽음의 의미’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한기윤 제공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신호섭 박사(올곧은교회 담임,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신원하 박사(한기윤 원장, 전 고려신학대학원 원장 및 기독교 윤리학 교수), 박민근 목사(판교 이음교회 담임)가 각각 발제자로 나서 초고령사회와 노인 목회, 생명윤리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

신호섭 박사는 ‘초고령사회가 던지는 질문 : 성경적 노화와 죽음의 의미’를 주제로 발표하며 초고령사회가 교회에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 가운데 하나로 노화와 죽음의 문제를 제시했다.

신 박사는 한국이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2017년 8월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이후 8년 만인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신 박사는 이를 두고 아이보다 노인이 두 배 더 많은 사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초고령사회가 던지는 질문과 화두는 노화와 죽음”이라며 “침울하게 말하자면 노인이 되어가는 노화는 죽어가는 과정이며, 노화는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적 관점에서 인간의 생명과 죽음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그리스도인은 육체적으로 태어난 이후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난 존재이며, 거듭난 사람에게는 그리스도의 부활에서 비롯된 새 생명의 능력과 산 소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정복하시고 다시 부활하신 생명의 능력”을 강조하며, 신자는 이 생명의 능력으로 죽어도 살며 그리스도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신 박사는 죽음을 단순히 삶의 마지막 사건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준비해야 할 대상으로 설명했다. 그는 죽음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살아 있을 때 늦지 않게 회개하고 구주 되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영접하는 것을 제시했다.

신 박사는 “일단 죽음이 우리를 영원한 상태로 옮겨가면 우리는 그 상태를 변경할 수 있도록 되돌아올 수 없다”며 “최고의 부지런함으로 죽음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죽음에 대한 준비는 육체와 정신이 온전하게 기능하는 건강한 시기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 회개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질병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순간에 하는 회개가 진정한 회개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죽음을 준비하는 다섯 가지 의무… “신자에게 죽음은 영원한 승리의 관문”

신호섭 박사는 청교도 목사 퍼킨스가 제시한 올바른 죽음의 준비를 위한 다섯 가지 의무도 소개했다.

첫 번째는 죽음에 대한 성찰이다. 죽음을 성찰함으로써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지고 죄를 뉘우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박사는 칼빈의 가르침을 언급하며 장례 행렬을 보거나 무덤이 있는 곳을 걸어갈 때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죽음을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죽음을 준비하고 내세의 삶을 사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성도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죽음의 힘인 죄를 약화시키고 죄를 죽이는 훈련이다. 과거의 죄를 겸손하게 회개하고 고백하며 용서를 구하고, 다시 죄를 짓지 않도록 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현세의 삶을 영원한 삶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생각과 소원, 육체와 영혼의 모든 기능이 그리스도의 거룩한 뜻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이 세상에 살아가는 동안 날마다 조금씩 죽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신 박사는 사도 바울처럼 수많은 위험과 환난 속에서도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기회가 있는 대로 모든 사람에게 선한 일을 행하는 것이다. 신 박사는 갈라디아서 6장 10절의 말씀과 전도서 9장 10절의 말씀을 언급하며 살아 있는 동안 주어진 시간과 기회를 선을 행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 무덤에 들어가면 그 어떤 일도 지식도 지혜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시간을 아껴 선을 행하는 사람은 임종의 순간에 깊은 위로와 양심의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박사는 결국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공포가 아니라 영원한 승리로 들어가는 관문이라고 강조했다. 고린도전서 15장에 나타난 사도 바울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고백을 언급하면서, 성도들이 영생의 소망을 확신하고 주님이 부르시는 날까지 주의 일에 힘쓰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고립사와 조력존엄사, 세속적 생명관이라는 뿌리 공유”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제4회 컨퍼런스 개최
신원하 박사가 ‘초고령 사회에서 교회의 노년 돌봄 사역과 기독교 생명윤리’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한기윤 제공

신원하 박사는 ‘초고령 사회에서 교회의 노년 돌봄 사역과 기독교 생명윤리’를 주제로 발표하며 초고령사회에서 나타나는 고립사와 조력존엄사 문제를 기독교 생명윤리의 관점에서 살폈다.

신 박사는 초고령사회가 노년의 성도들에게 던지는 두 가지 위기로 ‘고립사’와 ‘조력존엄사’를 제시했다. 그는 겉으로는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두 현상에는 공통된 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두 문제의 배경에 인간의 생명을 관계와 존엄의 관점이 아니라 경제성과 편의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세속 문화의 논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립된 노인을 방치하는 것과 고통받는 환자의 생명을 앞당겨 끊는 것은 모두 고통을 줄이기 위해 생명을 방치하거나 단축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상의 패러다임이 ‘고통의 최소화’에서 ‘방치와 조력존엄사’로 이어진다면 기독교의 패러다임은 ‘돌봄의 최대화’를 통해 공동체와 호스피스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삶의 마지막에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인간다운 기능이 약해졌을 뿐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이며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대상이라고 말했다. 심신의 기능이 쇠약해진 노인은 누군가의 돌봄이 더욱 절실한 존재이며, 그들을 환대하고 돌보는 것이 나그네와 과부, 고아를 돌보라고 명령한 성경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교회가 초고령사회를 맞아 ‘거룩한 돌봄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더욱 분명하게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한국 교회는 노년의 성도와 이웃들이 외롭게 홀로 죽어가지 않도록, 또한 죽음을 앞당기려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서로의 짐을 더욱 나눠 지는 ‘거룩한 돌봄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찬의 떡과 잔을 함께 나누는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교회가 홀로 사는 노인의 안부를 세심하게 살피고 병든 성도를 자주 방문해 곁을 지키며 생명의 온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노년 목회, 돌봄 넘어 성장과 사역을 가능하게 해야”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제4회 컨퍼런스 개최
박민근 목사가 ‘노인의 성장이 전 교회를 이롭게 하는 목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한기윤 제공

박민근 목사는 ‘노인의 성장이 전 교회를 이롭게 하는 목회’를 주제로 발표하며 노년층 목회를 단순한 보호와 돌봄의 영역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노년층 목회에 대한 고민과 실천은 선택적이지 않고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다”며 교회가 노년층에 대한 이해부터 근본적으로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교회가 ‘일하는 세대’와 ‘다음 세대’에 집중하면서 노년층 목회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고민과 실제적인 대응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때때로 위로회나 간단한 돌봄 정도로 노년 목회의 의미와 범위를 좁혀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목사는 노년의 성도들이 단순히 돌봄을 받아야 하는 세대에 머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년의 성도들 역시 영적인 갈망을 갖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교회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세대이고, 단순한 돌봄뿐 아니라 성장과 사역을 필요로 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그는 노년층의 적극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열망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하고 지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청년들의 교회 이탈 현상과 노년층 목회를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년층과 청년층을 서로 대척점에 놓자는 것이 아니라, 초고령사회와 청년층의 이탈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재 한국교회의 현실을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특정 세대에만 초점을 맞춘 사역이 아니라 전 교회적인 관점에서 목회의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의 노년 목회 역시 노년층만을 독려하는 사역이 아니라 노년의 성장과 활동이 교회 전체의 체질을 건강하게 만들고 교회 전체가 더욱 성숙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 “노년의 성장과 활성화가 전 세대에 유익”

박민근 목사는 돌봄을 넘어 노년층의 성장을 도모하는 목회적 실천으로 소그룹 활동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소그룹이 단순한 친교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라 구성원의 성장을 이루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그룹 활동을 통해 노년 세대가 자신의 정체성과 연대감을 확립하고, 자신의 삶을 단순히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여전히 성장과 기대를 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교회의 고령화를 우려하면서 그 해결책을 젊은 세대의 유입이나 다음 세대 교육 강화에서만 찾는 일반적인 접근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년층의 인격적·영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노년 목회에서도 교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년 세대가 성장하고 활성화되는 것이 교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모든 세대에 유익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청년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에도 노년 목회가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노년 목회는 단지 노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라며 노년층의 성장이 교회 전체의 성장과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고령사회라는 현실이 겉으로는 교회의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모든 연령대의 성도를 하나님께서 온전히 다스리시는 은혜의 현장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이 듦이 쇠퇴와 상실로만 인식되는 시대에 교회가 모든 나이의 성도가 하나님으로 충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 강의가 끝난 뒤에는 이춘성 박사(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진행으로 세 강연자가 참여하는 패널 대담과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종합토론에서는 초고령사회에서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노인 돌봄의 책임과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놓고 논의가 진행됐다. 특히 교의학과 기독교윤리학, 목회 실천의 관점을 서로 연결해 노년의 삶과 죽음, 고립사와 조력존엄사, 노년층의 영적 성장과 교회의 돌봄 사역을 종합적으로 논의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기윤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신원하원장 #한기윤제4회컨퍼런스 #노인돌봄 #생명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