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적 결혼관과 성윤리에 관한 견해를 표현했다가 핀란드에서 ‘혐오 발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핀란드 국회의원이 영국 정부에 입국 금지 조치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핀란드 국회의원 출신 전 내무장관인 파이비 라사넨 의원은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자유언론 관련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영국 정부가 전자여행허가(ETA)를 취소하면서 행사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라사넨 의원을 지원하는 국제 법률단체 자유수호연맹(ADF) 인터내셔널 측은 영국 정부가 지난 6월 라사넨 의원의 ETA 신청을 승인했지만, 7월 이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라사넨 의원은 지난 3월 핀란드 대법원에서 2004년 교회 소책자에 결혼과 성에 관한 기독교적 견해를 담았다는 이유로 ‘혐오 발언’ 관련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영국 의회의 ‘영국의 친구들(Friends of the United Kingdom)’ 모임에 소속된 라사넨 의원은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영국 내무장관 샤바나 마흐무드에게 입국 허가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라사넨 의원은 영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동맹국인 유럽 국가의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치인의 입국을 막은 것”이라며 “핀란드에서 기독교적 견해를 평화적으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혐오 발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국가의 검열을 받는 중대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럽인권재판소(ECHR) 제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영국이 여행 허가를 거부한 것은 인권을 행사한 데 대한 처벌이라고 주장하며 영국 정부에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라사넨 의원과 함께 교회 소책자를 출판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루터교 주교 후하나 포흐욜라도 영국 입국이 금지된 상태다. 영국 정부는 지난 6월 포흐욜라 주교의 ETA 신청을 거부했다.
라사넨 의원은 이후 정식 비자를 신청하고 마흐무드 장관에게 직접 서한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회의가 열리기 전 답변을 받을 가능성도 낮다고 밝혔다.
라사넨 의원과 포흐욜라 주교, 루터재단 핀란드는 지난 3월 유죄 판결에 불복해 유럽인권재판소에 사건을 제소했다. ADF 인터내셔널이 이들의 법적 대응을 맡고 있다.
ADF 인터내셔널의 로르칸 프라이스 변호사는 라사넨 의원에 대한 영국의 입국 금지가 그가 기독교 신앙을 평화적으로 표현한 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프라이스 변호사는 영국 정부가 지난 1년간 보수적 인사와 정치인들의 입국을 막아왔으며, 이제 핀란드 국회의원과 주교까지 그 대상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침묵으로 기도하거나 신앙을 전했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며 영국 정부가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마흐무드 장관이 라사넨 의원이 북아일랜드 행사에 직접 참석할 수 있도록 즉각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정부가 계속 침묵한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흐욜라 주교 역시 영국 입국 금지에 대해 “오웰적인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 국가에서는 종교적 소책자를 이유로 성직자가 형사 처벌을 받고, 다른 국가에서는 같은 이유로 입국이 금지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흐욜라 주교는 유럽인권재판소가 표현의 자유를 지켜주기를 기대한다며 “결혼과 성에 관한 전통적인 기독교적 견해를 평화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사이자 12명의 손주를 둔 할머니인 라사넨 의원은 2019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과 라디오 토론, 2004년 작성한 교회 소책자 등을 둘러싸고 약 7년간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검찰은 2021년 라사넨 의원을 ‘소수집단에 대한 선동’ 혐의로 기소했다. 해당 혐의는 핀란드 형법상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라는 장에 포함된 조항에 따라 적용됐다.
하급심 법원들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라사넨 의원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후 SNS 게시물과 교회 소책자에 대한 사건을 대법원에 다시 제기했다.
대법원은 2025년 10월 사건을 심리했으며, 지난 3월 대법관 5명 가운데 3대 2 의견으로 성경 구절을 인용한 SNS 게시물에 대해서는 무죄를 유지하면서도 교회 소책자와 관련해서는 라사넨 의원과 포흐욜라 주교, 루터재단 핀란드에 유죄를 선고했다. 라디오 토론과 관련한 혐의는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무죄가 유지됐다.
재판부는 해당 소책자가 “폭력을 선동하거나 이에 준하는 위협적 증오를 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죄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들에게는 각각 수천 유로의 벌금이 부과됐으며, 법원은 문제가 된 문구를 삭제하도록 명령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판결이 내려지기 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도 자신의 신념을 평화적으로 공유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라사넨 의원에 대한 기소가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판결 이후 주핀란드 미국대사관도 비폭력적인 종교적 표현을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우려스러운 선례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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