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도봉구 소재 높은뜻정의교회(담임 정재상 목사)에서 ‘제8회 미래신학포럼 BTS(Bible Theology Sermon) 공개강좌’가 개최됐다. 미래신학연구소(소장 윤철호 박사)와 높은뜻정의교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포럼은 현장 참석과 온라인(Zoom 회의,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동시 진행됐다.
전근호 박사(예본교회 담임목사)의 사회로 시작된 행사는 정재상 목사(높은뜻정의교회 담임)와 윤철호 교수(미래신학연구소 소장)의 인사말씀 및 기도로 문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단일 저자가 집필한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이하 누가-행전)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1세기 초대교회가 세상을 향해 복음을 변증하고 소통했던 방식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고찰했다.
첫 번째 강사로 등단한 이두희 박사(대한성서공회 번역담당 총무, 전 장신대 신약학 교수)는 ‘복음의 소통과 설득을 위한 누가-행전의 수사적 관심: 고전수사학의 에토스 개념과 관련하여’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 박사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복음의 능력을 상실한 것이 아님에도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고전 수사학의 에토스(Ethos) 개념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 따르면 설득의 3요소는 논리(로고스), 감정(파토스), 그리고 화자의 성품(에토스)이다. 이 ‘우리가 전하는 복음 자체는 완벽한 로고스지만, 이 진리가 가로막히는 이유는 화자의 인격과 삶의 결을 뜻하는 에토스의 부재 때문”이라며 “말은 같아도 말보다 먼저 들리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1세기 지중해 세계에서 수사학은 당대 교육의 꽃이자 가장 중요한 교과목이었다. 신약의 저자들, 특히 유일한 이방인 저자였을 가능성이 높은 누가는 이러한 수사학적 상식에 깊이 노출되어 있었으며 사도행전 곳곳에 그 흔적을 남겼다”며 “아테네 아레오바고 설교(행 17장)에서 바울이 ‘믿을 만한 증거"’라는 뜻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전문 용어인 ‘피스티스(Pistis)’를 정확히 구사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이 박사는 “바울의 주요 연설을 분석하면, 그는 치밀한 ‘에토스 쌓기’를 증명했다”며 “밀레도 고별 설교(행 20장)에서는 에베소 장로들에게 권면을 하기에 앞서, 바울은 자신이 ‘겸손과 눈물로 시험을 참은 삶’과 ‘은이나 금을 탐하지 않고 직접 일하여 본을 보인 삶’을 먼저 회고한다. 이는 청중이 메시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삶으로 자리를 닦는 수사학적 기법”이라고 했다
또한 “아그리바 왕 앞의 변론(행 26장)에 따르면, 아그리바 왕에게 변론할 때는 ‘당신이 유대인의 모든 풍속과 문제를 아심이니이다’라며 상대의 호의를 먼저 얻어내는(카타치오 베네볼렌티아이) 기법을 사용했다”며 “나아가 에토스가 개인을 넘어 공동체 차원에서도 적용된다”고 했다.
그는 “누가가 묘사한 초대교회의 세 가지 ‘공동체 에토스’에 따르면, 첫째는 헬라파·히브리파 과부 구제 문제나 이방인 율법 준수 문제 등 갈등을 평화롭게 극복하고 지켜낸 ‘하나 됨(호모마돈)’이다. 둘째는 생각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재물을 나누는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진 ‘회개(메타노이아)의 열매’다. 셋째는 바나바, 고넬료, 다비다처럼 교회 안팎에서 ‘칭찬받는 삶’이다. 누가는 ‘착하게 살아라’고 설교하는 대신, 온 백성에게 칭송받던 초대교회의 내러티브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이 그렇게 살도록 호소한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창교 박사(대전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는 ‘유대인 선교사와 이방인 선교사로서의 바울 - 사도행전에서의 누가의 이중적 선교 전략’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정 박사는 “일반적으로 바울 서신에 근거하여 바울을 철저한 ‘이방인의 사도’로만 이해하지만, 사도행전 속 바울은 이방인 선교사일 뿐만 아니라 ‘유대인의 선교사’로서의 정체성도 강하게 지니고 있다”며 “먼저 사도행전의 ‘이방인 선교’가 철저히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관점에서 서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드로와 고넬료 사건, 바울의 마게도냐 환상 등에서 보듯, 이방인 선교는 인간의 공로가 아닌 하나님의 직접적인 개입과 구약 성경의 성취로 그려진다”며 “사도행전에서 바울은 ‘친(親)유대적 선교 전략’을 펼쳤다. 바울은 이방 지역 전도 여행 시 ‘관례대로(습관적으로)’ 유대인 회당을 가장 먼저 방문했다. 이는 신학적으로 복음이 유대인에게 먼저 선포되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숙식과 교제의 발판을 마련하고 회당에 모인 ‘하나님을 경외하는 이방인들(God-fearers)’을 선교의 교두보로 삼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울이 사도행전 13장, 18장, 28장에서 반복적으로 ‘나는 이방인에게로 가리라’며 옷의 먼지를 터는 퍼포먼스를 한 것은 단순한 관계 단절이 아니라, ‘유대인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질투를 유도하기 위한 책략이자 선언’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바울 서신에서는 율법으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사도행전의 바울은 머리를 깎는 나실인 서원을 하고 정결 예식에 참여하는 등 율법에 매우 신실한 유대인으로 묘사된다”며 “이는 구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율법이 아니라, 이방 땅에서 묻은 부정을 씻어내는 유대적 관습에 동참한 것으로, 기독교를 반대하던 유대인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바울이 재판 과정에서 ‘죽은 자의 부활 때문에 재판을 받는다’고 외친 것 역시 바리새파 유대인들과의 공통 분모를 자극해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전략이었다”고 했다.
정 박사는 “사도행전의 마지막 28장이 바울의 가이사 재판 결과를 보여주지 않은 채, 로마에 있는 유대인 지도자들과 대화하는 장면으로 열린 결말을 맺는 이유는 서기 80~90년대 사도행전 집필 당시 랍비 유대교로 재편되던 바리새파 중심의 유대교를 존중하고, 이들과 기독교 간의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려 했던 누가의 치밀한 신학적 의도가 담긴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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